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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반 전략 산업 펀드로 미국 진출 교두보… 반도체·바이오 최혜국 대우 확보

이상일 기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브리핑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브리핑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한미 간 통상 협상 과정에서 온플(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AI 칩(GPU) 구매, 반도체 등 주요 디지털·IT 관련 현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이번 합의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긴급 브리핑 후 진행된 질의응답을 통해 “(미국 측의)AI, GPU 구매요구는 없었던 이야기고, 온플법은 협상 단계에서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테이블에는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부과 가능성이 제기된 반도체 및 의약품에 대한 미국 측 품목별 관세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불리하지 않도록, 최혜국 대우 원칙을 명시적으로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즉, 한국이 뒤처지는 수준으로 관세를 적용받지는 않도록 협의한 것이다.

이번 협상의 핵심 중 하나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산업 투자 펀드 조성이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전용 특화 펀드로, 선박 설계·건조, 기자재, MRO 등 전 생태계를 아우른다. 김 실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설계 경쟁력을 가진 한국 기업과, 소프트웨어 분야에 강점 있는 미국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자율운항 선박 등 미래 산업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바이오·원전·2차전지 등 전략 분야에 투입되며, 전액 직접 투자가 아닌 보증·대출 중심 구조다. 김 실장은 “직접 투자(에쿼티) 비중은 낮고, 대부분이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한 보증 구조로 운용될 것”이라며 “2000억 달러는 ‘한도(cap)’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한국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됐지만, 기존 한미 FTA에 따른 무관세(2.5%) 효과는 사실상 무력화된 결과다. 김 실장은 “우리 입장은 12.5%까지 낮춰야 한다는 것이었고, 마지막까지 주장했지만 미국은 ‘모든 국가에 15%를 적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번 협상은 WTO나 FTA 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고, 통상 체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 측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던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는 한국 정부가 방어에 성공했다. 김 실장은 “농축산물의 정치적 민감성과 식량 안보를 고려해, 쌀과 쇠고기 등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추가 개방 없이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완전한 개방’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표현상의 차이일 뿐 실질적 합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협상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김 실장은 “정상은 이번 협상에 대해 24시간 보고를 받았고, 비공개 회의에서 누구보다 정밀하게 내용을 검토했다”며, “제가 경험한 어떤 사안보다 대통령의 개입도 깊고, 집중도 강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디지털 기반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미 투자 기반을 마련했으며,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는 보증·대출 중심으로 설계돼 우리 기업들의 중장기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실질적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기존 FTA 체제의 실효성 약화, 자동차·철강 분야 중복 관세 우려 등 새로운 도전도 함께 부각됐다.

여기에 향후 정상회담을 통한 세부 투자 발표와, 펀드 운용에 대한 한미 양국의 해석 차이 해소가 다음 과제로 남는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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