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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가드] 뜨거웠던 팔란티어 CEO 방한, 한국시장에 남은 숙제는

김보민 기자

국내외 보안 시장에서 주목한 인공지능(AI) 소식을 전합니다. AI 기술을 악용한 최신 위협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보안 전략까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쟁점을 소개합니다. AI 보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면, 디지털데일리 'AI 가드'를 살펴보세요. <편집자주>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왼쪽)가 14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김영섭 KT 대표를 만나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KT/연합뉴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왼쪽)가 14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김영섭 KT 대표를 만나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KT/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했다. 예상대로 김영섭 KT 대표를 만났고 양사는 인공지능(AI) 플랫폼 확산을 비롯해 주요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방한 일정 중 HD현대를 만나 AI 조선소를 논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한국시장을 겨냥한 팔란티어의 침투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카프 CEO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4일과 15일에는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티셔츠와 스티커를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현장에는 팔란티어 주식을 갖고 있다고 밝힌 주주들이 몰렸고 카프 CEO도 영업 첫날 행사장을 찾아 이들을 맞이했다. '온톨로지(Ontology)', '도미네이트(Dominate)' 등 팔란티어가 강조해온 기술과 철학이 각인된 상품은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카프 CEO는 오랜기간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팝업스토어에서 <디지털데일리>를 만난 엘리아노 유니스 팔란티어 전략참여 총괄은 "카프 CEO는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에 늘 관심이 있었다"며 "곧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 뭐든 기획해보자고 이야기했고 그 결과 우리를 만나기 위해 6시간씩 기다리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업계는 카프 CEO가 이번 방한을 통해 파트너 기업과 주주를 동시에 잡은 '일타쌍피' 전략을 꾀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주력 사업인 AI·데이터 및 플랫폼 분야에서 기업과 협력 방안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주주뿐만 아니라 팔란티어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브랜드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실제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일부 방문객은 "팔란티어가 뭐하는 회사인지 모르지만 지나가다가 힙(Hip·유행에 밝고 멋지다는 의미)해 보여서 들어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시장에 남은 숙제 또한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AI·데이터 기술력을 기반으로 통신·조선 등 대상 산업군을 넓힌 것은 고무적이나, 창립 이래 기틀이 되어준 국방·공공시장을 국내에서 뚫어내기 쉽지 않은 탓이다. 국내 국방·공공시장은 폐쇄적이고 규제 중심적으로 운영된다는 특징이 있어 외산 기업이 진입하기가 까다롭다.

팔란티어는 카프 CEO와 페이팔 출신들이 공동 설립한 기업으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필요한 솔루션을 찾아주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창업 초기에는 테러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첩보 목적의 데이터 분석을 제공했고 미국 국방부·중앙정보부(CIA)·연방수사국(FBI)를 고객으로 확보하며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했다. 팔란티어는 범죄 신고·소셜미디어·감시 데이터 등을 통해 인물과 사건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데 특화돼 있다.

정보·안보·국방 분야가 팔란티어의 현 사업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팔란티어는 AI 기술을 더한 플랫폼 전략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팔란티어는 방대한 데이터 속 패턴을 식별하는 '고담(Gotham)', 데이터 운영을 통합하는 '파운드리(Foundry)', 제어계층으로 보안과 업데이트를 관리하는 '아폴로(Apollo)', 대규모언어모델(LLM)과 AI를 활용하도록 돕는 'AIP' 등 조직 의사결정을 돕는 제품군을 확립했다.

팔란티어는 3년 전 한국에 서울 오피스(Office)를 열고 현재 35명 규모의 직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국방 분야 부문장을 두고 영역별 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중이다. 다만 후자의 경우 국내 시장에 특화된 규제와 인증 등을 충족할 필요성이 있어 실제 대외적으로 성과를 공유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팔란티어는 글로벌 기업 특성상 표준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보안인증 등 국내 제도를 충족하기 위한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 팔란티어는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도 국내 보안인증 제도가 국방 AI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AI 국방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러한 인증 체계를 개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팔란티어 관계자는 국내 공공·국방 시장에 외산이 진출하기 어렵지 않냐는 의견에 "국산 방산업체 제품을 선호하기도 해 국내 개발이 될 경우 외국업체가 진입하기에 약간의 장애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업체도 국내 제도와 규정에 맞춰 뼈대(프레임)를 짜야해 지체 요인이 있겠지만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이야기했다.

팔란티어는 자사 소프트웨어 역량을 활용하고자 하는 국내 하드웨어 기업들과 협력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통합(SI) 업체와 협력하는 경우도 있고 컨소시엄도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고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AIP를 결합해 완성도 높은 AI 플랫폼을 공공과 국방 분야에 제공하기 위한 전략도 고도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시장이 열리고 있고, 이제 출발점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팔란티어의 성장 전략을 착안한 AI 및 보안 기업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빅데이터 분석 AI 기업 S2W는 '한국의 팔란티어가 되겠다'고 자신했다. S2W는 사이버보안 데이터분석 전문 기업으로 시작해 다크웹과 랜섬웨어 등 신종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데 두각을 드러낸 기업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도메인의 비정형 데이터를 정제하고 분석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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