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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세액공제 35% 상향…인텔·TSMC 美 투자 ‘가속’ 삼성·SK '영향' [소부장반차장]

김문기 기자
마이크론이 건설 중인 뉴욕 메가 팹. [ⓒ마이크론]
마이크론이 건설 중인 뉴욕 메가 팹. [ⓒ마이크론]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미국 내 반도체 생산설비에 대한 세액공제가 기존 25%에서 최대 35%로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외신 CNBC와 테크크런치 등 복수의 미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Big, Beautiful Bill(큰 아름다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서, 공이 하원으로 넘어갔다. 이번 법안에 미국 내 반도체 생산설비에 대한 세액공제 상향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번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인텔,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제조설비를 확장 중인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된다. 특히 TSMC는 애리조나에 두 번째와 세 번째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총 투자 규모는 6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2공장은 4나노 공정, 3공장은 2나노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TSMC는 미국 고객사인 애플, AMD, 엔비디아 등을 고려해 고급 칩 생산 능력을 미국 내로 이전하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인텔 역시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를 투입한 대규모 공장 ‘실리콘 하트랜드(Silicon Heartlan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공장 증설도 병행하고 있다. 인텔은 “미국을 세계 반도체 제조 허브로 복원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세운 바 있다. 특히 인텔은 설계와 제조를 동시에 하는 IDM 모델을 강화 중이라, 이번 세제 혜택 확대가 장기적인 전략과 정면으로 맞물린다.

마이크론은 뉴욕주 클레이타운 인근에 최대 1000억달러 규모의 메모리 팹 신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단일 공장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마이크론은 향후 20년간 단계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는 CHIPS법과 같은 연방정부 보조금, 그리고 향후 확대될 세액공제 혜택을 감안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각 사는 이미 상당한 자본 투입을 결정한 상황이지만, 미국 내 고비용 구조와 인력 확보 문제 등으로 인해 여전히 리스크가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법안은 단기 보조금이 아닌 ‘장기 세금 감면’으로서 보다 확실한 재무적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의 미국 내 설비 투자를 보다 견고하게 뒷받침하려는 의도다.

다만, 법안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원 공화당 내부의 분열 조짐 때문이다. 강경 보수파 의원들은 상원안을 “무기력하다(dud)“고 비판하며, 자체 수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민주당은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화당 내 단 4표만 이탈해도 법안은 무산된다. 트럼프는 4일 독립기념일 이전 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지만,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이탈표를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 기업에도 간접적 영향은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최근에는 2공장 증설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내 후공정 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35% 세액공제가 확정된다면, 두 기업 모두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삼성은 테일러 공장에서 4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계획하고 있어,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에서 트럼프 세제혜택을 정면으로 누릴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한국 기업들에게 중장기 전략 수정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의 직접 보조금보다 세금 인센티브가 강조되는 트럼프식 산업정책은, 삼성이나 하이닉스처럼 현지 공장을 보유한 기업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에게는 압박이 될 수 있다. 특히 고부가 AI 반도체의 주도권이 미국 내에서 형성될 경우, 미중 갈등과 수출 규제라는 이중 변수 속에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블록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문기 기자
mo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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