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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오는 지금] 실리콘밸리부터 사우디까지…‘탈내수’ 넘어 미래 판 키운다

조윤정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을 필두로 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국내 인터넷 기업 '네이버(Naver)'와 '카카오(Kakao)' 역시 기술 고도화와 조직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고 있는데요. <디지털데일리>는 '네카오는 지금'을 통해 한국 인터넷업계를 대표하는 쌍두마차 네이버·카카오(네카오)의 '현재'와 '다음'을 분석합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국내 빅테크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동 지역을 주요 거점으로 삼아, 생성형 AI, 로보틱스, 디지털트윈 등 첨단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스마트시티·모빌리티 등 현지 사업도 병행하며 기술 중심의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 ‘다윗의 돌멩이’ 들고 실리콘밸리로 간 네이버, 사우디까지 정조준

5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가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해 발표를 진행했다. [ⓒ 네이버]

네이버는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투자법인 ‘네이버벤처스’를 출범하고, 글로벌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본격 착수했다. 전략투자부문 김남선 대표가 수장을 맡았으며, 인공지능(AI) 시대에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포시즌 호텔에서 진행된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해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정확한 돌멩이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며, 대규모언어모델(LLM)과 클라우드 같은 기본 기술을 탄탄히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글로벌 빅테크와 범용 AI 경쟁보다는 커머스·의료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를 중심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첫 투자처는 생성형 AI 기반 동영상 분석 스타트업 ‘트웰브랩스(Twelve Labs)’다. 트웰브랩스는 아마존의 AI 플랫폼 ‘베드록(Bedrock)’에 입점했고, 엔비디아로부터도 투자를 유치해 주목받고 있다.

중동 시장에서도 네이버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에 수주받아 메카와 메디나, 제다 등 주요 도시에 도시 단위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3개 도시의 면적은 서울시의 11배가 넘는 약 6800k㎡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자체 기술로 실시간 3D 도시 모델링을 구현해 교통 혼잡 관리, 에너지 효율화, 재난 대응 시뮬레이션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사우디의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네이버는 스마트시티 구현의 핵심 파트너로서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상영 네이버클라우드 글로벌 DX&이노베이션 부문장은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새로운 글로벌 사례가 될 사우디아라비아의 DX를 팀네이버의 기술로 뒷받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현지 파트너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대상 지역을 확대하며, 새로운 활용 사례를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딥테크는 실리콘밸리, 플랫폼은 중동으로… 카카오, 글로벌 사업 가속

지난달 25일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 게이트 개발청 내 전시된 조감도 모형 앞에서, 류긍선(사진 왼쪽 세 번째)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들이 디리야컴퍼니 관계자들로부터 디리야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 역시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달 29일 최근 미국 딥테크 스타트업 2곳에 시드 투자를 단행하며 실리콘밸리 중심의 네트워크 확장에 나선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은 ▲위성 개발 자동화 기술을 보유한 ‘올리고스페이스(Oligo Space)’ ▲다중 AI 에이전트 인프라를 개발 중인 ‘자폰(Tzafon)’이다.

올리고스페이스는 AI 기반 설계 자동화와 판금 기술로 우주 발사체 제작의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있으며, 자폰은 러스트(Rust) 언어 기반의 고성능 AI 인프라를 통해 복수의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미국 현지 투자사들과의 협업도 모색 중이다.

신정호 카카오벤처스 수석 심사역은며 “카카오벤처스는 미국 탑티어 투자사와 꾸준히 네트워크를 쌓아가며 현지 팀 투자를 적극 진행하고, 국내 기반 글로벌 팀에도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초기 기술 투자 외연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또한 중동 시장에서 본격적인 플랫폼 수출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사우디 리야드 인근 14㎢ 규모의 ‘디리야 프로젝트’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현지에 통합 주차 솔루션을 수출하는 첫 사례를 만들었다.

1차적으로 6만 대 이상 차량 주차 인프라를 대상으로 예약·결제 기능이 포함된 플랫폼을 구축하며, 일부 구역에서 실증사업(PoC)을 진행 중이다. 이후 성과에 따라 전체 부지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인프라 수출을 넘어, AI 기반 주차 운영 시스템, 정밀 실내 측위(FIN), 통합 제어 기술(UPC) 등 첨단 ICT 기술의 해외 적용 사례로 평가된다.

정보통신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IT 기업들의 글로벌 투자 확대와 현지 사업 진출은 한계에 다다른 내수 시장을 넘어서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흥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하려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조윤정 기자
y.j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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