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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컬럼] '캄보디아 사태' 국경없는 범죄, 국경을 넘는 제재 : AML 공조의 진화

송근섭

<글> 송근섭 ACAMS 한국대표,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

- 미·영, 동남아 범죄조직에 사상 최대 제재

- 미 법무부, 캄보디아 범죄기업에 약 21조원 상당의 비트코인 몰수 조치

- 프린스 그룹 창립자 및 관련 인물 146명과117개 계열사를 제재

- 인신매매·가상자산 사기·북한 자금세탁까지 겨냥한 국제 공조의 전환점

미국 재무부와 영국 외무개발청(FCDO)이 10월 14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한 초국가적 사이버범죄조직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조치는 캄보디아 프놈펜을 기반으로 한 프린스 그룹(Prince Group Transnational Criminal Organization)을 ‘초국가적 범죄조직(TCO)’으로 공식 지정하고, 창립자 첸즈(Chen Zhi) 및 관련 인물 146명과 117개 계열사를 제재 명단에 추가한 것이다.

동시에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후이원 그룹(Huione Group)을 미국 금융시스템으로부터 완전히 차단했다.

프린스 그룹은 표면적으로는 부동산과 금융사업을 영위하지만 실제론 ‘Pig Butchering Scam(돼지 도살형 투자사기)’으로 불리는 대규모 온라인 금융사기를 운영해왔다.

캄보디아 내 10여 개 사기 단지에서 피해자들은 “고수익 IT 일자리”라는 허위 광고에 속아 유입된 뒤 감금·폭행·고문을 당하며 전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암호화폐 사기를 강제로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법무부는 첸즈를 인신매매·자금세탁·사이버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후이원 그룹은 북한 해커 조직과의 연계 정황까지 확인됐다. FinCEN 조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1년부터 2025년 초까지 40억 달러(약 5조5천억 원) 의 불법자금을 세탁했으며 그중에는 북한의 사이버 해킹으로 탈취된 3,700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 자금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따라 FinCEN은 후이원 그룹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기관(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으로 지정해 미국 금융기관이 해당 회사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거래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이번 제재는 단순한 금융사기 대응을 넘어 인신매매·강제노동·가상자산 사기·북한 해킹자금이 결합된 복합형 금융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프린스 그룹은 불법수익을 세탁해 부동산, 카지노, 온라인 도박, 비트코인 채굴 등으로 재투자하며 합법적 경제활동으로 위장했다. 이 과정에서 100여 개의 페이퍼컴퍼니가 동원되었고, 싱가포르·팔라우·모리셔스 등지의 계열사들이 이용됐다.

이번 조치는 금융자금세탁방지(AML)의 범위가 더 이상 단순한 자금 추적에 머물 수 없음을 보여준다.

AML은 이제 인권보호와 사이버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사기 행위의 도구’로 이용되는 이중 피해 구조는 모든 AML 담당자에게 새로운 경고를 던진다.

한국 금융회사도 예외가 아니다. 캄보디아·라오스 등 고위험 지역과 연계된 가상자산 송금이 국내 시스템을 통해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고객위험평가(RBA)와 강화된 고객확인(EDD)을 재점검해야 한다. 또한 제재 명단에 오른 인물·지갑 주소·법인명이 국내 거래망에 노출될 경우 즉시 FIU 보고 및 거래 차단이 필요하다.

이번 미·영 공동제재는 “AML은 곧 인권의 방패이며 금융은 국제안보의 첫 번째 전선”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국경을 초월한 범죄에 맞서기 위해선 국가 간 정보공유와 기술기반 탐지체계의 강화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송근섭 ACAMS 한국대표 (사진)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 회장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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