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현장에선] "10억개 중 15개 이하 이물 허용"…'정밀의 끝' 전구체 공장, 포스코퓨처엠의 내공

전남(광양)=배태용 기자
포스코퓨처엠 노수진 광양 전구체 공장장이 생산설비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노수진 광양 전구체 공장장이 생산설비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포스코퓨처엠]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저희 공장은 전구체 10억개 중 15개 이하의 이물을 관리하는 수준입니다."

10일 전남 광양 율촌산단. 포스코퓨처엠이 전구체 내재화 전략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될 광양 전구체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행사 이전에 진행된 기자단 투어에서, 공장장 노수진 담당은 전 공정에 걸쳐 '이물 제어'를 수차례 강조했다. 고순도의 원료 투입부터 정밀한 반응 조건, 철저한 이물 제거 및 분급 공정까지, 포스코퓨처엠이 완성한 전구체 생산 체계는 정밀도 그 자체였다.

이날 공개된 공장은 연간 4만5000톤의 생산 능력을 갖춘 대형 설비다. 전체는 총 10개 라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라인당 전공정이 완결된 수직 통합형 구조를 지닌다. 전구체란 배터리 양극재를 구성하는 핵심 반제품으로, 양극재의 전기화학적 성능과 직결된다. 그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온 이 전구체를 내재화한다는 점에서, 이날 준공은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수익성 제고의 출발점이 된다.

현장 투어는 중앙 통제실에서 시작됐다. '운전실'이라 불리는 이 공간은 공장 전체 공정 상황을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일종의 '지휘탑'이다. 반응 공정을 포함한 모든 설비의 온도, 용액 흐름, 레벨 등이 상시 제어된다. 오퍼레이터들이 10개 라인을 동시에 모니터링하며, 공정 간 균일성을 유지하고 이상 상황을 즉각적으로 제어한다.

중앙 운전실을 지나 도착한 '반응 공정'은 이날 투어의 핵심 구간이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 공정에서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금속 원료를 용해하고, 전구체 결정 성장을 위한 핵심 반응을 수행한다. 반응기는 총 20기. 이곳에서 '짜여진 레시피'에 따라 자동 공정으로 입자 형상과 입도를 제어하며, 고객 맞춤형 전구체를 생산한다.

노 담당은 "전기차 배터리의 용량이나 수명은 대부분 반응 공정에서 결정된다"라며 "정밀한 입자 제어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투어에서도 반응기마다 세부 공정 값이 상시 디지털로 표시되고 있었다.

포스코퓨처엠이 10일 연산 4만 5천톤 규모의 광양 전구체 공장을 준공했다. 광양 전구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제조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이 10일 연산 4만 5천톤 규모의 광양 전구체 공장을 준공했다. 광양 전구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제조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반응 공정에서 제조된 물질은 이후 세척·탈수·건조 과정을 거친다. 이때도 이물 제어가 핵심이다. 특히 마지막 공정인 '분급·탈철'에서는 입도 기준에 맞지 않거나, 자성을 지닌 이물을 제거하는 전자석 탈철기가 가동된다. 노 담당 "10억개 중 15개 이하 이물 허용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탈철기 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순수' 사용이다. 반응 공정에 필요한 용액을 제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조차 자체 생산하는 순수를 사용한다. 공장 내에는 순수 제조 설비도 갖춰져 있어, 전해질 오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최종 제품은 포항과 광양의 양극재 공장, 그리고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합작사 '얼티엄셀즈'로 공급된다. 광양 전구체 공장이 N8X 계열 고부가 양극재에 특화돼 있는 만큼,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수요 대응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다.

현재는 얼티엄셀즈향 전구체를 대부분 생산하나 향후 자사 제품 전용 생산 라인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망간 기반 제품까지 조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대응력을 갖춘 라인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한동수 포스코퓨처엠 광양양극소재실장은 "이번에 준공한 라인은 기본적으로 하이니켈 계열인 N8X 중심으로 운영되며, 단기적으로는 N86 단결정 제품 위주로 생산할 예정"이라며 "다만 일부 라인은 LMR 제품 등 멀티 조성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신제품 전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전구체 내재화는 단순한 국산화 이상이다. 원재료에서 반제품, 양극재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는 수익성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대응의 열쇠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한 북미 생산 조건과도 맞물리며, 향후 현지 공급 계약 확대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끝으로 노 담당은 "이제는 전구체도 우리 스스로 조달하는 시대"라며 "기술적 우위와 생산 안정성, 고객 맞춤형 유연성을 모두 확보한 공장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남(광양)=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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