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엄마 화장품" 인식 벗을까…태광, 애경산업 인수로 K-뷰티 시험대

최규리 기자
[ⓒ태광그룹]
[ⓒ태광그룹]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를 계기로 시험대에 올랐다. 섬유·석유화학이라는 전통 주력 사업이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K-뷰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애경산업의 생활용품 부문은 '2080' 치약, '케라시스' 샴푸 등 안정적인 브랜드가 뒷받침하고 있으나, 화장품 부문은 '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에 지나치게 의존해 성장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두 브랜드 모두 MZ세대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인디 브랜드에 밀리면서, 태광그룹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눈길이 쏠린다.

◆인디 브랜드 약진 속 애경 인수, 태광의 해법은= 태광그룹이 애경산업을 품은 배경에는 기존 사업의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주력 사업인 섬유·석유화학 부문에서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고 업황 전망도 밝지 않다. 태광그룹은 지난 7월 정관에 화장품 제조·판매를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소비재 진출을 예고했다. 보유 현금만 2조원 이상인 태광그룹은 17년 만에 대형 인수합병 카드를 꺼내 들었고, 안정적인 생활용품 브랜드와 함께 K-뷰티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애경산업은 국내 소비자에게 친숙한 생활용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다만 성장성을 좌우하는 화장품 부문은 상황이 다르다. '에이지투웨니스'는 2010년대 중반 '에센스 커버팩트'로 홈쇼핑 채널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소비 주축인 MZ세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루나' 역시 컨실러로 입소문을 탔으나 이후 뚜렷한 히트 상품을 내지 못하며 브랜드 파워가 약화됐다. 업계에서는 "두 브랜드가 MZ세대에게 '엄마 세대 화장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애경산업은 지난해 6791억원의 매출과 4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 실적은 매출 3324억원, 영업이익 172억원에 머물러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49% 줄었다.

시장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롬앤', '무지개맨션', '아누아' 같은 인디 브랜드들은 감각적인 제품 디자인과 SNS 기반 마케팅으로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아이돌 협업, 라이브커머스, 한정판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화제성을 만들며 국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또 지난해에는 '에이피알'이 애경산업을 매출 기준으로 추월하며 업계 3위에 올랐다. 기존 중견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신흥 강자가 부상한 것이다.

◆과감한 전략 없이는 반등 어려워 = 태광그룹이 애경산업을 통해 K-뷰티에서 성과를 내려면 과감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브랜드 리브랜딩이 시급하다.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 혁신과 함께 Z세대 감각을 반영한 신규 브랜드 출범을 검토하거나, 제품 포트폴리오 역시 베이스 메이크업 중심에서 벗어나 색조 라인업을 강화해야 한다. 틴트, 아이섀도우 팔레트 등 트렌드 제품군을 확충하고 품질 경쟁력을 높여야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

해외 시장 다변화 역시 필수 과제다. 애경산업은 한때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향후에는 미국, 일본, 동남아 등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 태광그룹의 자금력은 이를 위한 무기로 보이며, 현지 유통망 확보, 글로벌 플랫폼 입점, 마케팅 투자 등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리스크도 크다. 태광그룹은 그간 B2B 위주의 사업을 영위해왔기에, 소비재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전문 인력을 새로 갖춰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화장품 산업은 유행에 민감하고 진입장벽이 낮아 대응 속도가 늦으면 바로 경쟁에서 밀려난다. 자본 투입만으로는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처럼 태광그룹에게 이번 인수는 기회이자 시험대다. 생활용품 부문은 안정적인 버팀목이 되겠지만, 화장품 부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인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MZ세대와의 접점을 되찾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가 시급하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이 애경산업을 통해 브랜드를 보유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세대 교체 흐름을 얼마나 민감하게 읽고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특히 색조와 스킨케어 등 핵심 카테고리에서 차별화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면 인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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