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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찍먹]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지도 없이 떠나는 험난한 모험

이학범 기자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공식 홈페이지]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공식 홈페이지]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명작 매트로배니아 게임 중 하나로 꼽히는 '할로우나이트'의 후속작 '할로우나이트: 실크송(이하 실크송)'이 지난 4일 출시됐다. 지난 2019년 첫 공개부터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실크송은 출시 직후 온라인 게임 숍들의 서버가 마비되고, 스팀 최고 동시접속자 수 58만명을 돌파하는 등 존재감을 입증했다.

약 6년의 기다림 끝에 출시된 실크송은 화제성만큼 초기 반응도 극적으로 나뉘고 있다. 발전한 그래픽과 신규 시스템들에 대한 호평이 있는 한편, 과도한 난이도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실크송은 전작의 요소들을 발전된 형태로 계승한 동시에,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적 재미에 충실한 게임이다. 다만 깊어진 게임의 디테일이 장르적 특성과 맞물리면서 진입장벽을 높였다.

메트로배니아는 이용자들로 하여금 길을 찾기 위해 맵을 배회하고, 반복 탐색을 통해 숙련도를 쌓도록 유도하는 등 공간적인 매력을 강조한 장르라 할 수 있다. 실크송은 이러한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기본기를 잘 지켰다.

'할로우나이트: 실크송'는 아이템 지도, 나침반 등을 구매해야 길을 알아볼 수 있다.
'할로우나이트: 실크송'는 아이템 지도, 나침반 등을 구매해야 길을 알아볼 수 있다.

실크송은 지도 없이 떠나는 여행처럼 맵 어딘가에 있는 상인을 찾아가 지도를 구매하기 전까지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지도 역시 주변 지형만 표시할 뿐 다음 지역으로 가는 단서가 되진 않는다. 나아가 아이템 나침반을 구매하기 전까지는 지도에 캐릭터의 현 위치도 표시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맵 곳곳을 탐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접하고, 진행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얻으며 한층 성장하게 된다. 어려운 난이도의 구간도 여러번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하게 됐다. 새로운 능력이 해금될 때 마다 이전에 닿지 못한 장소로 나아갈 수 있어, 플랫포머 장르 특유의 재미가 탐험에 매력을 더했다.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사운드다. 실크송의 사운드는 단순 BGM이 상황에 맞게 흘러나오는 것을 넘어 이동을 위한 단서이자,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가 됐다. NPC, 몬스터 등 게임 내 등장인물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탐험에 대한 간접적인 힌트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했다.

나아가 전작 주인공 '기사'의 경우 아무런 대사가 없어 즉각적으로 이야기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실크송은 주인공 '호넷'이 등장인물과 대화하면서, 캐릭터의 상황이 직관적으로 이용자들에게 제공돼 한층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로 작동했다.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보스전.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보스전.

보스와의 전투는 실크송의 백미다. 역동적인 모션으로 구성된 공격 패턴과 함께 플랫포밍 능력을 활용해 각 기믹을 돌파하는 긴장감이 훌륭하게 구현됐다. 특히 공격별 모션이 다양해 보스의 다음 공격을 이용자들이 예상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공략의 재미를 높였다.

다만 실크송의 모든 전투가 보스전처럼 매력적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실크송은 이동 구간에서 나오는 작은 몬스터들도 각기 다른 패턴을 구사할 뿐 아니라, 대부분 체력 2칸의 피해를 입힌다. 게임 초반 최대 체력은 5칸에 불과해, 단 3번의 공격만 받아도 사망한다. 이는 이동 중 발생하는 짧은 교전에도 긴장감을 갖도록 만들지만, 동시에 반복되는 실패로 피로감을 누적시키는 요소가 됐다.

실크송의 저장 시스템인 '의자'도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주원인이다. 실크송은 의자에 도달해야 체력을 모두 회복할 수 있으며, 의자를 이용하는 즉시 해당 장소가 부활 장소가 된다. 물론 의자가 어디에 있는지 게임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사망 시 이동 거리만큼 재화를 회복하기 위해서 해당 장소에 다시 이동해야 한다.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보스전 실패 이후 다시 이동하는 장면.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보스전 실패 이후 다시 이동하는 장면.

또한 부활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사망한다면 이전에 사망하면서 잃었던 재화는 모두 사라진다. 재화를 모두 잃는 가혹한 시스템이 게임 진행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흥미로운 점은 각각의 요소만 놓고 본다면 완성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맵 디자인은 탐험 욕구를 자극하고, 몬스터들은 각기 다른 패턴으로 전투의 재미를 높였다. 다만 해당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허용 가능한 스트레스의 범주를 넘겼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게임 진행 중 연출 장면.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게임 진행 중 연출 장면.

개발사 팀 체리는 이같은 논란을 빠르게 수용했다. 지난 9일 공개된 첫 패치 예고에서 초반부 난이도를 낮추는 업데이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초반 구간의 진입장벽을 완화해 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11일 기준 실크송은 평론 전문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전문가 평점 92점을 기록하면서, 올해 출시된 게임 중 최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다만 스팀 내 이용자 평가에서는 72%의 긍정 평가를 받는데 그치며, 전문가와 이용자들의 평가가 다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패치와 업데이트가 이어진다면 완성도는 한층 높아지면서, 이용자들의 평가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실크송은 길을 잃는 동시에 길을 만들어나가는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재미를 극대화한 게임일 뿐 아니라, 전작 대비 예술적 완성도도 높아졌다. 다만 장르의 특징과 게임성의 발전이 맞물리면서 난이도 상승으로 이어졌고, 탐험 과정에서 때때로 피로가 느껴지도록 구성됐다. 난이도가 조율된다면 실크송은 다시 한번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대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학범 기자
ethic95@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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