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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24시] '구글 지도 반출', 통상 협상 뇌관되나

채성오 기자

아마존, 애플, 구글(알파벳),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미국 중심의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기술패권 경쟁을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와 창의적인 실험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빅테크로 불리는 기술 기업들의 근황과 비전을 소개하고, 한국 시장에서의 공존과 경쟁을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 봅니다. <편집자 주>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요구가 한미 통상 협상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 한국의 정보 주권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간정보 산업 분야에선 핵심 자산인 고정밀 지도를 해외 기업에 반출하게 된다면, '소버린AI'와 같은 기술 주권 확립을 정책적으로 주요하게 보는 새 정부의 움직임과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 간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이해도도 달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체부 장관 후보자도 '신중론'…"국가 안보·산업 영향 고려해야"

2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구글, 애플 등 미국 빅테크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

이날 최 후보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국내가 아닌 해외 서버로 반출하는 것은 국가 안보 및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이용자가 많은 글로벌 여행 플랫폼 서비스를 국내에서 확대하는 것은 우리나라 관광산업 성장을 위해 중요하지만, 이런 서비스 목적을 넘어서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은 관광객 편의 제고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 근처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


최 후보자의 견해는 국내 IT업계가 지적하는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고정밀지도 데이터는 최근 자율주행, 드론, 로봇, 스마트시티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심장'과 같은 인프라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관세 협상의 카드로 고정밀지도 반출 제한을 규제로 지적하며, 구글과 애플이 다시금 국내 정밀지도의 해외 반출 요구에서 나서며, 안보는 물론 산업 분야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도 길찾기 서비스 활성화가 목적이라면 현행 1대2만5000 수준의 데이터로 충분히 가능하며 고정밀지도는 실제로 스마트시티, 도시 공공 모니터링에 쓰이는 정밀 축척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공간정보산업에 속한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인 상황으로 구글 지도 반출 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주요하다.

우리나라 외에도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타 국가들 역시 1대5000에 준하는 정밀지도의 반출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의 위치가 구글 어스 및 지도를 통해 러시아에 노출돼 우크라이나 정부가 구글에 항의하기도 했다. 앞선 2018년에는 벨기에 정부가 군사 시설에 대한 위성 사진 블러 미처리로 구글에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25년·1조원 투입한 공간 데이터 노하우, 하루 아침에 내줄지도"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AI 3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 아래 AI미래기획수석 자리를 신설하는 등 '자립형 AI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주도적인 AI 기술 양성을 통해, 다른 국가나 해외 기업으로부터의 기술 종속을 되풀이하지 않고, 미래 국가 성장 동력을 자체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도 데이터는 한 국가의 영토 주권과 직결되는 동시에 미래 산업 측면에서도 그 가치가 더욱 중요해져가고 있는 데이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출 여부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앞서 1966년부터 세금을 투입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고정밀 공간 데이터를 구축해왔다. 구글의 본토인 미국조차 가장 상세한 지도가 1대2만400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도 1대5000 수준 고정밀 지도조차 구축한 국가가 많지 않다. 캐나다는 1대5만 축적, 호주와 인도는 각각 1대 2만5000, 러시아는 1대1만 축적의 지도만 구축한 상태다.

현재까지 약 25년간 정밀 지도 구축에만 약 1조원 넘는 세금이 투자된 한국의 정밀지도 구축 수준은 세계적 반열에 위치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국보다 앞서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자국의 정밀지도 데이터를 개방한 해외 국가들에서는 자국 공간정보산업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사례도 나타났다.

프랑스와 호주에서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정부의 개방적인 지도 데이터 개방 영향으로 로컬 지도 기업인 'Mappy'와 'Sensis'의 사용량이 급감한 바 있다. 앞서 2008년 구글이 모바일 버전 지도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에는 당시 미국과 유럽의 내비게이션 최대 사업자였던 '탐탐'과 '가민'의 주가는 각각 85%와 70% 가까이 폭락한 사례도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버린AI 같이 국가 차원의 독자적인 AI 개발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모델, 인프라, 데이터 등 모든 요소가 확보돼야 한다"며 "특히 공간정보 분야는 최근 AI와 결합해 피지컬AI 등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분야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기반이 될 정밀지도를 반출하겠다는 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공간정보산업의 인프라와 데이터를 모두 해외 기업에 고스란히 넘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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