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로드-맵⑦] "정밀지도 반출 후엔 행정력 못 미쳐"…'정보 주권' 변수로
한미 관세협상 타결 직후 통상 협의 대상에서 제외된 '고정밀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논의는 양 국가가 정상이 만나는 회담에서 다뤄지게 됐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나 반출을 신청한 구글을 비롯해 국내 공간정보 산업을 확장하려는 미국 빅테크들로 인해 한국 고정밀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논의는 글로벌 이슈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두고 우리 정부도 신중론을 취하고 있는 만큼 오는 11일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이하 협의체)'의 최종 결정과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디지털데일리>는 'K-로드-맵'을 통해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이 갖는 함의를 ▲정책·안보 ▲산업·경제 ▲사회·윤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해 보고 K-맵 산업에 대한 비전과 경쟁력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 챗GPT 생성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드론,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및 빌딩, 디지털트윈, 로보틱스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주요 인프라로 도로 데이터를 포함한 '지도'가 핵심 요소로 꼽히는 만큼 빅테크의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 요청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 번 반출을 허용한 이후엔 한국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아 자국민의 정보 주권을 지켜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7일 IT업계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들이 공간정보산업을 대폭 확장하면서 각 국의 로컬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애플의 비전프로처럼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증강현실(AR)·혼합현실(MR)·확장현실(XR) 디바이스는 물론 물리적 공간을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또한 빅테크 기업들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올랐다. 해당 기술들은 모두 현실 공간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밀지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배경은 이런 미래 산업의 발전과도 관련이 깊다. 차선 단위의 세세한 정보가 포함돼 있는 만큼, 미래 첨단 기술 분야와 결합 시 부가가치가 크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량에 정밀지도가 탑재된다면, 차선 단위의 정밀 내비게이션 안내가 가능해지는 형태다.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지난 5월 국회토론회에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단순한 길 찾기 용도를 넘어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AI 공간분석 등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정밀지도는 한 번 반출되면 기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반출 반대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일단 반출이 이뤄지고 나면 정밀지도 내의 다양한 벡터, 고도, 좌표 데이터 등이 모두 복제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한시적 대여나 조건부 제공이 가능한 데이터가 아니라는 의미다.
한 번 반출되면 해당 정밀지도 데이터의 활용·재가공 또는 편집에 대해 한국 정부가 행정력을 미치기도 어렵다. 특히 미국은 2016년 '클라우드 액트(CLOUD ACT)를 제정, 미국 정부가 빅테크 클라우드 기업이 보유한 타국 국민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 지도 데이터가 반출된다면 관련 정보 주권이 미국 정부의 관할권 아래에 놓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독자적인 AI 개발을 위해서는 데이터와 인프라, 모델링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갖춰져야 하는데 정밀지도는 이 중 가장 중요한 데이터와 인프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IT 빅테크에 맞서 자국의 IT주권 수호를 위한 움직임들이 거세져가고 있는 가운데, 반출 승인 여부는 이에 역행하는 것과 다름없는 사실상 데이터 주권 포기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구글은 2011년, 2016년에 이어 올해 2월 다시 한 번 국내 1대5000 고정밀지도 반출을 요구해왔다. 애플은 2023년에 이어 올해 다시 한 번 반출 신청에 참전해 구글과 나란히 정밀지도 반출 신청을 하게 됐다. 국토교통부 주관 아래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는 구글의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오는 11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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