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로드-맵①] 정밀지도 없어 韓 '길찾기' 안 된다는 구글…사실일까
한미 관세협상 타결 직후 통상 협의 대상에서 제외된 '고정밀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논의는 양 국가가 정상이 만나는 회담에서 다뤄지게 됐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나 반출을 신청한 구글을 비롯해 국내 공간정보 산업을 확장하려는 미국 빅테크들로 인해 한국 고정밀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논의는 글로벌 이슈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두고 우리 정부도 신중론을 취하고 있는 만큼 오는 11일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이하 협의체)'의 최종 결정과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디지털데일리>는 'K-로드-맵'을 통해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이 갖는 함의를 ▲정책·안보 ▲산업·경제 ▲사회·윤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해 보고 K-맵 산업에 대한 비전과 경쟁력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 챗GPT 생성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1대5000 축적의 고정밀지도가 없어 한국에서 길찾기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구글의 입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구글이 타사 서비스로 1대5000 지도를 사용 중인 데다, 해외에서도 관련 축적 없이 길찾기·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세 번째 정밀지도 반출 요청이 별도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길찾기·내비게이션 때문에"…1대5000 없어도 구현 가능
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올해 2월 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한 신청서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인 길찾기와 내비게이션 기능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며 해당 원인으로 1대5000 고정밀지도 반출이 허용되지 않아서임을 강조했다.
또,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을 강조하며 지도 반출이 관광 활성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구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구글은 이미 티맵을 통해 한국의 1대5000 지도를 사용 중인데다, 별도의 반출 신청 없이 해외기업들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1대2만5000 축척 지도로도 길찾기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충분히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해당 주장이 명백한 사실 왜곡이며 한국 사용자를 볼모로 잡는 행위'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구글과 마찬가지로 1대2만5000 축척 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애플과 BMW가 국내에서 길찾기 및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는 점도 구글의 주장에 신빙성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동일한 지도 제한 조건 아래서도 '나의 찾기(Find My)' 등 위치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길찾기나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는 최단 거리(SHORT-CUT)를 산출해내는 방식으로, 지도 축척이 얼마나 상세한지 여부와는 무관하다"며 "오히려 목적지에 대한 최신 장소정보(POI) 확보가 얼마나 잘 됐는지 여부가 서비스 품질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정밀지도 반출하면 韓 관광산업 확대?…"일반화의 오류"
단순히 정밀지도가 반출된다고 해서 관광 산업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23년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 중 가장 만족한 앱으로 '네이버지도'를 꼽은 비율은 27.8%로, '구글 지도(6.4%)'의 4배를 웃돌았다.

[ⓒ 네이버]
이처럼 국내에서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은 도보·대중교통·자전거·자동차 길찾기 기능을 포함해 실시간 교통 정보, 정류장 위치, 이정표 및 각종 생활 편의 시설까지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다국어 서비스, 해외 결제 연동 등 기능까지 강화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실제 사용률도 압도적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1대2만5000 축척 이하의 지도만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 역시 구글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유엔 세계지형공간정보위원회(UN-GGIM)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 대부분 1대5만~1대20만 수준의 축척 지도를 구축 중이며, 1대5000 수준의 고축척 지도 확보 비율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구글은 한국 외에도 전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길찾기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정현 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는 "1대5000 지도는 미국·독일·영국·한국 등 5~6개 국가 밖에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길찾기,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위해서는 한국 내에 교통 데이터 등과도 연동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한국에 서버를 두는 것이 레이턴시(지연시간) 차원에서도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1대5000 수준의 정밀지도는 단순한 길찾기 이상으로 자율주행, 드론, 스마트시티, 광고, 증강현실(AR) 서비스 등에 활용할 수도 있는 만큼 구글이 한국 지도를 가지고 미래 비즈니스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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