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플랫폼 입법, 새 정부 핵심 과제로 부상…규제·진흥의 균형 필요”

조윤정 기자
13일 서울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열린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새 정부의 플랫폼 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13일 서울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열린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새 정부의 플랫폼 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플랫폼 규율과 공정경쟁 확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며, 플랫폼 관련 입법이 다시금 중대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 산업을 둘러싼 법적·제도적 정비 필요성이 강조되며, 이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13일 서울시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열린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새 정부의 플랫폼 정책 과제’ 세미나에서는 플랫폼 입법 방향과 정책 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번 세미나는 플랫폼법정책학회와 국회입법조사처, 강준현·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형두·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미진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고인혜 공정거래위원회 플랫폼공정경쟁정책과 과장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플랫폼 입법 동향과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눴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 처장은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의 독과점화, 플랫폼 내 불공정 거래행위, 소비자 권익 침해 등 복잡한 쟁점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AI, 바이오, 콘텐츠, 방위산업, 에너지, 제조업 등 6대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회도 이에 부합하는 입법과 정책 검토를 충실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봉의 플랫폼법정책학회 회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새 정부 하에서 부처 간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면 국내 디지털 생태계 전반에 혼란과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며 "플랫폼 규제는 진흥과 공정 경쟁이라는 두 축의 균형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차원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향후 미국은 데이터 주권과 AI를 둘러싼 보호무역주의 및 플랫폼 중심의 국가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새 정부도 급변하는 국제 통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관련 법안 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관련 입법은 규제와 진흥을 병행하는 양면적 전략 아래 추진되어야 한다”며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로 ‘갑을 관계’ 중심의 불공정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일부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하고 공정위는 거시적 경쟁 제한 행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제법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 교수는 유럽연합(EU)의 사례를 언급하며 “EU는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규제 틀을 정립하는 동시에, 디지털 유럽 프로그램(DEP)과 유럽혁신위원회(EIC)를 통해 자국 플랫폼 기업의 기술·자본·인재 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외부는 경쟁 촉진, 내부는 역량 강화라는 전략적 균형을 갖춘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또한 현행 플랫폼 규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보다 정교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 자사 우대, 멀티호밍 제한 등 생태계 내 다양한 불공정 행위가 주로 사후적으로만 규율되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규제 근거 마련과 함께 경제 분석 역량을 강화해 규제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연구위원은 “플랫폼 규제는 단순히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 것을 넘어 산업 효율성과 장기적 성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입증 책임을 명확히 하고, 동의의결 제도 활성화를 통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윤정 기자
y.jo@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