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AI]⑤ "AI로 앱에 머물게 하라"…'운세 보는 쇼핑앱' 에이블리 CPO의 실험

에이블리 알파 스쿼드는 ‘AI 프로필’, ‘AI 채팅’, ‘운세’ ,’코디(가상 피팅)’ 총 네 가지 AI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에이블리]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쇼핑하러 들어왔다가, 운세 보고 네 컷 사진까지 찍게 되는 앱."
요즘 MZ세대가 에이블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제는 앱의 중심이 단순한 '상품'에서 '경험'으로 완벽하게 이동했다. 그 중심에는 실험적 조직 '알파 스쿼드'가 있고, 그 변화의 키를 쥔 인물이 바로 오경윤 에이블리 CPO(최고제품책임자)다.
에이블리는 단순 쇼핑앱에 그치지 않는다. AI를 활용해 네 컷 셀카를 찍고, 고양이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며 운세를 보고, 스타일링을 가상으로 입어보는 앱. 어느 순간 유저는 '쇼핑앱'을 켰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그 자연스러운 전환은 오경윤 CPO의 기획과 실험, 전략에서 시작됐다.

오경윤 에이블리 CPO.
오 CPO는 "우리는 AI 기술을 단순히 '도입'하는 게 아니다. 일상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며 "유저가 매일 찾고 싶은 앱을 만드는 게 우리의 출발점"이라고 운을 뗐다.
에이블리의 AI 실험실인 알파 스쿼드는 지금까지 네 가지 생성형 AI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미지 생성 기반의 AI 프로필, 사용자가 설정한 캐릭터와 대화하는 AI 채팅, 명리학 기반 운세, 그리고 가상 피팅 기능을 갖춘 AI 코디. 모두 에이블리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기술로 구현된 결과물이다.
그중에서도 'AI 프로필'은 단연 화제였다. 발렌타인데이에 선보인 '네 컷 사진' 콘셉트는 일주일 만에 기존 대비 두 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3월 출시된 '모카무스' 콘셉트는 그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오 CPO는 "이제 사용자들은 이걸 단순히 재미로 보는 게 아니라, 내 취향을 반영해주는 콘텐츠로 여긴다"며 "퀄리티 만족도가 높고, 자발적으로 블로그나 SNS에 공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AI 운세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사용자의 고민에 따라 상담형 조언을 제공하는 구조인데,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 UI는 감정적 안정감을 주고, 높은 재방문율로 이어졌다. 그는 "신년 시즌을 기점으로 푸시 알림 동의율이 2.5배 증가했더라. '오늘 나에게 맞는 말 한마디'를 기대하게 되는 거 아니겠나"라고 웃어보였다.
이 모든 콘텐츠의 출발지는 알파 스쿼드다. 에이블리는 직무 중심이 아닌 기능 중심 애자일 조직 구조를 택했다. 엔지니어,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MD 등이 한 팀을 이루고, 기획부터 운영까지 함께한다. 실패와 도전이 빠르게 순환되는 이유다.

오 CPO는 "단일한 시각으로는 유저 경험을 설계할 수 없다"며 "다양한 직군이 기획 초기부터 참여하고, 모든 구성원이 실험자이자 창작자처럼 움직이는데 그게 알파 스쿼드의 힘"라고 했다.
기술력도 외부에 기대지 않는다. 에이블리는 업계 최초로 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다. 지금은 이미지 생성, 대화형 응답, 콘텐츠 추천까지 모든 기능을 사내에서 만든 AI 모델로 운영한다.
그는 "같은 데이터를 학습하더라도 학습 방식, 전처리 전략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 기술은 복제할 수 없는 자산"이라며 "그게 에이블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블리가 지향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상품을 파는 플랫폼'이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는 스타일 포털'. 에이블리는 콘텐츠로 앱 체류 시간을 늘리고, 탐색의 동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 CPO는 "쇼핑하려고 앱을 여는 게 아니라, 오늘 무슨 재밌는 콘텐츠가 올라왔는지 궁금해서 여는 앱. 그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쿼드 조직은 엔지니어,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MD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루어 일하는 방식이다. 각 스쿼드는 작은 스타트업처럼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 실험하고, 실패에서 배우며 민첩하게 움직인다. 서로 다른 역할의 구성원들이 협력해 한 가지 목표를 이루는 애자일(Agile) 조직 구조다. [ⓒ에이블리]
실제로 에이블리는 콘텐츠와 커머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AI 프로필을 찍은 유저에게는 해당 콘셉트에 어울리는 스타일 아이템이 자연스럽게 추천되고, AI 채팅은 퍼스널 쇼퍼처럼 사용자 취향을 파악해 상품을 제안한다. 가상 피팅 기능은 스타일을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재미'로 시작해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오 CPO는 "AI 콘텐츠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실제 커머스 전환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접점이다. 서로 다른 콘텐츠들이 하나의 경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에 오 CPO는 다시 한 번 '경험'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그는 "에이블리는 기술을 보여주는 회사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새로운 일상을 제안하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며 "우리가 만드는 AI 콘텐츠는 단지 기능이 아니라, 감정과 취향, 관계가 담긴 경험"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유저가 자주 들어오고, 오래 머무르고, '이 앱, 재밌다'고 느끼는 것. 그게 우리가 그리고 있는 미래"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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