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등학생 관심사도 '돈'이 되는 세상…"착취 막을 안전지대 필요"

그레이엄 버넷(Graham Burnett)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17일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10살 어린아이가 하루에 9시간 동안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보는 세상이 왔습니다. 거대 기업은 이러한 우리의 관심사와 주의력(Attention)을 착취해 돈을 벌고 있죠. 프라이버시까지 위협을 받는 지금, 착취를 막을 안전지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레이엄 버넷(Graham Burnett)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17일 용산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GPA(Global Privacy Assembly) 현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밝혔다. GPA총회는 개인정보보호와 인공지능(AI) 프라이버시를 논하는 국제 회의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개인정보보호 당국 및 기관이 참여했다.
버넷 교수는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회와 역사적 맥락에서 지식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연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최근에는 '관심의 경제학(Attention Economy)'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교육을 비롯해 우리 일상 환경에서 주의가 어떻게 착취되고 있는지 탐구하고 있다. 주의력 착취를 반대하는 활동가 200여명이 모인 '더 프렌즈 오브 어텐션(The Friends of Attention)' 운동에도 참여 중이다.
현재 국내외 개인정보보호 당국에서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는 '휴먼 프래킹(Human Fracking·인간 채굴)'이다. '프래킹'은 땅속 깊이 구멍을 뚫고 고압으로 액체를 주입해 암석을 파쇄한 뒤 가스를 뽑아내는 기법으로, '휴먼 프래킹'은 이 과정을 인간 착취에 빗댄 말이다. 디지털 플랫폼, 광고, 소셜미디어가 사람의 시간과 집중력을 쥐어짜내듯 착취하고 있다는 의미다.
버넷 교수는 "우리는 이제 긴 숨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을 상실하고 있고, 과거 전통에서 멀어지며 사람의 본연의 자질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빅테크를 비롯한 거대 기업으로부터 빼앗긴 우리의 집중력을 다시 가져오는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잘못된 것일까. 버넷 교수는 "휴대전화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나쁜 것은 기술이 아닌, 이러한 기술을 지원하는 경제적 모델"이라고 선을 그었다.
버넷 교수는 산업의 진화와 기술의 격변으로 사람이 주의를 빼앗긴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증기기관차가 처음 나왔을 때도, 노동을 착취하는 시스템이 비난을 받았다"며 "현재 우리가 마주한 현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사람이 주의력을 뺏기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했다. 버넷 교수는 "AI는 이미 모든 것을 빠르게 바꾸고 있고, 집중력에 대한 영향력도 어마어마하다"며 "AI는 사람보다 더 똑똑하며, 단순히 바둑과 체스뿐만 아니라 사실상 모든 것에서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힘이 있고 자본이 많은 기업들은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활용해 우리의 주의력을 최대치로 착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넷 교수는 이번 GPA총회 현장에서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 위원장과 회동해 이러한 문제를 나눴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수백 년 동안 프라이버시가 무엇인지 논의가 이어져 왔고, 국가는 물론 상업적인 영역에서도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은 강조돼 왔다"며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안전지대"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도 각국 대표단에게 안전지대에 대한 중요성을 전했다고 이야기했다. 버넷 교수는 "(한국 개인정보위를 비롯한) 각국 대표단은 규정과 정책을 만들면서 단순한 통제를 넘어 사람을 보호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꼭 생각해 보기를 부탁했다"며 "보호받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더 발전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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