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⑲] 금융 공공성 강화· 감독체계 개편… 미룰 수 없는 핵심 현안
2025년 현재, 디지털산업은 다시 한번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정치·경제·기술 전반에서 혼돈과 격변이 일상화되는 시대,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절실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혼돈의 전환기, 산업정책의 나침반을 묻다’를 주제로 창간 특집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특집에서는 ‘새 정부에 바란다’는 대기획 아래, 통신·방송·반도체·AI·보안·게임·유통 등 산업별 핵심 이슈를 심층 분석하고, 각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산업계와 정책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고자 한다. 또한 유력 대선주자의 ICT 공약 분석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 아래 산업계가 나아갈 좌표를 함께 고민해 본다.[편집자]
5대 시중은행 ⓒ각 사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아쉽지만 지난 윤석열 정부 3년여 동안, 우리 금융산업의 이미지는 ‘혁신의 견인차’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몇몇 국내 대형 은행들은 스스로의 책임에는 관대하고 이익만 추구하는 기득권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혜를 받으면서 역대급 실적을 거뒀으면서도 상생에는 인색했고, 반면 ‘홍콩 ELS 사태’와 같은 고질화된 불완전판매, 또 내부 직원에 의한 대형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는 등 심각한 내부통제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 2023년 10월, 은행권을 얼어붙게 만들었던 윤 전 대통령의 ‘은행 종노롯’발언은 이런 인식에서 나왔다.
금융 당국은 막대한 실적을 거둔 시중 은행들을 중심으로 순이익과 비례해 영세·소상공인을 위한 수천억원 규모의 ‘민생 금융’ 프로그램을 각각 마련하도록 하는 등 사회환원을 독려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등떠밀리듯 금융 당국의 독려에 의한 일회성 이벤트라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금융의 공공적 역할을 강화하기위한 보다 구조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은행 횡재세' 도입 논의 등 보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고민하기에 이른다.
◆ 도넘은 '이자 장사' 국민 정서와 괴리감… '은행 횡재세' 논의, 새 정부의 과제로
지난해 국내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 15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이 3조954억원(전년대비 +20.5%)으로 1위를 차지했고, 하나은행이 3조356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KB국민은행은 홍콩ELS 사태로 지난해 1분기 막대한 충당부채를 쌓았음에도 3조 2518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전년대비 21.3% 급증한 3조39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거시경제지표 대부분 최악의 부진을 거듭했지만 은행들만은 나홀로 호황을 누린 것이다. 자연스럽게 정치권을 중심으로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횡재세’ 부과 목소리가 불거졌다.
‘은행 횡재세’는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 등으로 인해 특별하고 예상치 못한 막대한 이익(초과이윤)을 거둔 은행에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특히 서민과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은 가중되는데, 은행은 예대마진 확대로 손쉽게 돈을 버는 것에 대한 사회 환원의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과 EU 등 금융선진국에서도 '은행 횡재세'는 중요한 이슈다. 다만 특정 이슈나 외부 환경 등에 의한 이익 증가이다 보니 횡재세의 부과가 대체로 '한시적'이란 특징을 갖는다.
EU는 지난 2022년 9월 '연대 기여금'이라는 이름으로 화석연료 부문 기업에 대한 횡재세 도입을 결정했으며, 이는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벌어들인 초과 이윤에 대해 최소 33%의 세율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은 EU 보다는 횡재세 도입에 있어 더 보수적이고 엄격하다. 과거 사례에서 횡재세가 오히려 조세의 왜곡을 가져왔다는 부정적 이유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1,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당시 초과 이윤에 대한 횡재세를 부과한 바 있다. 또 1980년대 오일쇼크 때 석유 기업에 대한 '원유 횡재세'를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은행에 대한 직접적인 횡재세 도입은 아직 실행된 사례가 없다.
국내서도 ‘은행 횡재세’을 놓고 아직 찬반이 팽팽하다.
찬성론자들은 "은행 횡재세를 통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여 금융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으며, 또한 횡재세가 도입되면 은행들이 과도하게 예대마진을 추구하려는 유인이 줄어들 것"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또한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횡재세가 가진 ‘이중과세’ 의 문제를 지적한다. "이미 이익을 거둔 은행들이 그에 합당한 법인세 등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징벌적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실효성도 적다고 지적한다. "은행이 횡재세 부담을 대출 금리 인상이나 예금 금리 인하 등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고, 결국 서민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은행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고,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포퓰리즘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은행 횡재세’ 논란은 새 정부에서 일회성 이벤트에 의한 사회환원이 아니라 제도적 기반위에 공감대를 마련해야한다는 숙제를 남기고 있다.
2023년 12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툭하면 금융사고, 신뢰회복 시급 방안… 새 정부의 정책적 과제로
각 은행이 공시한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86건, 피해액은 1625억 원에 달한다.
또 5대 은행을 제외하면 올해 1월, IBK기업은행에서 전·현직 임직원 28명이 연루된 882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드러나 김성태 행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했다.
참고로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사고의 경우, 이 은행에서 14년을 근무하다 퇴직한 A씨는 은행에 재직하는 자신의 배우자인 심사역(팀장)과 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사모임, 거래처 관계 등을 통해 친분을 맺은 임직원 28명과 공모하거나 이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7년간 총 51건, 785억 원의 부당대출을 받았다.
A씨는 대출을 승인받기위해 대출관련 증빙, 자기자금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했으며, 더구나 이를 감시해야할 은행 심사역 등 임직원들은 오히려 이를 공모하거나 묵인했다. 형사처벌이 요구되는 범죄 행위가 은행에서 이뤄진 것이다.
금융 당국은 올해부터 ‘책무구조도’가 지주와 은행부터 적용에 들어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에 대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모든 임원의 '책임 영역'과 '책무'를 사전에 명확히 구분하고 명시한 문서로 정의된다.
명확한 책임 소재와 함께 사고 발생 전에 각 임원이 어떤 업무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는지를 사전에 규정함으로써 내부통제 강화의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이같은 책무구조도 만으로 금융회사 전반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 대한 상시 감시 및 검사 강화를 위한 금융감독 체제 개편도 새 정부의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새 정부 출범이후 정부 조직 개편과 결이 맞닿아 있는 내용이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위한 감독체제 개편 어떻게?
현재 금융당국 감독체계상 금융위원회는 금융 정책 수립, 법규 제정, 금융산업 육성 등 정책 기능을 담당하고,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제재 등 감독 집행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수직적 이원화구조, 즉 정책과 집행이 분리됨으로써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단점이 지적되고 있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금융감독체제 개편 논의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떼어내 별도의 독립적인 기구를 신설하자는 일각의 주장이 그것이다.
이는 최근 몇년간 금융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금융사고(DLF, 사모펀드, 홍콩 ELS 등)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면서,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는 상충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데 따른 것이다. 소비자 보호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우선하므로, 이를 분리하여 소비자 보호 기능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한편으론 금융산업 정책과 감독 정책을 모두 담당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아예 해체하고, 금융감독원을 독립적인 감독기관으로 강화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금융 감독 개편과 관련한 시나리오들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이후 금융위 기능을 분리해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감독전담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신설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금감위를 향후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분리되는 방안 역시 거론된다. 금융건전성감독원은 금융기관 인허가 및 건전성 감독을, 금융시장감독원은 금융기관 영업행위 규제와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수행하자는 것이다.
아직은 백가쟁명식 주장이지만 새 정부의 출범후 단행될 정부 조직개편시, 금융산업의 미래지향적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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