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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 35년 토발즈 “AI는 개발자를 대체하지 않는다”

이안나 기자
리눅스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가 ‘제1회 오픈소스 서밋 코리아 2025’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리눅스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가 ‘제1회 오픈소스 서밋 코리아 2025’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인공지능(AI)은 새로운 도구일 뿐이다. 리눅스는 여전히 미완성의 여정 위에 있다.”

리눅스와 깃(Git)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는 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회 오픈소스 서밋 코리아 2025’에서 이 같은 철학을 드러냈다. 35년째 리눅스를 이끌어온 그는 완벽함보다 지속을 택하며 오픈소스 본질을 ‘유지보수’와 ‘협업’에서 찾았다.

비영리재단 리눅스재단이 4~5일 개최한 이번 행사는 국내외 오픈소스 개발자와 기업 관계자, 정책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오픈소스 현재와 미래를 논의한 자리다. 토발즈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 오픈소스 프로그램 오피스 총괄인 디크 혼델(Dirk Hohndel)과 대담 형식으로 무대에 올라 리눅스 진화와 AI 시대 개발 문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토발즈는 리눅스를 ‘끝나지 않는 프로젝트’라고 표현했다. 그는 “35년 동안 리눅스를 다뤄왔지만 완성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하드웨어가 만들어지는 한 커널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눅스 진짜 일은 유지보수에 있다”며 “코드를 더 안정적이고 관리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완성보다 유지, 변화보다 일관성을 중시하는 그의 관점은 30년 넘게 이어진 리눅스 철학과 맞닿아 있었다.

그는 과거 리눅스 커뮤니티를 이끌며 수많은 아이디어를 거절하던 시절을 회상했다. 토발즈는 “유지보수가 악몽이 될 수 있는 급진적 제안에는 ‘No’라고 말하던 게 내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가끔은 ‘Yes’를 말해야 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 변화 상징으로 그는 새 프로그래밍 언어 ‘러스트(Rust)’를 꼽았다. 러스트는 메모리 안정성과 성능을 동시에 확보해 커널 개발에 주목받는 언어로 리눅스 커널에 일부 통합되며 큰 논쟁을 불러왔다. 토발즈는 “러스트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지만 오히려 커뮤니티를 더 개방적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며 “논쟁은 오픈소스 일부이며 변화는 언제나 마찰과 함께 온다”고 말했다.

리눅스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왼쪽)와 미국 버라이즌 오픈소스 프로그램 오피스 총괄 디크 혼델이 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오픈소스 서밋 코리아 2025’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리눅스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왼쪽)와 미국 버라이즌 오픈소스 프로그램 오피스 총괄 디크 혼델이 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오픈소스 서밋 코리아 2025’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그는 “러스트는 이제 실험적 기능이 아니라 커널의 일부가 됐다. 새로운 세대를 참여시키고 커뮤니티 문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오래된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이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I에 대한 견해도 명확했다. 토발즈는 AI가 개발자 생산성을 높이고 코드 자동화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의미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자동으로 번역하는 컴파일러가 등장했지만 개발자가 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AI가 세부 작업을 줄여줄 순 있어도 유지보수와 진짜 문제 해결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미 커뮤니티 내부에서 AI가 혼란을 일으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토발즈는 “AI가 커널 저장소를 무단으로 긁어가거나 AI가 생성한 잘못된 버그 리포트가 유지보수자 시간을 빼앗는 경우가 있다”며 “AI는 개발 문화를 돕기도 하지만 동시에 혼란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AI 자체를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커널 패치 분류나 코드 검토를 자동화하기 위한 실험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젠가 AI가 일상 일부로 자리 잡으면 그때 진짜 생산성 향상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담 후반부에서는 기술 밖의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갔다. 토발즈는 최근 기타 페달을 직접 제작하는 취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위험·고압의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실패가 허용되는 취미가 필요하다”며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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