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죽음의 계곡' 외친 배터리 업계…정치가 움직일 때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반도체가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디스플레이가 수급 사이클을 타고 회복세를 기대하는 가운데, 유독 배터리 산업만이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 장기화,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 보조금 정책의 불확실성,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까지 겹치며 산업 전반에 무거운 그늘이 드리운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배터리 업계가 정치권을 향해 직접 손을 내밀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대선 정국을 맞아 정치권에 건의서를 전달한 것. 업계의 고위 관계자들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진입했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업계 현실을 설명, 이를 타개할 정책적 돌파구를 요구했다.
이번 건의서는 세 가지 핵심 공약과 11개 시책으로 구성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판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도입과 배터리산업 기본법 제정이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을 위해 강력한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 체계적인 지원 체계가 미비한 상황이다. 협회는 산업 전주기(핵심광물-소재-셀-재사용)에 걸쳐 안정적으로 산업 기반을 마련하려면 법적 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터리 업계의 어려움은 단순히 기술 경쟁이나 수요 위축 때문만은 아니다.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의 개정 없이는 국내에 계획된 110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실현되기 어렵고, 정책금융도 글로벌 경쟁사의 조건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는 단순히 산업을 위한 예산 배정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10년 대한민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구조적인 문제다.
또, 충청-전라-경상권을 잇는 이차전지 삼각벨트를 제안하며, 지역균형 발전과 함께 배터리 생산거점 확대를 요청했다. 여기에 10만명 규모의 인재양성과 인프라 신설, 해외 자원개발 및 정제 능력 확보,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 등 구체적인 실행 전략도 포함됐다. 단순한 건의가 아니라, 실제 현장의 필요를 반영한 정밀한 로드맵이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불확실성도 업계엔 큰 부담이다. 최근 미국 하원이 보조금 종료 시점을 2032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기려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긴장감이 커졌다. 다행히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조항은 1년 단축안으로 통과돼 최악은 피했지만, 이런 불확실성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정치가 움직여야 할 때다.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국가 핵심 산업으로서 배터리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은 이미 증명됐다. 지금 이 시기에 체계적인 정책 지원과 법적 기반 마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 배터리 산업은 단순한 불황을 넘어 구조적 쇠퇴에 직면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가 이렇게까지 직접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제 공은 정치권에 넘어갔다. 대선 정국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공약들 속에, 정말 산업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약속이 포함돼야 한다. 배터리 산업은 지금 그 약속을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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