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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美구금] ① 비자 관행 '뒤통수'…美, 현지 건설사 부재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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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현 기자

전기차 전환의 대명제로 떠오른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전략은, 이제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이민·노동 규제와 직결된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HL-GA 사태는 비단 비자 제도의 허점만을 드러낸 것이 아닙니다. 합작투자의 성격, 시공 주체의 국적, 고용 창출의 시점 등 복합적인 요인이 뒤엉켜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미국 당국 간의 미묘한 이해관계가 만들어낸 이례적 사태를 통해, 우리는 글로벌 공급망 시대의 ‘보이지 않는 장벽’과 그 안에서 한국 산업이 마주한 현실을 함께 짚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7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미국의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이하 HL-GA 배터리 회사) 무더기 구금 사태의 원인으로 발급이 비자 공백 문제가 꼽힌다. 단기 출장 목적 상 발급이 어려운 주재원·전문직 취업 비자의 존재로 업계 내 관행이 존재해왔다는 의미다. 특히 건설·토목 등 초기 과정 중 한국 기업이 다수 참여한 것을 두고 미국 측에서 불만을 삼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 우리나라 대통령실, 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국 조지아주의 HL-GA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명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된 것에 대한 석방 교섭이 마무리단계에 들어섰다.

체포된 한국인들은 이르면 오는 10일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귀국할 것으로 예상되며, 강제 추방이 아닌 자진 출국으로 기록될 것이 유력하다. 다만 자진 출국으로 추방 기록이 남지 않더라도 보유한 비자 형태나 체류 상황에 따라 미국 재입국 시 입국 거부 등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HL-GA 배터리 회사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이다. 지난 2023년 5월 양사가 44억달러 규모의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같은 해 하반기 착공에 돌입했다. 최근 들어서는 공장에 대한 건설은 완료된 상태이며, 내년 초 공장 본격 가동을 위해 장비 반입과 설치 등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 비자, 무엇이 문제였나.

이번 체포·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한 대상자들은 전문직 취업비자(H-1B)가 아닌 전자여행허가제(ESTA), 사업 방문자용 비자(B-1)·여행자용 비자(B-2) 등을 발급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원칙적으로 국내 기업 직원이 미국에서 노동을 하려면 H-1B나 주재원 비자(L-1, E-2 직원)를 받아야 하지만, 절차적 문제로 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H-1B의 경우 미국 전체에서 연간 8만5000명에게만 발급되는 추첨 형태의 비자다. 미국으로 향하는 취업자들의 인원 수를 고려하면 사실상 받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L-1과 E-2 직원 비자의 경우 미국 지사가 있고 전문성이 확보되는 인력에 한정해 발급이 가능하지만 시간과 비용적 소모가 크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장비 설치 과정이 60일에서 90일 정도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 대비 비용이 높아, B1, B2, ESTA와 같은 비자 발급을 선호해왔다.

전임 정부였던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을 통한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 활동 등으로 이를 암묵적으로 묵인해왔다. 그러다보니 업계 등의 비자 발급 확대 요청에도 우리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미비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이같은 관행마저 엎어지면서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

◆ 현실은, 어려운 발급에 거부 당하면 불이익 감당해야

배터리 업계에서는 L-1, E-2와 같은 비자들이 비용을 떠나 현실적으로 받기 조차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미국 행정부가 현지 근로자 고용을 이유로 발급 허락을 매우 제한적으로 취해온 데다, 트럼프 행정부를 거쳐서는 이러한 기조가 더욱 강해져 비자 발급 거부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러한 비자 발급 거부 이력이 생기게 되면 추가로 거부당할 확률도 매우 커져, 안정적인 미국 출장을 위해서는 대안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비 반입과 설치를 위한 절차는 숙련된 국내 인력으로 구성한 근로자가 갈 경우 통상 60일에서 90일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비숙련자인 미국 현지 인력을 고용해 교육, 설치하게 되면 짧으면 5개월, 길면 1년도 넘게 걸리게 되는 것"이라며 "비자 발급 절차에서 거부당하게 되면 다른 비자를 발급하더라도 입국 심사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적 부담도 커진다. 다른 대체제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ESTA나 B1과 같은 비자뿐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 시공사 줄다리기? 어디까지 투자해야 되나

일각에서는 이번 HL-GA 배터리 회사가 단속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건설·토목 공사 당시 높은 한국 업체의 비중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지 공사 업체가 아닌 현대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시공사가 선정되면서 건설 측 현지 고용자 발생이 다소 줄었고, 이를 겨냥해 단속 대상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통상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진출 시 한국 시공사와 현지 시공사에 비슷한 물량을 주거나 현지 시공사를 거쳐 건물 구축에 나선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외국계 자동차 기업과의 합작법인과 자체 미시간주 공장 등에서 대체로 현지 업체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두 국내 기업 간 합작으로 국내 시공사의 비중이 높아지자, 이걸 겨냥해 HL-GA 배터리 회사를 표젹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를 추정케 하는 한 미국 공화당 정치인의 주장도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지아주 기반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6일(현지시간) 통화에서 "세제 혜택을 줬지만 한국 기업들은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조지아 주민을 고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에 국내 업계에서도 반발이 나오는 모양새다. 미국 주정부 등과 협의한 인센티브 요건에 포함된 고용 창출 항목은 토목·건설 등에서도 발생하지만, 공장 건설 후에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단독 공장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지난 2022년 기준 약 1500명에 달하는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에서도 1000명이 넘는 인력 고용 창출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철폐 등 정책적 지원이 줄면서 투자를 집행 중인 배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출장비조차 아껴야 되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이러한 공장의 건설과 설치가 빨라져야만 미국 내 고용 창출과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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