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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브라우저 전쟁 개막…누가 인터넷 ‘첫 화면’을 차지할까?

이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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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30년간 인터넷은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고 링크를 클릭하는’ 방식으로 탐색됐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장은 이 오래된 구조를 바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퍼플렉시티 등 주요 기술기업들이 잇따라 AI 브라우저를 내놓으며 웹의 첫 진입점, 이른바 ‘인터넷 첫 화면’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됐다. 검색창 대신 AI 대화창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흐름이다.

◆ ‘검색창’에서 ‘대화창’으로…AI가 행동하는 브라우저=MS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자사 웹 브라우저 ‘엣지(Edge)’에 코파일럿(Copilot) 모드를 탑재하며 브라우저를 ‘지능형 웹 파트너’로 재정의했다. 코파일럿 모드는 사용자가 열어둔 탭을 분석하고 정보를 요약·비교한다. 호텔 예약이나 양식 작성까지 자동으로 처리하는 AI 기반 기능을 제공한다.

이 발표는 오픈AI가 이틀 전 내놓은 ‘챗GPT 아틀라스’ 이후에 나왔다. 두 제품은 모두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새 탭을 열면 AI 챗봇 창이 기본으로 나타나는 구조를 취한다. 기능적으로도 유사한 점이 많아 업계에서는 “검색 중심 웹 대체 시나리오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파일럿 모드 인 엣지 [ⓒ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는 “웹 탐색 미래는 검색이 아니라 대화”라며 챗GPT를 중심에 둔 아틀라스를 선보였다. 기존 크롬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문을 던지면 AI가 스스로 웹을 탐색·요약·정리한다. 필요한 경우 후속 행동까지 수행한다. 유료 구독자를 위한 ‘에이전트 모드’에서는 대화 중 AI가 백그라운드에서 정보를 찾아 예약이나 메일 송신을 대신한다.

이보다 앞서 퍼플렉시티는 7월 ‘코멧’을 공개하며 AI 브라우저 시장 신호탄을 쐈다. 코멧은 여러 탭을 동시에 읽고 비교·요약하거나 페이지 내용을 자동으로 정리하는 기능을 갖췄다. 단순히 ‘답을 찾는’ 검색을 넘어 AI가 판단하고 실행하는 ‘위임형 웹 경험’을 지향한다. 퍼플렉시티 드미트리 셰블렌코 최고사업책임자(CBO)는 “브라우저는 사용자 맥락을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며 AI가 이 영역을 장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말했다.

◆ 브라우저가 ‘운영체제’로…플랫폼 주도권 재편=AI 브라우저 등장은 단순한 도구의 변화가 아니라 플랫폼 주도권의 이동을 의미한다. MS·오픈AI·퍼플렉시티 모두 공통적으로 브라우저를 이메일, 캘린더, 메신저, 문서 등 사용자 디지털 생활 전체를 통제하는 ‘허브’로 보고 있다. 브라우저가 AI 에이전트 기본 창구가 되면 개별 앱이 아니라 브라우저 자체가 새로운 운영체제(OS)로 기능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각 기업은 자신들의 생태계와 AI 플랫폼을 긴밀히 연결하고 있다. MS는 엣지를 윈도·오피스365 환경과 통합해 업무용 브라우징을 강화했다. 오픈AI는 브라우저를 챗GPT와 결합해 대화형 검색을 완성했다.

구글 역시 크롬에 생성형AI ‘제미나이’를 본격 통합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제미나이 인 크롬(Gemini in Chrome)’은 여러 탭을 넘나들며 정보를 요약하거나 주소창에서 자연어 질문을 처리하는 기능을 포함한다. 구글은 브라우저를 단순한 탐색 도구가 아닌 AI 인터페이스로 확장하며 크롬 중심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아틀라스가 새탭에서 챗GPT 사용 이력을 대상으로 작업을 추천하는 모습 (ⓒ 오픈AI 공식 홈페이지)

◆ ‘크롬 제국’ 현실적 장벽…전쟁은 아직 구글의 울타리 안=시장조사기관들의 통계에 따르면 크롬은 전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의 7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 사파리와 MS 엣지가 뒤를 잇지만 격차는 여전히 크다. 사실상 크롬이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며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 같은 지배력은 기술적 구조에서도 이어진다. 전 세계 데스크톱 브라우저 절반 이상이 구글 오픈소스 엔진 ‘크로미움(Chromium)’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오픈AI의 아틀라스, MS의 엣지, 퍼플렉시티 코멧 등 새로운 AI 브라우저 대부분이 이 엔진 위에서 작동한다.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내세우더라도 기술적 토대는 여전히 구글 생태계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용자 습관이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점도 장벽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여전히 크롬 환경에서 챗GPT나 퍼플렉시티를 실행한다. 새로운 브라우저를 설치하고 기존 북마크나 패스워드, 확장 기능을 옮기는 일은 번거롭다. 결국 브라우저 시장의 혁신 속도보다 이용자 전환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크롬 지배력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AI 브라우저들이 공통적으로 크로미움 기반 위에서 작동하는 만큼 브라우저 경험 차별성이 제한되고 구글 엔진 지배력이 오히려 강화된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AI 브라우저 경쟁은 점유율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의 첫 접점을 누가 새롭게 설계하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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