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딥테크] 챗GPT보다 강한 '팬덤' 잡았다... 버티컬 AI 3사 성공 비결
디지털데일리와 마크앤컴퍼니의 스타트업 성장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이 인공지능(AI) 중심의 딥테크 시장 분석과 성장기업 발굴에 힘을 모읍니다. "이 시장, 이 기업 왜 떴지?" '라이징딥테크'에서 심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요즘 AI 업계에서 '선택과 집중'은 생존과 직결되는 키워드로 꼽힙니다. 지금이 'AI 대전환' 시대라고 하지만, 초창기 우리가 흔히 상상했던 범용 AI 서비스 시장의 패권은 이미 오픈AI(챗GPT)와 구글(제미나이), 앤트로픽(클로드) 같은 소수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게 넘어갔다는 평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의 뒤늦은 추격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이를 위해 당장 수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필요할 뿐더러 기술 격차 해소, 최고급 인재 확보 측면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BEP) 달성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사실 BEP는 아직 AI 빅테크들도 도달하지 못한 지점이지요. 이 가운데 자금, 시장 규모마저 열세인 한국의 기업들이 직접 경쟁에 나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에 최근 AI 산업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한국이 우선 AI 서비스 시장부터 공략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아 조언합니다. 바로 '버티컬 인공지능(Vertical AI)' 전략입니다.
버티컬 AI란 '특정 분야, 타깃 고객 수요에 특화된 AI 기술 및 서비스'를 총칭합니다. 응용 분야는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금융, 법률, 의료, 제조 등 대단위 산업부터 작문, 검색, 요약, 이미지 등 한층 세분화된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는 AI까지 포함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모든 버티컬 AI 서비스에 요구되는 생존 조건은 동일합니다. 그들의 목표로 설정한 영역만큼은 반드시 '범용 AI보다 나은 성능과 사용자 만족'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대형 경쟁사들을 제치고 소비자의 지갑까지 열어야 합니다. 결코 쉬운 과제라고 할 수 없지요. 일례로 그 유명한 오픈AI조차 올해 8월 기준, 챗GPT의 주간 사용자는 무려 7억명을 돌파했지만 유료 사용자는 500만명(0.7%)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런 환경에서도 스스로 생존의 답을 찾아가는 기업들, 유의미한 성장 신호로 이목을 끄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오늘 딥테크라이징 2회차에서는 버티컬 AI 분야에서도 특히 공략 난이도가 높은 B2C(일반소비자대상)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 3곳의 핵심 전략과 접근법을 압축적으로 소개합니다.
선정 기업의 성장세는 혁신의숲이 제공한 서비스별 방문자 수, 거래액, 기업가치 등의 정량 지표를 참고하였으며, 세부 전략은 기업별 공식 질의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 "챗GPT보다 낫네" 대학생활 메이트 '다글로'
첫 주자는 AI 에이전트 플랫폼 '다글로(Daglo)'를 운영하는 액션파워입니다. 혁신의숲이 수집한 기업 성장지표 분석 결과, 다글로의 소비자 거래액과 평균 거래 단가는 1년 새 약 3배나 증가해 눈길을 끕니다. 특히 다글로의 주사용자층이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낮은 20대 대학생과 직장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현재 다글로의 주력 서비스는 AI 기반의 음성녹음 및 텍스트 변환 기능입니다. 이 분야는 국내에서 네이버의 '클로바노트'가 유명한데요. 다글로는 지난해부터 클로바노트 대비 정교하다는 평을 받는 음성인식 및 변환 기능을 중심으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지난 2024년, 학생 수요에 최적화된 부가 기능을 집중적으로 업데이트한 결과, 현재는 '20대 대학생'이라는 고유의 팬덤과 성장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액션파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는 2024년 대비 마케팅 비용이 80% 감소했습니다. 반면 사용자 자연 유입은 크게 늘어 마케팅 효율이 전년 대비 약 5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이런 액션파워의 핵심 전략이자 내부의 질문은 언제나 '이걸 쓰면 시간이 더 아껴지는가?'라고 합니다. 이 질문과 답이 바로 생산성 서비스의 핵심 본질이란 설명이죠. 가령 다글로의 학생 사용자가 즐겨 찾는 기능 중 하나인 '시간표'는 평범하지만 강의 시작 1분 전에 알림을 보내 녹음 받아쓰기를 놓치지 않게 합니다.
