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요구사항 OK, 정밀지도 내놔"…'애플 유혹'에 韓 정부 고민 깊어진다

채성오 기자
애플 스토어 매장. [ⓒ 연합뉴스]
애플 스토어 매장.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구글에 이어 애플도 우리 정부에 한국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요구한 가운데, 현재 정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국토교통부 및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 측에 1대5000 정밀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애플 측은 블러(흐림 처리), 저해상도 처리, 위장 등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한편 지도 데이터의 경우 티맵모빌리티의 '티맵'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의 경우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어 보안 시설이 노출되면 즉각 시정 조치를 할 수 있는 만큼 지도 반출 심사에서 구글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은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의 요청 기준에서 블러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상황이다.

구글에 대한 정밀지도 반출 허용에 대해 정부가 오는 8월 11일까지 답변을 해야 하는 가운데 애플 측의 신청도 9월 중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앞서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4일 국가공간정보자산 국외반출 대응 방안 수립에 대한 긴급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빅테크들의 한국 정밀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이후에도 미국을 비롯해 중국 등 한국에서 서비스 중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 역시 동일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정밀지도 반출에 대한 파급력 및 대응 전략 등을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하는 만큼 이번 정부에서 이를 수용할 지는 현재까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국내 플랫폼업계와 일부 학계에선 한국 정밀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할 경우, 국내 공간정보 산업이 외산 빅테크에 잠식당할 수 있는 데다 안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정밀지도 데이터는 단순 '지도' 서비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율주행차, 디지털 트윈, 도심항공교통(UAM), 로봇 등 다양한 첨단 ICT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되기에 글로벌 기술 패권을 다루는 상황에서 관련 정보를 내줬다간 고유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플랫폼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밀지도를 구축하기 위해 25년여간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아는데, 미국 빅테크의 경우 하루 아침에 이를 무상으로 활용하게 생겼다"며 "역차별도 문제이지만 중요한 것은 정밀지도를 구축하며 쌓아온 국내 기업들의 공간정보 산업 노하우와 데이터를 한 순간에 뺏겨 산업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현실"이라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