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SaaS를 재설계한다…CRM까지 바꾸는 ‘에이전트 전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마케팅 기술을 의미하는 ‘마테크’ 세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마케터들 편의를 위해 클릭과 캠페인을 자동화하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이제 스스로 고객 행동을 이해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5일 마케팅 테크놀로지 기업 에이비일팔공(AB180)이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한 ‘모던 그로스 스택 2025’에선 AI 기반 마케팅 기술 변화와 그 대응 전략이 집중 조명됐다. 이날 연사로 나선 AB180, 브레이즈(Braze), 앰플리튜드(Amplitude) 등 국내외 SaaS 기업들은 AI를 전면에 내세운 회사 진화 방향을 공유하며 고객 경험 혁신과 관련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남성필 AB180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모든 SaaS는 에이전트화될 것이다”라며 핵심 메시지를 전했다. 단순한 도구적 AI 활용이 아니라, 목표와 맥락을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실행하는 ‘AI 에이전트’가 SaaS 다음 진화라는 설명이다.
그는 “에이전트는 단순히 시키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분석하며 스스로 최적의 전략을 찾아가는 자율형 조수”라고 정의했다. 물론 이 발언은 SaaS 산업 전반을 향한 전망이지만, 이날 소개된 사례 대부분은 마케팅·고객관계관리(CRM) SaaS에 집중돼 있다. AI를 가장 먼저 ‘실행 주체’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이 영역이라는 의미다.
남 CEO는 “앞으로 마케터는 AI에게 얼마나 자율성을 줄지, 그리고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지를 고민하는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플랫폼은 스스로 실행하고 사람은 전략적 방향만 제시하는 구조로 업무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기술이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은 자동화를 넘어 고객 신뢰와 감정까지 다루는 일로 확장되고 있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오히려 사람 마음을 읽는 감수성이 더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샤히드 니자미 브레이즈 APAC 부사장은 이날 발표에서 기술 발전과 고객 신뢰 간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성과 중심적인 경향이 강해 감정 기반 마케팅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고객은 여전히 감정을 이해받고 싶어 한다”며 “한편 맞춤형 마케팅을 추진하다 개인정보 보호 우려로 계획을 보류한 국내 기업이 73%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은 AI 마케팅이 기술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AI가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할수록 이를 투명하게 수집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역량이 필수가 된 것이다. 브레이즈에 따르면 AI 기술은 실제 고객 경험을 정교하게 개선하고 있다. 국내 한 고객사는 메시지 타이밍 최적화를 통해 앱스토어 평점을 57% 끌어올렸고, 호주 스포츠 OTT 플랫폼은 300개 이상 실험을 자동화해 전환율을 40% 향상시켰다.
AI 기술을 플랫폼 핵심 구조로 통합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디지털 분석 플랫폼 앰플리튜드는 기존 분석 SaaS에 AI를 덧붙이는 방식이 아닌, AI 자체를 플랫폼 중심에 두는 전략을 선택했다.
앰플리튜드는 ▲가속화 ▲자동화 ▲변혁이라는 3단계 전략을 제시하며, 오는 10월 KPI 기반 에이전트형 AI를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해당 AI는 전환율 향상과 같은 목표를 설정하면 대시보드 분석과 사용자 클러스터링, 실험 설계까지 스스로 수행한 뒤 최종 판단만 마케터에게 넘기는 구조다.
최동훈 앰플리튜드 한국 비즈니스 총괄은 “대화형 AI가 비서라면 에이전트 AI는 팀원에 가깝다”며 “이제 마케터는 실행을 맡기고 전략만 관리하는 리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릭 기반 UI 대신 AI가 먼저 맥락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구조로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연사들 공통된 메세지는 AI가 플랫폼 전반을 설계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 여정 전반에 능동형 시스템이 확산하면서 마케팅 자동화 외에도 CRM,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 등 전통적인 SaaS 영역까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남성필 AB180 CEO “기존 SaaS는 메뉴 기반으로 작동했지만 이제는 목표와 결과 중심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AI 에이전트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변화이자 새로운 경쟁력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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