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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프라 정책③] “피지컬AI 시대, 통신 품질평가도 AI 기준으로”

오병훈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 3강국을 위한 각종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목표는 원대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한 무더기다.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모두의 AI’ ‘AX 대전환’은 AI 모델 개발에만 집중한다고 실현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데이터센터(AIDC) 및 통신인프라를 AI 3강 도달에 필요한 핵심 기반 인프라로 지목하고 관련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가 정부의 기반 인프라 활성화를 위한 정책 동향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전문가 제언을 정리해봤다.<편집자 주>

[Ⓒ 챗GPT 이미지 생성 모델]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AI는 이제 더 이상 디지털 세상에서만 활동하지 않는다. 실제 물리 세계와 연동해 제조·유통·서비스 등 전 산업군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피지컬AI’로 대변되는 자율주행 및 휴머노이드 모두 AI와 현실 물리 세계 연계가 핵심이 되는 차세대 기술이다.

그 과정에서는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연결시켜주는 통신기술도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아무리 고도화된 AI 모델이더라도 실시간으로 원활하게 데이터를 송수신하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통신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AI 로봇이나 자율주행차량이 오작동을 일으켜 인간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다.

이에 통신품질 평가 방식도 변해야 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속도’에만 치중된 품질평가 방식은 피지컬AI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는 AI와 연계 정도, 안정적인 통신 유지에 필요한 AI 자동화 지수 등을 품질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지컬AI 급부상, 통신 안정성 없이는 불가능

피지컬AI는 올해 초부터 AI 생태계에서 빠르게 주목받기 시작한 개념이다. 특히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개최한 ‘CES 2025(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 전시회)’ 기조연설에서 피지컬AI 시대 도래를 언급하면서 산업계 내에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AI는 소프트웨어 세계 내에서 디지털값을 연산하고 추론하는데 그쳤지만 이제는 현실 밖으로 나와 각종 하드웨어와 연계돼 물리 세계와 접촉하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다. AI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제조·유통 등 전통 산업과 연계해 생산 효율성을 증대하고 산업 체질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물리 세계에 AI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과 정밀한 연산이 요구된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상으로 1+1을 계산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AI 로봇이 물리적으로 종이와 펜을 이용해 1+1=2를 적기 위해서는 비교도 안 될만큼 복잡한 연산 과정을 거쳐야 한다. AI 모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간의 정밀하고 빠른 실시간 통신이 이뤄져야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통신 기술 고도화 중요성도 피지컬AI 개념 유행과 함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안정적인 통신 환경 없이는 AI가 탑재된 로봇이나 자율주행차량 동작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인간을 포함한 물리 세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통신 기술 고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도 미래 통신기술은 AI를 중심으로 진화 단계를 밟아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차세대 6G 이동통신에서도 AI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AI를 위한 통신기술과 더불어 AI를 활용한 통신 네트워크 체계 자동화 등 AI와 융합된 통신기술 표준 확보가 중요해진 시점이라는 것이다.

◆“속도 중심 통신품질평가, AI융합 지수 편입하자”

피지컬AI 도입과 더불어 통신기술 고도화 중요성이 높아진 이후 정부 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에서도 피지컬AI 중요성에 공감하는 바 피지컬AI와 AI네트워크는 현재 국가 AI 정책 핵심 축으로 123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통신품질관리 등 측면에서도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통신사 간 통신품질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송속도 ▲전송성공률 ▲손실률 ▲지연시간 등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사들이 서비스 속도와 커버리지(서비스 제공 범위)에 지속적으로 신경 쓰고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즉 ‘누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집중한 평가 체계였다.

다만 통신서비스 고도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제 더 이상 ‘속도’에 집중한 품질평가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현재 통신 서비스 속도는 인간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산업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품질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 네트워크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전송속도가 50Mbps를 초과한 속도는 이용자의 네트워크 안정성 경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하더라도 이용자가 인지하기 힘든 차이를 보여줄 뿐이란 의미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해외 주요국 이동통신서비스 품질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통신서비스 속도는 업링크(단말→기지국 방향 트래픽) 기준 92.45Mbps를 기록했다. 다운링크(기지국→단말 방향 트래픽) 속도는 939.14Mbps다. 글로벌 평균(업링크 48.37Mbps, 다운링크 331.21Mbps)를 웃도는 수준이다.

속도 중심보다 AI 중심 통신품질평가 방식으로 바꾸자는 게 핵심이다. AI와 관련된 지표를 추가하고 가중치를 조정해 이동통신사의 피지컬AI 시대 대비책 마련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추가돼야 할 지표로는 가장 먼저 ‘지능형 네트워크 평가 지표’가 꼽힌다. 네트워크 망이 얼마나 AI로 지능화 돼 있는지를 살펴보는 지표다. AI를 활용한 네트워크 관리 자동화 기술 등으로 ‘초저지연’ ‘초신뢰’ 기술을 달성한 정도에 따라 평가 점수를 주자는 아이디어다.

‘에너지 효율성’ 항목을 추가하자는 의견도 있다. AI 연산과 단말기 클라우드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통신 과정에서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설계한 경우 점수 가중치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또 ‘AI 서비스 중심 지표’는 네트워크 지연이 모델응답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이나 원격진료 등 신체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AI 서비스 네트워크 등에 이같은 평가 지표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관련해 모정훈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지난 29일 열린 ‘AI 3강 도약 달성을 위한 AI 인프라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현행 통신품질평가는 AI 서비스와 연관되지 않고 기술적인 속도를 측정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지표로는 현재 우리 통신기술이 AI 서비스와 적합한지 지표로 도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차원에서 ‘지연 시간 지표’ ‘AI 서비스 융합 적합성 지표’ 등을 개발해서 품질 평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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