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국감2025] "상생은 말뿐"…CEO 줄세운 국감, 유통업계 '공개 심판대'로

최규리 기자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국감 시작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국감 시작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되면서 유통업계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성장과 혁신을 내세운 플랫폼과 프랜차이즈, 지역 상생 브랜드들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수료 착취, 노동자 사망, 불투명한 협업 등 구조적 문제가 쌓이며 소비자와 사회의 신뢰를 흔들고 있어서다. 올해 국감에서는 무신사·W컨셉의 거래 불공정 논란, SPC의 잇단 산업재해, 백종원 더본코리아의 지역축제 운영 의혹이 집중 조명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W컨셉은 입점 브랜드에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를 부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은 두 회사가 중소 브랜드의 이익을 잠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무신사의 평균 수수료율은 27.8%로, 쿠팡(12.3%)이나 11번가(12.5%) 등 주요 온라인몰의 두 배를 웃돈다. 업계에서는 성장의 그늘에서 플랫폼의 힘이 상생보다 통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 현장에서도 신뢰의 균열은 계속되고 있다.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지난 5월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는 다시 한번 기업의 안전불감증을 드러냈다. 제빵공정 중 기계에 끼여 숨진 노동자 사고를 계기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도세호 SPC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경위를 추궁할 예정이다.

SPC는 지난해에도 평택공장 등에서 잇단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 허영인 회장이 "안전관리 1000억원 투자"를 약속했지만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투자 공언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이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며 비용 절감과 생산성 중심의 경영 구조가 현장 안전보다 우선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프랜차이즈와 플랫폼에 이어 '지역 상생'의 상징으로 불리던 백종원 대표도 국감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더본코리아가 지자체와 함께 운영한 지역축제에서 식품위생법 위반과 운영 부실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홍성에서 열린 글로벌 바비큐 축제에서는 행사장 내 음료 분사 이벤트에 농약 분무기가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며 시민단체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축제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법규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질의를 준비 중이다. 더본코리아가 주관한 일부 축제에서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행사 운영의 투명성과 위생 관리 실태를 따질 계획이다.

이번 국감은 유통업계가 직면한 신뢰 위기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공통점은 규모의 경제가 곧 권력의 경제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대형 플랫폼은 입점 브랜드 위에,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 위에, 외식기업은 지자체 위에 군림하며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다만 이런 쟁점들이 다뤄지는 방식은 한편으로 정치권의 과시적 '줄 세우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통업계 대표들이 대거 증인 명단에 오른 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이 국감을 정책 감시의 장이 아니라 재계 공개심판의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같은 사안으로 여러 상임위에 중복 소환되고 대기만 하다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국감의 실효성을 문제 삼는다. 기업인을 줄세우듯 부르는 형식적 증인 채택이 오히려 국감의 권위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국감이 기업 공개 청문회를 넘어 유통업계의 고질적 관행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는 관측이다.

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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