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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어떻게 쿠팡 고객을 움직였나 [IT 클로즈업]

유채리 기자

[ⓒ챗GPT 생성]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쇼핑 경험을 전달하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지난 3월 출시된 이후 한 달 만에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특히 해당 앱의 유입자 대부분이 쿠팡을 통해 들어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는 지난 4월 경쟁 앱에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로 유입된 사용자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고객이 쿠팡을 통해 유입됐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경쟁 앱에서 유입된 총 243만4905명 중 약 80%인 194만명이 쿠팡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재방문율 역시 쿠팡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난 3월17일부터 3월23일까지 조사한 결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재방문율은 44.57%다. 쿠팡은 52.47%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정보·제품 검색, 비교, 구매 등 일련의 과정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외부 쇼핑몰과의 가격 비교 기능이 제한적이다. ‘다이나믹 프라이싱(가변가격제)’을 적용하고 있어 실시간으로 가격 조정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저가를 찾는 소비자로서는 쿠팡 외의 포털, 앱을 통해 검색할 수밖에 없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은 생태계 싸움”이라며 “최저가 비교, 다양한 상품 검색 기능 등에서 네이버가 이점이 있다. 네이버가 콘텐츠·커머스 제휴를 확대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주요 설치자가 여성과 3040세대라는 점도 유의미하다. 지난 3월10일부터 5월25일까지 신규 설치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 설치자 중 60%가 여성이다. 30, 40세대 설치 비율도 각각 24.36%와 24.6%로 이용자 절반 정도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리포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주간 신규 설치 건수와 신규 설치자 데모그래픽(사진 왼쪽)과 경쟁 앱에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으로 유입된 사용자 수 분석 [ⓒ모바일인덱스]

이들의 비중이 높은 이유로는 네이버 생태계에 익숙한 층이라는 점이 꼽힌다. 네이버는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후기와 제품 비교 등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 뷰티·식품·여행·패션 등 각 분야를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인플루언서도 있다. 지역 공동체 등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카페도 활성화돼 있다.

이러한 유입 경향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성장성을 뒷받침한다. 이들은 구매력이 있는 주축 세대로, 뷰티·가전 등 고관여 상품을 구입할 확률이 높은 집단이기도 하다. AI 기반 맞춤 추천 기능으로 초개인화 쇼핑을 지원하며 사용자 경험도 강화하고 있다.

다만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검색’이라는 지점에서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최근에는 구글, 유튜브, 생성형 AI를 통해 검색하는 흐름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지난해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78.06%였으나, 지난해는 57.32%로 9년 새 20%p 가량이 줄어들었다. 반면 구글은 같은 기간 7.31%에서 33.9%로 증가했다.

책 ‘강제구독의 시대’를 펴낸 구독경제 전문가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곧 검색을 통한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구글과 유튜브에서 검색과 콘텐츠 소비를 하는 흐름이 두드러지는데, 이들은 이제 ‘콘텐츠 커머스’라는 걸 내세워서 제품 판매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며 “지금은 네이버라는 포털에 힘입어 이 생태계에 있던 사람들이 플러스 스토어로 넘어왔으나 이들이 계속 남아있을지, 제품 구매로 이어질지까지 올해 말까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채리 기자
c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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