녹음된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공 옵션이 부여됩니다. 완료 직후 AI 핵심 요약 자동 생성, 내장된 채팅 인터페이스에서 AI를 이용해 핵심 내용 질의, 정리 등이 가능하며 20종류의 요약 보고서 템플릿도 제공됩니다. 최근에는 업로드 문서의 원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번역된 문서를 만드는 에이전트 기능이 추가되어 다양한 원서 자료, 해외 참고 자료 학습 측면의 활용성도 증가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따져 보면 하나하나 사용자의 실제 워크플로우에 맞춰 실사용도가 높은 기능들만 구성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글로가 젊은 세대를 공략한 또 하나의 무기는 '가성비'입니다. 현재 유료 사용자 기준 월 2만4900원에 오픈AI의 GPT-5, 구글의 제미나이 2.5, 퍼플렉시티 등 주요 대화형 AI 9종의 채팅 기능이 무제한 제공되고 있지요. 액션파워에 따르면 기타 에이전트 기능을 포함할 경우 월 '20만원 상당의 패키지를 약 10% 가격에 사용하는 셈'인데, 주머니 사정이 얇은 대학생은 물론이고 일반 사용자들도 환영할 만한 대목입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1년 사이 다글로의 소비자 거래액은 가입자 성수기-비성수기에 따라 다르지만 기간별로 최소 3배에서 9배 증가한 점이 확인됩니다. 또한 다글로에 따르면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 대비 유료 구독자 비중도 약 4배 증가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점도 확인됩니다. 실용성에 집중한 생산성 기능, 주요 타깃인 학생 그룹의 니즈와 경제력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단기간에 빛을 발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액션파워 관계자는 "앞으로도 광고 소비에 대한 포인트 지급 시스템을 마련해 구독료를 대신 지불하는 기능. 학생 외에도 사무직, 콘텐츠 제작자들 고유의 작업 프로세스에 대응하는 'AI 작업 파트너' 구현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 학계가 꿈꾸던 '제로 환각' 리서치 파트너 '라이너'
다음 주자는 AI 검색 플랫폼 '라이너(Liner)'입니다. 토종 기업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12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해 국내보단 해외에서 더 유명한 서비스죠. 특히 검색이란 특성상 라이너는 챗GPT, 퍼플렉시티와 같은 글로벌 AI 플랫폼 기업들을 직접적인 경쟁 대상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혁신의숲 수집 데이터에 따르면 라이너는 올해 8월 기준 매출이 1년 만에 무려 341% 증가해 눈길을 끕니다. 게다가 이 기간 직원 수는 1.6배 증가한 63명인데, 직원당 매출은 약 3.5배 늘어나 수익성이 질적으로 크게 개선된 점도 눈에 띕니다.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전문가'와 '신뢰성 확보'에 집중하는 전략이었습니다.
현재 각계에서 AI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공통의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환각(Hallucination)'입니다. 사용자의 질문에 AI가 오답을 정답처럼 그럴 듯하게 꾸며서 출력하는 현상이죠. 기술 발전에 따라 그 빈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은 언제 어디서, 어떤 환각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AI의 완전한 보급을 막는 걸림돌입니다. 이 문제는 신뢰성 확보가 특히 더 중요한 학계와 각 산업별 전문가들에게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현재 라이너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제로(Zero) 환각'에 가장 근접한 서비스로 평가됩니다. 관련하여 두드러지는 차별점은 모든 답변에 '문장별 출처'를 제공하는 전략인데요. 이를 통해 단 하나의 정보도 AI가 임의로 생성하지 않도록, 사용자가 모든 원문을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문 사용자들의 즐겨 쓰는 심층 보고서 생성 기능의 속도도 주요 경쟁 서비스인 챗GPT, 퍼플렉시티의 5~10분 대비 1~2분 수준의 빠른 속도를 보여줍니다.
또한 주요 타깃을 대학생, 대학원생, 석·박사 등 학계 사용자들로 설정하고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전략도 주효했는데요. 실제로 라이너는 지난해 일반 검색 외 '학술검색'을 추가해 방대한 논문 DB 중심의 고품질 검색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 논문 및 보고서 작성 시 번거로운 인용문 생성 기능도 제공해 불필요한 작업 부담을 최대한 덜어내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이는 지금도 라이너만의 특화 서비스로, 사용자들이 타사 서비스로 이동하기 어렵게 만드는 록인(lock-in, 잠금) 효과에 일조하고 있지요.
이를 바탕으로 고유 팬덤을 확보한 라이너는 올해 학계 특화 전략을 더욱 강화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바이브 리서치(Vibe Research, 사전에 엄밀한 논리를 설계하지 않아도 AI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것)'란 개념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AI 리서치 에이전트'로 진화에 나선 상황입니다. 바이브 리서치 프로세스를 이용해 사용자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AI로 가설 생성, 인용 추천, 문헌 조사, 피어 리뷰에 이르는 초기 연구 전과정을 빠른 속도로 진행해볼 수 있습니다.
