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그라운드]③ 의지는 충분, 실행은 과제...‘공허한 AX’ 되지 않으려면
국내 AI 산업은 정부와 민간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초거대 모델과 GPU 중심 원천 기술 개발에만 에너지가 쏠리면서, 데이터를 활용할 제도적 기반과 중소기업 디지털전환 같은 후방 인프라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AI 산업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 유통·규제 개혁, 디지털전환, 산업별 활용 전략을 3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 pixabay]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기업 인공지능(AI) 도입이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도 정작 산업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데이터와 인프라, 인력 등 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기술 활용 역량조차 낮은 기업들이 상당수에 달하면서 정부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생산성 제고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AX 실증산단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전국 스마트그린산단 내 제조기업 6만~7만여개 중 10개 단지를 선정, 오는 2028년까지 총 1400억원을 투입해 디지털 기반 혁신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다. KOSA는 참여 회원사를 AI 공급기업으로 등록하고 각 기업 솔루션을 소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준희 KOSA 회장은 최근 회원사들에 “스마트그린산단 내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협회 소속 AI·SW 솔루션을 소개하고 제조업 AX 전환을 도모하겠다”고 전했다. 회원사 중 AI 기능을 보유한 기업 솔루션을 취합해 산업단지 수요기업에 안내하는 작업을 진행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 기술 성숙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제공하는 ‘기술성숙도(TSR)’ 모델과 융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 디지털 활용 수준은 10단계 중 대부분이 2~4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기업 내부에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AI를 적용하는 능력이 부족한 데다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나 인프라 확보 수준도 격차가 크다.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주요 산업 디지털 전환 유형별 시사점’ 보고서 역시 디지털 전환 핵심은 기술 보급이 아니라 기존 업무 방식 혁신에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장비 도입이나 데이터 수집이 아닌 조직 전체가 새로운 기술을 중심으로 운영 구조를 재편해야 전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은 디지털 전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있으나 실제 도입 경험은 부족해 실행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격차가 단순히 기업 의지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은 AI 기술에 관심이 있지만, 무엇을 어디서부터 도입해야 할지 몰라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일수록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관련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정부나 협회 차원 지원이 있어도 실질적인 확산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DX·AX 수요 기업들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기업 기술 성숙도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교적 성숙한 기업군에는 특화된 AI 모델을 접목시킬 수 있는 고도화 방안이 요구된다. 반대로 인식 수준이 낮은 기업에는 기초적인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지는 있지만 활용 경험이 부족한 기업에는 컨설팅이나 SaaS 도입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단순히 하드웨어를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각 산업군 업무 특성과 기술 적합성을 반영한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주요국은 AI를 산업 전반에 내재화하는 데 공공-민간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예컨대 유럽은 제조업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공간 구축과 AI 테스트베드 마련에 집중하고 있으며, 미국은 각 산업군별 AI 솔루션 기업을 육성하고 연방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과 인증체계를 수립해 시장 신뢰를 높이고 있다. 한국도 이처럼 산업 수요에 기반한 민간 중심 데이터·AI 생태계 설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궁극적으로 AI 기술의 산업 적용은 기술 공급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요 기업 데이터 리터러시와 내부 시스템 디지털화 수준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일회성 사업으로 성과를 내기보다 산업별로 구체적인 AI 활용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인력·인프라를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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