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도메인 빼고 싹 바꾼다”…재창업 나선 웹케시, AI로 조직·제품 전면 재설계

이안나 기자

윤완수 웹케시그룹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AI 에이전트 기업으로 전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웹케시가 기존 화면 중심 전자금융 제품을 전면 AI 에이전트 기반으로 바꾸고, 개발·디자인 등 모든 조직 구조를 재편하는 ‘제2 창업’ 수준 혁신에 착수했다. 디지털 전환이 아닌 AI 전환을 선언하며 금융 소프트웨어 패러다임 전환을 본격화한다.

웹케시는 10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웹케시 AI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26년간 축적해 온 전자금융 및 기업자금 영역에 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전환 전략을 발표했다. 행사에는 금융, IT,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전략 핵심은 기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거하고, 자연어 기반 AI 에이전트로 모든 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적 변화다.

윤완수 웹케시그룹 부회장은 본 행사 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화면 없이 일하는 시대가 시작됐다”며 “AI는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넘어 금융 주체를 바꾸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엔 ‘도메인 빼고 다 바꿔라’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며 “기존 조직, 제품, 기술 방식을 모두 재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웹케시는 기업용 AI 금융 에이전트 ‘AI CFO’를 통해 새로운 업무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경영자가 “어제 지출이 왜 많았는지” 자연어로 질문을 하면, 에이전트가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 응답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메뉴를 클릭하고 수치를 확인해야 했던 과정이 사라진다. 현재는 조회 기반 기능이 중심이지만, 향후엔 결제 승인, 이체 실행 등까지 고도화된 업무로 확장할 계획이다.

웹케시는 이날 행사에서 ‘브랜치Q’를 시범 오픈하고, 연내 ‘AI 경리나라’, ‘AI 인하우스 뱅크’ 등 주력 제품 전반을 AI 기반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대형 공공기관에 공급할 ‘AI 인하우스 뱅크’도 준비 중이며, 금융기관과 협업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윤 부회장은 “조회, 프로세스, 실행으로 나눌 수 있는 금융 업무 중 올해는 한 개 은행과 협력해 ‘조회’ 기능 중심 에이전트 뱅킹을 시범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I CFO 로드맵 [ⓒ 웹케시]

기술 변화에 따라 조직 개편도 병행된다. 윤 부회장은 “화면이 사라지면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 퍼블리셔, 프론트엔드 개발자 역할도 사라진다”며 “이들을 무작정 감축하는 대신 AI 에이전트 학습을 담당하는 제품 컨설턴트로 재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자는 코딩에서 학습 알고리즘 조율자로, 기획자는 화면설계에서 질의응답 시나리오 기획자로 바뀌는 방식이다.

실제 웹케시는 7월까지 관련 직군 제품팀 전환을 완료할 예정이며, AI 센터 인력을 현재 30명에서 연내 100명까지 확대한다. 전체적으로는 신입 채용보다 기존 인력 재배치를 우선하며, 전사적 AI 생태계를 내재화하겠다는 방침이다.

AI 전략은 금융 이외 분야로도 확장 중이다. 웹케시는 기업 경영정보(MIS), 공공기관 재무 시스템 등 비금융 업무에도 AI를 접목하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과 실적·고객관리 시스템에 AI를 도입한 ‘IBK CRM’을 운영 중이며, 농협과도 개념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웹케시로서는 MIS 분야가 첫 진출 영역이다. 윤 부회장은 “MIS는 사용자 요청이 다양하고 문답 기반 분석이 많아 에이전트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영역”이라며 “향후 보고서 작성, 실적 관리, 전략 분석 등이 자동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안과 신뢰성 확보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강원주 웹케시 대표는 “AI가 숫자 계산을 틀리거나 거짓 정보를 말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자체 엔진과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적용 중”이라며 “GPT 등 외부 오픈모델이 아닌 보안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자체 코딩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튼을 누르는 기존 화면 중심 인터페이스 대신, ‘말’로 대화하는 AI 에이전트 방식이 기업 고객에겐 선뜻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해 윤 부회장은 “제품이 먼저 바뀌면 시장은 따라온다는 것을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뱅킹 시절에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간편결제도 처음엔 누가 쓰겠냐는 얘기가 있었지만 결국 유니콘 기업이 나왔다”며 “AI도 지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환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윤 부회장은 “이번 AI 전환은 단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웹케시 재창업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3년 안에 금융 산업 전반이 에이전트 기반으로 전환될 것이며, 5~10년간 그 위에 새로운 금융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라며 “웹케시는 이번에도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만드는 쪽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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