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내준 애경그룹, 반등 카드는 어디에…제주항공 올인하나

애경산업 사옥. [ⓒ애경그룹]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애경그룹이 결국 그룹의 뿌리이자 핵심 사업군이었던 애경산업을 태광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2080' 치약, '케라시스' 샴푸, '에이지투웨니스' 쿠션팩트 등으로 국내외 생활소비재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였던 애경산업은 한때 K뷰티 성장세에 올라타며 그룹의 성장 엔진 역할을 했지만, 자체 브랜드 육성 성장세가 둔화해 매각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는 그룹의 모태 기업 매각은 자산 정리가 아닌, 애경그룹이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성장 스토리를 잃은 셈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지분 63%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꾸려진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애경산업은 40년 가까이 몸담아온 그룹을 떠나 태광그룹 계열사로 편입된다.
애경그룹이 애경산업을 내놓은 배경에는 급격히 악화된 재무구조가 자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지주사 AK홀딩스의 부채는 약 4조원, 부채비율은 328.7%에 달했다. 항공·화학·유통 부문의 동반 부진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되자, 그룹은 중부CC를 매각한 데 이어 결국 모태인 애경산업까지 처분하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지난해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는 제주항공을 비롯한 그룹 전체 이미지에 타격을 주며 추가 악재로 작용했다. 신뢰도 추락은 곧 항공 수요와 투자자 신뢰 약화로 이어졌다. 현재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16%, 제주항공 지분 53.59% 대부분이 금융권 담보로 묶여 있어, 그룹 전체가 자금 운용에서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매각 대금은 채무 상환과 담보 해소에 우선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 남은 포트폴리오의 한계=애경산업을 떼어낸 애경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저비용항공사(LCC) 1위 제주항공 ▲AK플라자 중심의 유통 ▲일부 부동산 자산 ▲애경케미칼을 포함한 화학 부문 정도로 요약된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시장 점유율 1위지만, 저가항공업 특성상 유가와 환율에 극도로 취약하다. 팬데믹 이후 여객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FSC(대형항공사)와의 경쟁과 노선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안정화는 쉽지 않다. 여기에 최근 국내 항공사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노선 차별화도 제한돼 수익 구조 개선에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AK플라자는 수도권 일부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지만, 신세계·현대·롯데 등 빅3와 비교해 외형과 브랜드 파워가 미약하다. 온라인 커머스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져 장기 성장 동력으로 보기 어렵다. 부동산 자산은 안정적 현금흐름을 제공하지만, 성장 엔진이라기보다는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화학 부문 역시 업황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여 그룹의 미래를 담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주항공 B737-8 항공기. [ⓒ제주항공]
◆ 반등 카드, 세 가지 시나리오…숨 고르기 뒤 시험대=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의 반등 가능성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우선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한 사업 확장이 거론된다. 항공 운송에 머무르지 않고 여행·관광 전반으로 외연을 넓히는 방안이다. 다만 항공업은 유가와 환율, 노선 경쟁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해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또 다른 가능성은 신규 소비재와 헬스케어 분야 진출이다. 애경산업이 생활용품을 통해 축적한 경험을 기반으로 ESG 흐름에 맞춘 친환경 제품이나 웰니스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자체 투자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제휴나 합작 형태가 현실적 대안으로 지목된다.
지주사 중심의 슬림화 전략도 가능하다. 부채 상환과 자산 매각을 통해 구조를 단순화하고 핵심 계열사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성장 동력보다는 생존에 무게를 두는 접근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애경산업 매각은 애경그룹에 숨통을 틔워준 동시에 성장축을 잃게 만든 양날의 선택으로 관측된다. 단기적으로는 부채 부담을 줄이고 유동성 위기를 완화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그룹 위상은 중견 수준으로 축소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은 모태 기업을 내려놓은 만큼, 이제는 제주항공 이후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가 진짜 시험대"라며 "소비재·헬스케어 등에서 틈새를 찾거나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그룹의 미래는 방어적 운영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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