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D터뷰]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배터리 노칭·스택 복합기 개발…성장성 확보"

고성현 기자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유진테크놀로지]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유진테크놀로지]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외국계 장비 개조·개선부터 배터리 공정 내 다양한 파트를 모두 소화해왔다. 특히 노칭 금형 부품은 주요 배터리 셀 3사에 주력으로 납품 중이다. 이 역량을 토대로 노칭·적층 복합기(DNC)를 개발, 이를 토대로 성장성을 확보하겠다."

배터리 소재·부품·장비 제조 기업인 유진테크놀로지가 신형 장비인 DNC와 핵심 소재인 리드 탭을 토대로 외형 성장을 노린다. 배터리 침체기 도래로 겪었던 부진을 끝내고 이전의 성장성을 되찾겠다는 목표다. 특히 '합리적·효율성'을 회사 기조로 삼아온 만큼, 이를 토대로 운영 효율화에 나선 배터리 셀 제조사들의 요구를 맞춰갈 방침이다.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는 지난 3일 충북 청주 본사에서 "2015년 창업한 이래 배터리 공정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전담해 공급한 덕에 생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특히 노칭 금형 장비는 최근 회사 매출의 60%에 달하는 핵심 사업"이라고 말했다.

유진테크놀로지는 이미연 대표가 2010년 창업한 배터리 전문 기업이다. 조립 공정의 첫 단인 노칭 공정용 부품, 장비와 조립 공정용 소재인 리드 탭을 제조한다. 이중 노칭 금형은 국내 배터리 3사의 일부 법인에 독점 공급되는 등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노칭은 배터리 내 전기(전자)의 이동 통로인 단자(Tap)를 형성하는 핵심 공정이다. 탭을 접지하기 위한 부분을 남기고 그 외의 부분을 잘라내는 과정을 거친다. 배터리 대량 양산을 위해 수천, 수만번 같은 형태의 탭을 형성할 만큼 정밀도가 우수해야 해 진입장벽이 높다. 현재 유진테크놀로지는 비상장사인 대원정밀과 함께 프레스 노칭 금형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이한 국내 기업이다.

이 대표는 유진테크놀로지의 강점으로 오랜 금형 부품 제조 노하우를 꼽았다. 배터리 시장의 초기 당시 노칭 금형의 표준화를 주도한 만큼 다양한 규격의 제조가 가능하고, 오랜 기간 납품 이력을 확보하는 등 신뢰성을 확보했다.

특히 2~3개월마다 교체하는 금형 부품의 프로세스를 효율화한 점도 주요 강점 중 하나다. 통상 노칭 금형은 내부 칼날 마모로 교체가 필요할 시 가동 중인 공장을 3시간 가량 중단해야만 했다. 유진테크놀로지는 이러한 특징에 착안해 금형 납품 시 스페어 부품을 추가로 납품해 배터리 공정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또 장시간 걸리던 교체를 탈·부착 유닛으로 바꿔 15분 안에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태다.

4일 충북 청주 본사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미연 대표 [ⓒ유진테크놀로지]
4일 충북 청주 본사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미연 대표 [ⓒ유진테크놀로지]

유진테크놀로지는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금형 품질에 대한 고도화 작업을 이어나가는 한편, 장비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금형 역량을 토대로 탈부착이 가능한 유닛을 직접 장비사에 공급하고, 이를 토대로 한 장비까지 직접 제작해 납품을 위한 기반을 다진 것이다. 아울러 프레스 노칭 유닛과 전극을 차곡차곡 쌓는 적층(Stack) 유닛을 결합한 노칭·적층 복합 장비(DNC)도 개발해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이 대표는 "DNC의 스태킹 유닛은 전극 롤을 잘라 시트화해 곧바로 적층하는 롤 투 시트(Roll to Sheet) 방식을 적용해 제작했다"며 "전극을 매거진(Magazine, 적재함)에 담아 쓰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고속인 노칭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이에 따라 유사한 노칭·스택 두 유닛의 속도를 맞춰 복합기를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차세대 노칭 기술로 주목받던 레이저 노칭이 아닌 금형에 집중하는 점도 눈에 띄는 요소다. 레이저 노칭은 금형 내부 칼날이 아닌 광원으로 전극을 자르는 방식으로, 칼날 마모에 따른 교체 비용이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공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배터리 제조사들은 배터리 공급을 요청하는 고객사에 따라 레이저 노칭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라인은 여전히 금형 기반 프레스 방식을 유지하는 중이다.

