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법무 담당 수장, "데이터,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만"…AI 규제는 '딜레마'

주요국 개인정보 감독기관 관계자들이 16일 용산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GPA(Global Privacy Assembly)총회에서 AI 시대 데이터 거버넌스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존 에드워드 영국 정보위원회(ICO) 위원장, 마리 로 드니 프랑스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 위원장, 사이먼 체스터맨 국립싱가포르대학교 학과장, 줄리 브릴 하버드이노베이션랩 담당 및 전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규제부문 부사장. [ⓒGPA서울]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주요국 개인정보 감독기관이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데이터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공감대를 표했다. 그러나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작업은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가 자칫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마이클 맥그레스(Michael McGrath) 유럽연합(EU) 민주주의·정의·법치주의·소비자 보호 담당 집행위원은 16일 용산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GPA(Global Privacy Assessment)총회 키노트를 통해 "인공지능(AI) 행동 계획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왔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EU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과 AI 액트(AI Act)를 통해 고위험 AI 영역에 투명성, 데이터 품질 심사, 사전심사 등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맥그레스 집행위원은 "이제 우리는 반드시 데이터를 보호해야 하고, 데이터 흐름을 지켜야 한다"며 "EU의 AI 접근법은 앞으로도 강력하게 데이터 보호를 우선시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EU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주요국도 AI 시대에 특화된 데이터 거버넌스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AI 기본법을 통과시켰고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 12월 'AI 프라이버시 리스크(Risk) 관리 모델'을 공개해 오픈소스 생태계에서의 위험 관리와 책임 배분 방안을 구체화했다. 올해 7월에는 '생성형 AI 개인정보 처리 안내서'를 발간했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AI 시대에 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해야 하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어디까지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존 에드워드 영국 정보위원회(ICO) 위원장은 이날 패널토론을 통해 "우리는 AI 모델이 학습하기 위해 세계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그만큼 데이터의 활동 영역이 국경을 초월했고, 당국이 국경 안의 활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의 상업적 이해관계는 물론 기술이 가져오는 경제적 이익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며 "기회 상실에 대한 두려움까지 존재하는 지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는 데이터 거버넌스 측면에서 가장 활발히 규제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마리 로 드니 프랑스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 위원장은 "EU는 데이터 이용과 재이용을 활성화하되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도록 했고, 데이터 거버넌스를 위해 무엇보다 유럽 차원에서 새로운 규제와 법령을 내놓고 있다"며 "EU 위원회는 AI 정의를 담은 권고안 및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법적 체계와 각 관할권의 안전장치에 대해 명확하게 범위를 정한 또 다른 출간물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데이터 거버넌스는) 개인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 위원회와 의회는 협업을 통해 GDPR과 AI와 관련해 조항을 다시 한번 재정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오히려 규제를 걷어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줄리 브릴 하버드이노베이션랩 담당 및 전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규제부문 부사장은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AI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바이든에서 트럼프 행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릴 담당은 "일부 행정명령 중, 이전 행정부에서 나온 것이 철회된 사례도 있다"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규제 흐름은 크지 않지만, 활성화 노력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한국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 '제1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통해 AI 3대 강국을 위한 데이터 활용 규제 합리화를 논의했다. 현장에서는 생성형 AI 등장으로 광범위한 데이터 활용이 중요해졌지만, 모호한 법적 기준으로 발생하는 저작물 데이터 활용의 제약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수요자와 공급자 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저작권 거래가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회의에서는 올해 11월까지 저작물 공정 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저작권자가 불명확한 데이터 활용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관련 법정 개정을 추진하자는 개선 방안이 나왔다. 또한 저작권자가 명확한 데이터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거래 및 보상체계를 연내 마련해, AI 업계의 저작권 거래 비용을 절감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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