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금융신뢰 재설계]③ 금융보안 새판, 규제와 신기술 접점 찾아야

  • 가
  • 가
이상일 기자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대규모 해킹 사고 관련 청문회 현장. 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KT 소액결제 사고,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등 최근의 연쇄 해킹 사건은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금융소비자들의 신뢰 위기를 불러왔다. ‘편리함’이 곧바로 ‘취약한 보안’으로 이어지며 자산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 포비아라는 사회적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보여준 교훈을 “제도 개혁과 기술 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찾는다. 과거처럼 사고 발생 후 사후 보상과 점검에 치중하는 방식으로는 금융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금융권 전체에 적용되는 다중인증(MFA) 강화, 보안 등급별 공시제, 상시 보안 교육 등 제도적 기반이 신기술 도입과 맞물려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규제 강화’나 ‘보안 점검’이 아닌, 제도와 기술의 동시 전환이 요구되는 전환기라는 것이다.

업계에서 주목받는 대안은 실물 매체와 연계한 인증 체계다. 금융결제원이 추진하는 ‘트러스트원(TrustOne)’은 신용·체크카드 태깅을 통해 본인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비인지 상태에서의 무단 결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여기에 지문·홍채 등 생체인증, 하드웨어 키 기반 인증도 결합될 경우, 편리성 중심 구조에서 반복된 보안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인증·보안 기술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비밀번호 없는 인증을 구현하는 FIDO2·패스키를 확산 중이며, 피싱 공격을 원천 차단하는 하드웨어 보안키(Security Key) 도입도 늘고 있다. 또 거래 패턴을 학습해 비정상 거래를 차단하는 AI 기반 이상거래 탐지, 블록체인 기반으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줄이는 분산 ID(DID),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행동 기반 인증 등도 보조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이들 기술은 편의성과 보안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제도 개선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 채택이 단순히 보안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소비자가 스스로 자산을 통제할 권리를 회복하고 금융 불안을 줄이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해외에서도 제도와 기술의 결합은 공통된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심 스와핑(SIM swapping) 사고를 계기로 다중인증 강화를 권고하고, 통신·금융사의 공동 책임 체계를 마련했다. 싱가포르와 호주 역시 모바일 월렛 무단 결제 사례 이후 NFC·바이오 인증을 적극 도입하며 규제를 병행했다. 이는 새로운 인증·보안 기술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사고가 반복되고 금융 신뢰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금융보안은 단순한 시스템 개선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인증 체계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신기술이 시장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금융보안 규제 개혁이 기술 혁신과 함께 추진될 때만 금융 포비아를 극복하고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제도와 산업 모두에 청사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이상일 기자
24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