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르포] "닭 한 조각 붓질에 담긴 정성"…교촌치킨, 이렇게 만들어진다

오산=최규리 기자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치킨 겉면의 기름층을 붓질로 깨뜨려야 소스가 속까지 제대로 배어듭니다. 한 면에 최소 세 번 이상, 한 조각당 7~10회 이상 붓질을 반복합니다.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도 이 정성 때문입니다."

지난 5월 30일,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교촌치킨 교육·R&D센터 '정구관'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교촌의 브랜드 철학과 조리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교촌1991스쿨’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교촌의 뿌리였다. 테이블 세 개뿐인 작은 통닭집에서 시작한 교촌의 출발점과 창업주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소개돼 있었다.

이날 현장을 안내한 이조은 교촌에프앤비 아띠교육팀 책임은 "교촌의 시작은 하루에 치킨 두 마리 팔아서 전기세 내기도 어려웠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창업자 권원강 회장이 처음부터 고집해온 '정도경영' 철학이 압축돼, 교촌은 이 원칙을 브랜드의 중심축으로 삼아 오늘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다만 철학이 허공에 머물지 않으려면 그것을 구현해낼 방식이 필요하다. 교촌은 그 방식을 조리과정에서 찾았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마주한 건, 로봇 튀김기였다. 기다란 로봇 팔이 조심스럽게 닭을 집어 올려 튀김기에 넣고, 정해진 시간과 온도에 맞춰 자동으로 조리를 진행했다.

로봇은 일정한 속도로 가열통을 회전시키며 치킨의 익힘 정도와 바삭함을 정교하게 제어했다. 교촌은 이 기술을 '정성을 보완하는 과학'이라 소개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사람이 튀긴 것과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교촌은 전면적인 자동화를 추구하진 않는다. 다만 로봇 튀김기 같은 기술적 보조 장치는 매장의 품질 유지와 조리 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도입 중이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교촌의 맛은 손으로 시작되지만, 과학으로 보완된다"며 "핵심은 손맛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그 손맛을 언제 어디서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시연이 끝난 후, 본격적인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기자는 직접 치킨을 만들기 위해 붓을 들었다. 교촌은 양념을 붓거나 담그는 방식이 아니다. 집게로 닭 한 조각 한 조각을 잡고, 일일이 붓으로 양념을 바른다.

닭은 하루 이상 숙성된 원육을 사용한다. 숙성 과정에서 핏물과 불순물을 제거한 덕에 닭은 일반 생닭보다 단단하고 잡내가 없었다. 실제 조리 전후 무게를 비교하면 수분과 기름이 빠져 중량이 줄어든다. '닭이 작다'는 오해는 여기서 비롯된다고 현장 담당자는 설명했다. 불필요한 것을 걷어낸 결과일 뿐, 작은 닭을 쓰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튀김 방식도 일반 치킨과는 다르다. 교촌은 계란이나 빵가루 없이 밀가루를 물에 푼 '물 배터'를 사용한다. 그래서 튀김옷이 얇고, 2차 튀김을 통해 닭의 기름까지 한 번 더 제거한다. 먹고 나서 손에 기름기가 거의 남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제된 식감과 맛을 내기 위한 교촌만의 방식이다.

붓질 체험은 예상보다 훨씬 섬세하고 노동집약적이었다. 닭 한 조각을 집게로 들고 붓으로 양념을 입혔지만, 양념은 생각만큼 고르게 퍼지지 않았다. 한 마리를 다 붓질하려면 최소 10분. 중간에 손목에 힘이 풀려 붓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도 했다. 매장에서 하루 수백 마리를 직접 붓질하는 점주들을 생각하니 장인이란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교촌이 "우리는 패스트푸드가 아닌 요리"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정구관 내부는 R&D 시설에 그치지 않고, 교촌의 브랜드 철학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신메뉴 개발과 품질 테스트, 가맹점주 대상의 교육이 상시로 이뤄진다.

교촌은 이와 함께 청년 자립 지원, 지역사회 기부, 가맹점과의 상생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병행 중이다. 치킨 제조·판매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공간 전반에 반영돼 있었다. 붓으로 양념을 바르는 한 조각의 치킨에도, 그 철학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패스트푸드가 아닌, 정성을 담은 요리라는 마음으로 여러 번 붓질을 하다 보니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지만, 좋은 재료와 숙성 과정을 거쳐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산=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