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美구금] ② IRA 약속, 비자는 제약…투자 동맹 '허점' 드러났다
전기차 전환의 대명제로 떠오른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전략은, 이제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이민·노동 규제와 직결된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HL-GA 사태는 비단 비자 제도의 허점만을 드러낸 것이 아닙니다. 합작투자의 성격, 시공 주체의 국적, 고용 창출의 시점 등 복합적인 요인이 뒤엉켜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미국 당국 간의 미묘한 이해관계가 만들어낸 이례적 사태를 통해, 우리는 글로벌 공급망 시대의 ‘보이지 않는 장벽’과 그 안에서 한국 산업이 마주한 현실을 함께 짚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7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IRA 인센티브와 고객사 신뢰 '이중 압박'
특수 비자 제도 공백, 근본적 대책 시급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미국 현지에서 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단순한 비자 문제를 넘어 정치적 파장에 대한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직후 불거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투자를 독려해놓고 오히려 제약을 주는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신규 배터리 공장 건설 과정에서 파견 근로자 일부가 구금되는 상황을 맞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과 함께 'HL-GA 배터리 컴퍼니(HMGMA)'라는 합작 법인을 세워 조지아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총 투자금액은 약 5조7000억원 규모로, 완공 시 연간 30기가와트시(GWh)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말 완공, 2026년 초 양산을 목표로, 현대·기아차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전담 공급하는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 정치적 맥락, 동맹의 그늘
미국 당국은 현지에서 통용되지 않는 단기 체류용 비자(B1·B2) 사용을 문제 삼았다. 특수 산업인력을 위한 명확한 비자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들이 임시방편으로 활용해온 '관행'이 결국 문제로 터져 나온 셈이다.
업계는 이번 사태의 시점에 주목한다. 불과 열흘 전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양국은 배터리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산업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한국 기업들이 잇달아 현지에서 규제와 제재를 맞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통해 투자를 압박하면서도, 정작 투자 과정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옥죄고 있다"라며 "동맹이라기보다는 투자자에 대한 제약을 주는 모순적 태도"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는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라는 선을 긋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한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시기와 맥락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문제는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현장 인력이 빠지면서 건설 일정이 지연됐고, 이는 공장 가동 준비와 직결된다. 단순히 인력 공백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와 체결한 납품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는 IRA 인센티브 확보와 북미 고객사 대응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일정 차질이 누적되면 고객사와의 관계뿐 아니라, 향후 투자 확대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을 운영 중인 업체들 모두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라며 "투자와 생산 일정이 지연될 경우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북미 완성차와의 관계 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지아주 합작공장은 현대차·기아와 직접 연결된 공급망의 핵심으로, 이번 구금 사태로 일정 차질이 발생하면 완성차 납품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단속 강화 기조가 확산될 경우 현지 생산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업종 전반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LG에너지솔루션]
◆ 공장 지연, 신뢰도 하락…제도 보완, 정부 협상 필요성 커져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지적한다. 산업 파견 인력을 위한 별도의 비자 카테고리가 없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기업들은 임시 비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언제든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였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 연구원은 "이제는 관행으로 불리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협상해 산업인력 비자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단위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정부가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줘야 글로벌 투자 환경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동맹의 그늘' 속에서 발생한 구조적 모순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투자를 독려해놓고, 정작 투자한 기업들을 제약으로 옥죄는 것은 신뢰를 해치는 행위로, 한국 정부도 이번 문제를 소극적으로 넘어가지 말고,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해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협력의 이름 아래 추진되는 투자가 실제 현장에서는 불합리한 규제로 막히고 있다"라며 "동맹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책적 일관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단순히 일회성 사건으로 끝날지, 제도적 개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지는 향후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라고 지적했다.
올 시즌 리그 첫 도움 이재성, 네이버가 주목한 일상은?
2026-09-09 19:03:52파인더스에이아이, '뚜쥬루'에 'AI 베이커리 스캐너' 구축
2026-09-09 19:03:43[일문일답] 카카오모빌리티 "서울자율차, 강남 자율주행 귀책사고 0건"
2026-09-09 18:12:50“12대7로 벌어진 이사회”…최윤범,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벽 높였다
2026-09-09 17:38:39[르포] "수화기 들고, 취향 섞고, 세계로"…성수에 펼쳐진 '스포티파이 팬심'
2026-09-09 17:3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