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투자 판도 'UP', 삼성·SK 메모리 슈퍼사이클 온다 [소부장반차장]

SK하이닉스 이천 M16팹. [ⓒ SK하이닉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SK하이닉스도 그간의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변동성이 컸던 메모리 사이클이 수요 기반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24조6156억원, 영업이익 11조2931억원이다. 영업이익이 전분기 9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창립 이래 첫 '1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도 지난 14일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에서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7조원의 영업이익으 거둔 것으로 봤다. 메모리 사업부만으로 한정하면 약 8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사 실적은 지난해 시작된 AI 인프라 시장 성장에 따라 상승 사이클을 타고 있다. 엔비디아, AMD 등 주력 팹리스의 공급 강세가 이어지면서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급증했다는 의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로의 HBM3E 등을 주력 공급하며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HBM3, HBM3E 8단에 대한 엔비디아 공급에 차질을 겪으며 부진했다. 그러다 올해 초 D램·HBM 재설계로 재정비를 거친 이후 AMD 등 주요 팹리스에 대한 HBM3E 12단 공급을 확정지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D램 생산능력이 AI인프라 시장에 집중된 것도 한몫했다. DDR5 전환과 서버용 D램 수요 확대로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DDR4 D램이 DDR5 D램 가격을 역전하면서 DDR5 D램에 대한 수요 강세가 더욱 커졌다. 이같은 범용 메모리 가격 인상과 AI 인프라 시장 진입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실적도 개선됐다.
반도체 업계는 이러한 메모리 호황 사이클이 이전 흐름과 달리 장기화될 것으로 봤다. 메모리 시장이 PC·스마트폰 등 소비재 중심에 맞춰 변동했던 과거와 달리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수주 기반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어서다.
소비재 중심 시장은 소비자의 교체 주기와 메모리 가격에 따라 시황 변동성이 매우 크다. 이로 인해 공급 부족·과잉 예측이 어렵고 호황 주기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AI 인프라 시장은 수개월, 1년 전부터 공급을 결정해 장기간 공급하는 형태로 수요 특정이 비교적 용이하다. 공급 과잉 등 비효율적 투자나 생산 방식을 미리 예측해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큰 셈이다.
소품종 대량 생산 방식이던 메모리가 다품종 구조로 전환되는 점도 의미가 있다. 메모리 고객사인 빅테크가 AI 인프라 투자 효율화를 위해 메모리를 맞춤형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서다. 이를 맞춤형으로 공급하게 되면 낮은 납품단가에 의존하는 방식 대신 메모리 성능과 납기 등 요소가 경쟁력이 된다. 따라서 치킨 게임이 활발했던 과거와 달리 장기간, 안정적으로 납품할 환경을 갖출 수 있다.
AI 인프라 시장의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적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지난해 우려됐던 'AI 거품론'과 달리 인프라 투자가 활발히 집행되고 있고 AI가 갖춘 생산성 성장의 측면이 부각받으면서 관련 투자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AI가 생산성 향상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서버와 반도체 투자도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오픈AI는 오라클 등 빅테크와 함께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에 이어 AMD, 브로드컴에 대한 AI칩 공급을 요청한 상황이다. 해당 프로젝트에 전력 기준 10기가와트(GW)의 데이터센터 용량이 구축되고 있어 이에 필요한 HBM과 D램 등 메모리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이퍼스케일의 AI 인프라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800억달러를, 메타는 65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구글 역시 텐서처리장치(TPU)를 기반으로 한 AI 팜(Farm)에 대한 투자를 수백억달러 규모로 집행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집행에 따라 생각보다 빠르고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시장 수요를 잡기 위해 기민하게 대응하는 만큼,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의 상승 사이클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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