이 대표는 "전극 슬러리가 발린 유지부와 빈 부분인 무지부를 모두 타발하는 프레스와 달리, 레이저는 물질적 이슈로 인해 무지부 중심으로 노칭이 진행된다"며 "그러다 보니 잘라내야 할 부분의 무지부가 잘려나가지 않아 실질적으로 크기 대비 에너지밀도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또 레이저로 자를 시 극판과 유지부의 두께가 달라 높이 조절을 별도로 해야 하는 등 속도 측면에 문제가 많다"며 "결국은 비용 문제로 레이저 노칭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겠으나, 그 과정에서 금형이 계속 사용되는 만큼 레이저·금형 개발을 투트랙으로 하되 금형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드 탭 사업도 유진테크놀로지가 확대 중인 사업 중 하나다. 리드탭은 배터리 내부 전류를 외부와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전극 단자다. 전기적 연결을 위한 니켈 도금과 접착을 위한 폴리프로필렌(PP) 필름 등의 노하우가 필요해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 중 하나다. 이 대표는 리드 탭의 크기를 다양화해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IT 등에 모두 대응하도록 했다. 또 모서리 단면(Edge)을 타원형으로 깎아 전해액 유출을 막는 기술도 적용했다.

이 대표는 "리드 탭은 부품 자체의 불량이 배터리 전체 불량으로 이어지는 핵심인 만큼 당장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현재 미국 현지 배터리사와 일부 자동차사에 대한 테스트를 받았다. 주문이 오면 곧바로 양산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 상태"라고 했다.

이 대표는 현재 배터리 장비·소재 사업이 곧장 수익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소재와 장비 모두 기존에 납품한 이력이 있어야만 채택이 되기에 이를 검증하는 단계가 오래 걸리는 영향이다.

또 2년 전 시작된 전기차 캐즘(Chasm) 이후 수요 반등이 어려워진 상황도 한몫했다. 배터리 셀 제조사의 투자가 줄면서 장비는 커녕 부품 매출 확보도 어려워진 상태여서다. 실제로 유진테크놀로지는 2010년 창업 이래 2014년 100억원, 2018년 245억원, 2023년 4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캐즘이 시작된 2023년 말 이후 2024년 매출이 311억원으로 줄었고 매년 성장하던 영업이익도 39억원 손실로 전환됐다. 올해 역시 2분기까지 누적 4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 대표는 "작년 상장한 이래 캐즘이 닥치면서 이익이 떨어지고는 있으나, 원래는 (적자 없이)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왔던 측면이 있다"면서도 "전기차 배터리는 내년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나 방위, 로봇, 태양광, 데이터센터, IT는 규모가 좀 더 확장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폴란드, 중국, 헝가리 외 미국에도 생산법인을 두고 사이트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로 현지 부품 수급이 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어 틈새시장이 될 것"이라며 "기존에 보유한 미시간주 홀랜드, 오하이오주 법인을 하나로 통합하고 남부에 추가로 법인을 설립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연 대표는 "배터리 부품·장비 사업을 하며 가장 꾸준히 지켜왔던 원칙은 '믿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감한 영업을 하지 않더라도 진실성 있게 대응하는 것이 현 기조"라며 "미국에서 이뤄지는 각형, 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토대로 개발을 지속해 기회를 잡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