라이너 관계자는 "연구자, 전문가가 의심 없이 정보를 탐색하고 탐구할 수 있는 글로벌 학술·비즈니스 AI 시장의 대표를 꿈꾼다"며 "현재 사용자들도 라이너가 정보 탐색과 반복 업무에 들이는 시간을 크게 절감해 주는 것에 큰 만족감을 표시하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 한국 청년, 셋 중 하나는 '뤼튼'을 택한 이유
마지막 주자는 한국인의 생활 밀착형 AI 서비스 플랫폼 '뤼튼(Wrtn)'입니다. 혁신의숲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산 B2C AI 플랫폼 중에서는 다방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가 엿보이는 스타트업입니다. 특히 뤼튼의 20대 이하 고객 비중은 57.3%, 30대 고객 비중 36.3%로 90% 이상이 청년층으로 확인되는데요. 현재 뤼튼테크놀로지스가 밝히는 MAU는 500만명 이상입니다. 이를 2025년 주민등록상 10~30대 인구 약 1700만명과 비교하면 한국 청년 약 3분의 1은 뤼튼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현재 뤼튼이 집중 공략 중인 포인트는 '한국인의 생활' 그 자체에 가깝습니다. 언뜻 광범위해 보이지만, 뤼튼 플랫폼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글로와 마찬가지로 일상 내 생산성이 높은 '알짜 기능 패키지'에 가까운 구성이 특징입니다. 기본적인 질의응답 및 실시간 이슈를 정리해 주는 AI 검색부터 ▲이미지 생성 ▲유튜브-문서-웹 요약 ▲고민 상담 ▲강의녹음 노트 ▲레포트 ▲면접 준비 ▲발표 대본 ▲블로그 ▲상품 상세페이지 ▲자기소개서 ▲카피라이팅 ▲SNS 게시물 생성 등 누구나 널리 사용할 만한 AI 앱 기능이 사전제작 형태로 뤼튼에 내장되어 있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AI 무료 전화영어' 기능도 추가되면서 정보 탐색과 콘텐츠 제작, 문서 처리, 어학에 이르는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뤼튼 방문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런 전략은 경쟁 앱인 챗GPT나 제미나이처럼 사용자가 직접 AI 프롬프팅(명령어 설계)을 해야 하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AI 초보자들도 앱 접근을 쉽게 만들어 주는 효과를 만듭니다.
전체 서비스 무료 제공 전략도 눈에 띕니다. 경쟁사들처럼 서비스 이용료를 사용자에게 직접 받는 대신 자체 기술로 검색 원가를 꾸준히 낮추고, 최근 분사한 AI 캐릭터챗 서비스인 '크랙'(하루 매출 1억원 수준)을 통해 필요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지난 3월 1080억원에 이르는 시리즈 B 투자까지 유치한 만큼, 뤼튼은 앞으로도 소비자 대상의 단기적인 수익화 대신 생활 밀착형 무료 AI 전략을 지속하며 서비스 규모를 키우겠다는 전략입니다.
뤼튼 관계자도 "현재 대부분의 AI가 생산성 위주의 기능을 소비자에게 제공하지만, 해당 기능을 사용하는 시간은 24시간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뤼튼은 생산성을 포함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감정·취향·상황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AI 서포터"라고 설명했습니다.
뤼튼의 중장기 비전은 서포터에서 나아가 동반자(Companion)가 되는 것입니다. 뤼튼 AI 서비스 전반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하는 생활형 시나리오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특히 뤼튼의 이런 성장 전략과 과정은 '국민 인터넷 플랫폼 기업' 네이버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과거 네이버가 지식iN 검색, 가격비교 쇼핑 등 일상과 맞닿은 무료 서비스를 바탕으로 기반을 닦고, 현재와 같은 종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거듭난 것처럼 말이지요.
■ 맞춤형 기능을 넘어, '경험(UX)'으로
액션파워, 라이너, 뤼튼테크놀로지스의 사례를 전체 버티컬 AI 산업에 두고 말하기에는 아주 작은 한 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산업에서 주목받는 여러 기업들과 이들 세 회사의 공통점만은 분명합니다. 바로 단순한 특화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한발 나아가, 타깃 사용자들을 설득한 독자적인 사용자경험(UX)입니다.
무엇보다 이 경험에는 사용자의 고민을 덜어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따릅니다. 다글로를 실행하는 순간, 강의 녹음부터 정리와 분석, 정보 검색에 이르는 전 과정이 연결되고, 라이너 역시 고급 정보 검색과 연구 수행 전 단계에 관여하며 사용자를 돕는 것처럼 말입니다.
뤼튼 역시 생활 전반을 조력하는 에이전트 플랫폼으로서 지속적인 사용자 방문을 끌어냅니다. 단순 질의응답 중심인 챗GPT와는 차별화되는 대목이지요. 또한 3사의 서비스 모두 뚜렷한 편익 제공 대비 저렴한, 또는 무료 서비스 중심의 성장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조금 느릴지언정 그들만의 확실한 팬덤 확보하고, 팬덤을 통한 수익화 기회와 사업 확장을 모색하는 연착륙 전략인 셈이지요.
이처럼 성장하는 버티컬 AI 플레이어들은 처음부터 거대한 산이 아닌 한 그루 나무에 집중하며 점차 숲을 가꿔가는 이들입니다. 또한 이런 버티컬 AI가 하나하나 모여, 과거 스마트폰 시대에 서드파티 앱(App)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듯 앞으로 전세계 AI 산업 생태계의 중요한 일각을 이룰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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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딥테크' 시리즈는 스타트업 성장분석 플랫폼 '혁신의숲'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1만2000여개의 스타트업, 400여개 투자사의 성장지표는 혁신의숲 공식 웹페이지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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