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반차장보고서] AI·전장 호황에 흔들리는 반도체 공급망…韓·美 ‘주도권’ 재편

배태용 기자

디지털데일리 소부장반차장 독자 여러분, 이번 주도 반차장이 반도체 업계의 중요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반차장보고서>에서는 이번 주에 놓쳐서는 안 되는 주요 뉴스들을 간결하게 풀어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 핵심 이슈, 함께 살펴보시죠. <편집자주>

삼성전기의 MLCC 목업 [ⓒ삼성전기]
삼성전기의 MLCC 목업 [ⓒ삼성전기]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인공지능(AI)·전장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르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메모리·부품·공정 전반에서 한국과 미국 기업의 경쟁 구도가 선명해지는 가운데, 각 사의 기술력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향후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전망입니다.

먼저 국내 전자부품 양대 축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주가 흐름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업계는 두 기업 모두 업황 반등의 수혜를 받고 있지만, 삼성전기는 AI 서버·전장 중심의 '더블에이(AA)' 성장 스토리를 확보한 반면 LG이노텍은 여전히 애플 의존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삼성전기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 급증이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AI 서버 한 대에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 많은 MLCC가 필요하고, 고전압·고용량 제품 비중이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테슬라 AI6 칩, AWS AI 칩 등 빅테크향 FC-BGA(패키지 기판) 공급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증권가가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2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반면 LG이노텍은 아이폰17 출시 호조로 단기 실적 개선은 기대되지만, 중장기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애플이 출고가를 동결하면서 원가 상승분을 전가하지 못했고, AI 기능 확산으로 메모리·배터리 원가 부담이 커질 전망입니다. 결국 고객사 다변화 여부가 두 기업의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300조원 돌파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동시에 폭발하며 주가가 장중 42만원을 돌파, 200조원 돌파 4개월 만에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반도체 업체에 HBM3E를 공급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HBM4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I 학습·추론용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대역폭·저전력 메모리가 필수로 자리 잡았고, 그 중심에 SK하이닉스가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단순한 메모리 공급사’에서 'AI 인프라 핵심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인텔 제조 기술자가 2025년 9월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있는 인텔의 새로운 Fab 52 내부에서 인텔 18A를 기반으로 제작된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프로세서(코드명 팬서 레이크)를 들고 있다. [사진=인텔]
인텔 제조 기술자가 2025년 9월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있는 인텔의 새로운 Fab 52 내부에서 인텔 18A를 기반으로 제작된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프로세서(코드명 팬서 레이크)를 들고 있다. [사진=인텔]

글로벌 경쟁 구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 인텔이 18A 공정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CPU '팬서 레이크(Panther Lake)'를 공개하며 기술 리더십 복원을 선언했습니다. 인텔의 18A는 2나노미터급 공정으로, 리본펫 트랜지스터와 파워비아(백사이드 전력 공급) 기술이 결합된 노드입니다. 전력 효율과 성능 균형을 동시에 끌어올린 설계로, 업계에서는 "TSMC·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좁힌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무엇보다 팬서 레이크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로 상징되는 미국 내 제조 복귀의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애리조나주 챈들러 신공장(Fab 52)에서 생산되며,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미국 내에서 완결되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전략과 맞물리며, 공급망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상징적 행보로 해석됩니다.

AI PC와 서버 시장에서도 인텔의 전략은 분명합니다. AI 가속 기능을 내장해 로컬 환경에서도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구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차세대 제온 6+ 서버 칩을 통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공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직 수율 안정화와 외부 고객 확보라는 과제는 남았지만, 미국 내 기술 자립의 상징으로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AI·전장 수요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시장의 절대 강자로 올라섰으며, 인텔은 첨단 공정 복귀를 통해 '미국형 제조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경쟁은 단순한 미세공정 경쟁을 넘어, 소재·부품·제조 생태계를 모두 포함한 '총체적 기술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향후 1~2년은 한국 기업들이 기술·고객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다변화할 수 있느냐가 시장 리더십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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