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中 희토류 제재에 LFP 흔들…K-배터리 예의주시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중국이 희토류에 이어 배터리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기로 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뿐 아니라 소재·장비로 제재 조치를 넓힌 탓에 추진 중인 LFP 양산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소재·부품·장비 등 전 생태계에 대한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11월 8일부터 리튬이온 배터리를 11월 8일부터 수출 통제 대상에 올리기로 했다. 고성능(300Wh/kg 이상) 배터리와 삼원계, 고성능 LFP 양·음극재를 비롯해 양·음극재 공정 장비도 대거 포함됐다. 지난 9일 희토류 품목 수출 시 중국 상무부로부터 품목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치를 내놓은 이후 나온 소식이다.

중국은 당초 외국으로 수출하는 희토류에 대해서만 수출 통제를 해왔다. 그러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와 무역 협상에 대한 압박 강도가 높아지자 이러한 역외 수출 통제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배터리 업계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국산화에 나선 LFP 소재가 수출 제한에 해당돼 이를 상업화하는 시기가 더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관련 품목에는 중량 300Wh/kg 이상인 배터리 셀과 공정 장비, 고성능 LFP 양극재와 인조 흑연 및 천연·흑연 음극재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양극재 제조 장비와 흑연 음극재 생산용 공정 장비 등이 폭넓게 수출 제한 품목으로 설정됐다.

양극재는 삼원계를 중심으로 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포스코퓨처엠·LG화학 등이 이미 생산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최근 상업화를 준비 중인 LFP용 양극재 생산 장비는 대부분 도입 전이다. 중국 업체들이 대부분의 LFP 양극재 밸류체인을 장악한 점을 고려하면 이 조치가 장기화되거나 확대될 경우 해당 장비 도입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배터리 셀 제조사도 영향권 아래다. 국내 3사 중 유일하게 LFP 배터리를 양산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중국 기업인 상주 리원 등의 LFP 양극재를 납품 받고 있다. 삼성SDI와 SK온은 아직 양산 이전인 만큼 국내와 중국 기업의 양극재를 모두 테스트 중이다. 다만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 확대로 국내 양극재 기업의 생산 시기가 늦어지면 그만큼 양산 시기가 늦춰질 우려도 있다.

음극재 역시 불안 요소다. 중국이 전세계 기준 70~80%의 음극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원료인 인조 흑연과 천연 흑연 역시 대부분 중국이 광산 채굴권과 높은 가공 능력을 보유한 덕이다. 국내 기준으로도 그 영향은 절대적이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천연 흑연, 인조 흑연 중국산 의존도는 각각 97.7%, 98.8%에 달한다.

국내 3사도 대부분의 글로벌 현지 공장에서 중국산 음극재를 채용 중이다. 특히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적용이 음극재에 한해 2026년까지 적용 유예된 덕이다. 이들 기업은 고성능 전기차에 미쓰비시케미컬 등 일본산 음극재 일부와 BTR·샨샨 등 저가 음극재를 혼용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범용 제품에 중국산 음극재를 주로 쓰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배터리 업계는 당장 해당 조치가 실질적인 영향을 당장 주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중국이 이를 전면 통제하는 방식이 아닌 미국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과 같은 사전 허가제로 진행하면서다. 실제 운영 양상과 품목에 대한 유연성 등에 따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업계가 수년 전부터 탈중국을 위한 조치를 취한 것도 긍정적 요소다. 중국산 수입 의존도 완화를 위해 원료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한편, 소재 가공·LFP 셀 기술 자체 확보도 추진 중이다. 일례로 포스코퓨처엠은 그룹 차원의 투자로 탄자니아 마헨게 흑연 광산을 공급망으로 확보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중국 거린메이(GEM)의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를 확보해 자체 수급과 외판을 진행 중이다. 또 그룹 계열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칠레·호주 등지에서 리튬을, 인도네시아에서 니켈·코발트를 수급해 삼원계 전구체를 제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오는 31일부터 이틀 동안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이웨이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중 양국 간 최고조의 긴장이 경주 APEC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 개최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해당 수출 통제 조치가 장기화되면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겠으나 당장 감지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소재와 LFP 기술의 다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확보된다면 국내 기업들이 이를 타개할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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