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한국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기로 결정한 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는 늘 한국에 폭발적인 관심이 있고,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15일 서울 성수동 팔란티어 팝업스토어. 엘리아노 유니스 전략참여 총괄은 행사장 중앙에서 분주히 관람객을 맞이하던 중 <디지털데일리>를 만나 이렇게 밝혔다. 전날부터 오픈런(개장 전부터 상품 구매를 위해 줄을 서는 현상)으로 문전성시를 이룬 팔란티어 행사장은 이날도 모자와 티셔츠를 구매하기 위한 관람객으로 붐볐다. 구매 대란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군 후드티 제품은 이날 모두 품절되기도 했다.

유니스 총괄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팔란티어 공동체(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고객들의 열정은 정말로 대단하다"며 "이렇게나 많은 지지와 활력을 받는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 주주부터 마케터까지 북적북적…텅 빈 매대에 "이거라도 사야지"

팔란티어는 14일부터 이틀간 성수 복합문화공간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모자, 티셔츠, 후드티, 스티커 등 총 6종의 제품이 판매됐다.

이날 오후 1시경 찾아간 현장에는 후드티 등 인기 제품이 모두 품절돼 있었고, 남아있는 티셔츠도 사이즈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행사 직원들은 "후드티는 모두 품절이고, 티셔츠는 엑스라지(XL)만 남았다"고 안내했다.

그러자 남은 제품을 살펴보기 위한 줄이 이어졌다. 팔란티어 주식을 산 서학개미라고 밝힌 권상현(25)씨는 "집이 수원이라 멀리서 온 게 아까워 모자 하나를 구입했다"며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가 써서 인기가 많은 제품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8만원이 넘어 조금 비싸다고 느껴지지만, 요즘 패션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다른 제품 가격과 비슷해서 눈 꼭 감고 질렀다"고 말했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본인을 마케팅 매니저라고 소개한 방문객을 만날 수 있었다. 김희경(31)씨는 "기업간거래(B2B) 마케팅 일을 하고 있어, 궁금해서 와봤다"며 "(팔란티어와 같이) 잘나가는 기업이 팝업 행사를 한다고 해 신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온톨로지라고 들어봤나?" 팔란티어 기술·철학에 반한 방문객들

팔란티어는 대규모 데이터 통합과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정부와 기업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플랫폼 전문회사다. 특히 AI 기술을 접목한 플랫폼으로 시장 선두주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굵직한 적용 사례를 확보했다. 팔란티어 AI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곳으로는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이 있다.

팔란티어가 한국에서 리테일(retail)에 초점을 둔 팝업스토어를 연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니스 총괄은 한국에 대한 카프 CEO 열정이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는 데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곧 한국에 갈 예정이니 리테일 커뮤니티를 위해 뭐든지 해보자고 하더라"며 "그 결과 우리를 만나기 위해 6시간씩 기다리는 관람객들도 있었고 카프 CEO 책을 읽은 이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놀라운 경험"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니스 CEO는 팔란티어 로고가 박힌 판매용 모자를 가리키며 "사람들이 이 모자를 자랑스럽게 쓰는 이유는 단순히 주주이라서가 아니다"라며 "회사 미션에 공감하고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자를 쓰는 행위가 의미 있는 이유"라며 "이처럼 하나의 커뮤니티로 연결되기 위해 이번 팝업스토어를 연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장에서도 이러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팔란티어가 강조하는 '온톨로지(Ontology)'를 좋아한다는 방문객도 있었다. 아기 띠를 두르고 행사장을 둘러보던 박미옥(37)씨는 "아기 태명을 '온톨'로 지었다"며 "온톨로지 자체의 의미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팔란티어는 '존재론'이라는 직역 차원의 의미뿐만 아니라 인간과 컴퓨터가 정보를 공유하도록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개념에서 온톨로지를 강조하고 있다. 파편화된 데이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통합하는 작업인 셈이다. 특히 인공지능 측면에서 온톨로지를 강조하고 있다. 카프 CEO는 기업이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새로운 의사결정을 내리고 인사이트를 도출할 방법으로 온톨로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팔란티어는 팝업스토어뿐만 아니라 카프 CEO가 한국을 찾은 만큼, 본격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전망이다.

팔란티어는 2022년 한국에 오피스를 세워 현재 약 35명의 국내 인력을 확보했고,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국방 영역에서 사업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AI와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만큼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해 하드웨어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