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SAP CEO “AI 경쟁력, 데이터센터 증설보다 산업현장 적용이 중요”

이안나 기자
SAP 사파이어 2025에서 발표하는 크리스찬 클라인(Christian Klein) SAP CEO [ⓒ SAP]
SAP 사파이어 2025에서 발표하는 크리스찬 클라인(Christian Klein) SAP CEO [ⓒ SAP]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글로벌 IT업계가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과 인프라 투자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크리스찬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가 “진짜 경쟁력은 산업 현장에 AI를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데 있다”며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AI 시대 승부처가 물리적 인프라가 아닌 실제 비즈니스 혁신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클라인 CEO는 유럽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이 AI 경쟁에서 뒤처지는 이유가 데이터센터 부족 때문이냐”는 질문에 “유럽은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게 아니라, 산업 현장에 AI를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정말로 데이터센터 5개를 더 짓고 좋은 칩을 넣는 것이 유럽이 필요한 일인가? 나는 의문이다”라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 중심 AI 경쟁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현재 주요국들은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미국은 5000억달러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초대형 AI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고, 유럽연합도 5개 AI ‘기가팩토리’에 200억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 역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2030년까지 100조원 이상을 투입, 전국적으로 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기로 했다.

하지만 클라인 CEO는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인프라 경쟁은 자원의 낭비”라며 자동차·화학 등 유럽 주력 산업에 AI를 실제로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중국 딥시크가 오픈소스 모델로 미국 선두 기업을 앞질렀다는 사례를 들며 “거대한 인프라가 아니라 실질적 활용과 혁신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미국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SAP는 이 자리에서 입장을 선회했다. AI 기가팩토리 운영자나 투자자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기술 제공자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유럽 내 공동 투자 논의가 무산되고 AI 인프라 경쟁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자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SAP는 전사적자원관리(ERP), 클라우드 기반 비즈니스 솔루션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다. 자체 데이터센터도 운영하지만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과 고객 데이터 관리, 규제 대응이 주 목적이다. SAP 핵심 경쟁력은 전 세계 기업 비즈니스 데이터를 보유하고, 이를 활용해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데 있다.

클라인 CEO 발언은 SAP 사업구조와 전략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데이터센터 증설 중심 AI 경쟁은 SAP 강점과 직접적 연관성이 적은 반면, 산업별 AI 적용 확대는 SAP의 클라우드·AI 기반 비즈니스 모델 성장에 직결된다. 그는 “AI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라며 SAP가 보유한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별 AI 내재화 전략이 SAP의 차별점임을 강조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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