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 오너 남매의 '실적 전쟁'…윤상현, 북미 공장으로 맞불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한국콜마가 미국 제2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창업주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장남 윤상현 콜마그룹 부회장은 실적 기반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통해 그룹 리더십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한국콜마는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제2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연면적 1만7805㎡ 규모로 연간 약 1억2000만개의 기초·선케어 화장품 생산이 가능하며, 기존 뉴저지 공장과 캐나다 법인을 포함하면 북미 전체 생산능력은 연 4억7000만개에 달한다. 북미 내 화장품 ODM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윤상현 부회장은 준공식에서 "미국 제2공장은 단순한 공장이 아닌 새로운 비전과 협력의 출발점"이라며 "북미 최대 화장품 제조 허브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공장은 한국 세종공장의 자동화 설비와 AI 품질 관리 시스템을 이식해 공정 효율을 높였고, 미국 FDA로부터 자외선차단제 생산을 위한 OTC 인증도 취득했다.
이번 투자는 단순 생산기지 확대를 넘어, 그룹 내 경영권 분쟁 상황을 고려하면 상징성과 실리를 동시에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최근 윤상현 부회장과 여동생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간의 경영 주도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윤 부회장은 북미 현지 생산기반을 강화하며 실질적 성장 성과로 입지를 굳히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인수가 아닌 직접 건설 방식을 택한 것도 장기적 관점의 실리 경영 기조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윤상현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그룹 내부에서 진행 중인 오너 남매 간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있다. 그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문제 삼으며 외부 전문가 영입과 이사회 개편을 추진 중이다. 콜마홀딩스 최대주주(지분 31.75%)인 그는 지주사를 통해 콜마비앤에이치를 지배하고 있으며, 4월에는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을 신청하는 등 경영권 행사를 본격화했다.
이에 윤여원 대표는 이를 경영권 침해로 규정하고 실적 반등과 체질 개선 성과를 강조하며 대응에 나섰다. 2024년 연결 매출 6156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 개선으로 올해도 실적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수출 비중 확대와 고수익 ODM 전략 전환 등도 주요 성과로 제시됐다.
남매 간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확산됐다. 남매의 아버지인 윤동한 회장은 지난 5월 장남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2019년 증여한 콜마홀딩스 지분 460만주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6월 해당 지분의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본안 소송에서 윤 회장이 승소할 경우, 윤 부회장의 지분율은 31%대에서 18% 수준으로 줄고, 윤동한 회장과 윤여원 대표 측의 합산 지분은 20% 중반대로 상승하게 된다.
윤동한 회장은 과거 남매 간 승계 구도에 따라 각각 화장품·제약, 건강기능식품 부문을 맡기로 합의했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윤상현 부회장은 "상장사 경영은 혈연이 아닌 실적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그룹 내 실적을 주도하는 화장품 ODM 부문을 통해 윤 부회장이 실적 기반의 리더십을 입증하려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 공장 가동이 윤상현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지 생산을 통한 관세 절감 효과와 '메이드 인(Made in) USA' 제품 선호 트렌드가 맞물리며 수익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반면 윤여원 대표는 정체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수익성 중심의 전략 전환을 통해 실적 반등을 시도하고 있으나, 외형 성장 면에서는 불리한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콜마 오너가의 리더십 경쟁은 실적이라는 시험대로 옮겨갔다. 북미에서의 확장 성과와 건기식 부문의 반등 여부에 따라, 법적 판단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은 시장 사이클과 확장 전략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두 오너가 각자의 영역에서 어떤 실적을 내느냐가 지배구조 재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번 미국 공장 가동은 실적 기반 리더십을 내세우는 윤상현 부회장에게 분명한 우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여원 대표 역시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이어가고 있어, 하반기 실적 흐름에 따라 남매 간 경영 구도의 균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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