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성공적인 국가AI컴퓨팅센터를 위해

[Ⓒ 챗GPT 생성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이 본격적인 분기점에 들어섰다. 사업 공모 마감을 하루 앞둔 29일 현재, 참여 기업들의 셈법은 여전히 복잡하다. 지난 3월 1차 접수에선 100여곳이 의향서를 냈지만, 막상 실질적 참여를 뜻하는 ‘사업참여계획서’를 제출한 곳은 오리무중이다.
국가AI컴퓨팅센터는 정부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핵심 사업이다. 올해만 약 1조4600억원 규모로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을 조달해 센터를 설립하고, 중소기업·스타트업·학계 등이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GPU는 AI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특히 수급 경쟁이 치열한 자원이기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는 시도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은 우려되는 지점이 명확하다. 첫 번째는 정책의 ‘연속성’이다. 정부는 다행히 추경을 통해 올해 예산을 확보했지만, 내년 이후에도 동일한 수준의 지원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정부가 2020년부터 조성해온 ‘광주 AI데이터센터’의 경우, 올해 예산 미확보로 일부 연구실에선 GPU 지원이 끊기는 등 센터 가동률이 50% 수준에 그친다는 얘기도 있다. 정부 의지가 강력하더라도, 예산과 정치 환경에 따라 추진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두 번째 문제는 민간 투자 부담이다. 2030년까지 공공과 민간이 각각 2000억원씩 출자해 총 4000억원 규모를 출자하는 구조인데, 출자 지분 중 공공이 51% 이상을 가져가는 조건이다. 민간이 과반 지분도 없이 막대한 투자를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특수목적법인(SPC) 청산 시 민간이 공공 지분을 이자를 얹어 매수해야 한다는 ‘매수청구권’ 조항까지 포함돼 있어, 리스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세 번째는 수요 검증의 부족이다. AI 인프라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아직 부족하다. AI 붐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인프라 구축은 필연적으로 필요한 수순처럼 보이지만, 무분별한 공급은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2023년부터 500곳 이상의 AI 데이터센터를 일시에 추진했지만, 수요 부진으로 유휴 자산이 쌓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추경안 분석 보고서에서 “AI 컴퓨팅 자원 활용 강화는 1조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사업임에도 예비타당성조사나 계획 적정성 검토 없이 진행됐다”며 “GPU 구매를 통한 GPU 서버 확충 추진에서도 클라우드 운영 기업과 협상 조건, 국가AI컴퓨팅센터와 GPU 사용·이관 협약, GPU 소유권 등 세부 계획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9월까지 GPU 1만장 확보를 목표로 엔비디아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며,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산학연 우선공급 원칙, 로컬 지자체 활용 방안 등도 병행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조차도 예산과 정책의 일관성이 전제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지금은 거창한 비전보다 현실적 조건을 먼저 점검할 때다. AI 인프라는 미래 경쟁력을 가늠할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잘못된 설계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 민간 기업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신뢰를 확보하고, 실제 사용자 수요를 면밀히 분석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성공적인 국가AI컴퓨팅센터의 출발점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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