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네이버가 초거대 인공지능(AI) 경쟁력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비스형 GPU(GPUaaS) 사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피지컬 AI와 산업 맞춤형 프라이빗 클라우드 등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부문 성장세가 이어졌다.

5일 네이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네이버 연결 기준 매출은 3조1381억원, 영업이익은 5706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6%, 8.6% 증가했다. 서치플랫폼과 커머스 부문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는 가운데 엔터프라이즈 부문은 AI와 클라우드 접목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엔터프라이즈 부문 매출은 약 15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 직전분기대비 13.9% 증가했다. GPUaaS 신규 매출 발생과 협업 플랫폼 ‘라인웍스’ 유료 아이디 확대가 성장을 이끌었다. 회사는 GPU를 포함한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산업별 맞춤형 프로젝트 수주로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김희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GPU를 포함한 전체 인프라 투자가 약 1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2026년 이후 GPU만 2조원 이상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피지컬 AI 등 신규 사업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인 동시에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GPUaaS 매출과 직접 연동되는 수익형 구조”라며 “재무 여력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말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최신 GPU 6만장을 추가 확보했다. AI 연산 인프라를 내재화하고 국내외 고객사를 대상으로 GPU 기반 클라우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GPU 확보는 초거대 AI 모델 학습 효율을 높이고 산업별 AI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엔터프라이즈 부문은 상반기 수주한 GPUaaS 수익화를 시작으로 신규 매출을 창출했다. 라인웍스는 유료 아이디 수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기업간거래(B2B) 사업 전반 매출 확대를 견인했다. AI·노트·브라우저 등 라인웍스와 결합한 서비스들도 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일본 비즈니스 채팅 1위 경험을 기반으로 대만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피지컬 AI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인 2017년부터 네이버랩스를 설립해 관련 기술을 선행 연구해왔다”며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집중해 ‘아크(ARC)’와 ‘얼라이크(ALIKE)’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아크는 다양한 제조사 로봇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표준화된 운영체제(OS)로, 로봇계 윈도나 안드로이드 역할을 지향한다. 얼라이크는 GPS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도 로봇이 정확한 위치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초정밀 3D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

네이버는 본사 건물인 1784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로봇 자율이동과 실시간 클라우드 제어 환경을 실증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은행, 한국수력원자력 등 산업별 맞춤형 프라이빗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최 대표는 “네이버가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풀스택 AI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한국 제조업 맞춤형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을 여는 데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영역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소버린 AI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사우디 주택부와 합작법인 설립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디지털 트윈 데이터센터와 슈퍼앱 인프라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태국에서는 관광 특화 AI 에이전트와 주권형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 중이며 유럽에서는 모로코를 거점으로 GPUaaS와 AI 데이터센터 구축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 MIT와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 협력에도 착수,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융합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