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⑯] ‘낡은 규제 범벅’ 유통업계 고사위기…“혁파 필요” 곳곳 목소리
2025년 현재, 디지털산업은 다시 한번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정치·경제·기술 전반에서 혼돈과 격변이 일상화되는 시대,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절실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혼돈의 전환기, 산업정책의 나침반을 묻다’를 주제로 창간 특집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특집에서는 ‘새 정부에 바란다’는 대기획 아래, 통신·방송·반도체·AI·보안·게임·유통 등 산업별 핵심 이슈를 심층 분석하고, 각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산업계와 정책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고자 한다. 또한 유력 대선주자의 ICT 공약 분석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 아래 산업계가 나아갈 좌표를 함께 고민해 본다.[편집자]

정부는 22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제한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의 휴일 운영 안내문. 서울 서초구는 올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했다. 2024.1.22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올해 1분기, 유통업계와 소비자를 가장 놀라게 한 뉴스로는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에 돌입’이 꼽힌다. 이로 인해 낡은 유통 규제가 대형마트 업계를 침체시킨다는 시선들도 이전보다 더욱 많아졌다.
특히 유통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대결 구도는 더 이상 현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에선 낡은 규제를 타파하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함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정계에 따르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유통업 관련 정책 공약이나 대형마트 의무휴업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현재까지 총 6건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안들을 살펴보면 국민의힘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온라인영업 등의 규제 완화를 일관되게 추진 중인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연석회의를 열고 민생분야 20대 의제를 발표했는데, 이 중 지역화폐 발행 확대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이 아닌 공휴일로 제한하는 등의 의제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연석회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동의장으로서 이끌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에만 지정하도록 하는 방안이 눈길을 끌었다. 민생분야 20대 의제 발표 자료에는 “‘상권보호’라는 취지를 되살리고, 골목상권 공동체를 육성해 지역 기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 삭제였는데…거꾸로 가는 대형마트 규제=과거 윤석열 정부는 국민 쇼핑 편의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해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을 추진해 왔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통시장 경쟁구조가 ‘대형마트 대 골목상권’에서 ‘오프라인 대 온라인’으로 변화함에 따라, 영업규제 도입 당시와 유통환경이 바뀐 것을 감안하자는 취지였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에 따르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는 영업을 할 수 없다. 월 2회 의무 휴업을 실시하는데 공휴일 휴무가 원칙이지만,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치면 평일 전환이 가능하긴 하다. 영업제한시간과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같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내용은 당초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담겼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유통시장 경쟁구조가 갈수록 변화함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 제약 등 국민 불편만 가중시켜 규제의 원점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특히 대형마트 주말 휴무로 인해 평일 쇼핑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등을 중심으로 국민 불편이 증가하고 있고, 새벽배송은 수도권 및 대도시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시행됨에 따라 수도권-지방 간 정주여건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이러한 움직임으로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동대문구·중구가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운영하게 됐다. 이어 관악구가 지난 2월부터 평일 의무 휴업을 시행 중이다. 4개 자치구의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은 매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에 휴업하고 있다.
특히 전통시장 내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있는 경우, 소비자 일부는 과일이나 채소 같은 신선식품을 전통시장에서 비교 후 구매하거나, 공산품을 위주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22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제한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의 휴일 운영 안내문. 서울 서초구는 올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했다. 2024.1.22 [ⓒ연합뉴스]
◆대형마트 업계·일부 전문가 “공휴일 규제? 전통시장마저 패자돼”=다만 대형마트 규제 시계는 다시 거꾸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지난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상황이다. 당시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 개시에 대한 이유로, 대형마트 대한 각종 유통 규제를 먼저 손꼽았을 정도다.
앞서 지난 3월 초 홈플러스는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에 대해, “대형마트에 대한 각종 유통규제로 인해 온라인 사업자와의 경쟁구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불공평해진 상황에서 소비트렌드 마저 빠르게 변화하면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밝힌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으로 인한 매출 감소 규모는 약 1조원이다. 정부 규제 중 하나인 ‘영업시간 외 배송 금지’로 인해, 소비자 구매채널 이동이 플랫폼 업체로 빠르게 이뤄지게 된 여파다. 지난 2019년 쿠팡 매출이 7조원에서 지난해 40조원까지 약 5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국내 유통시장 중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54%로, 세계 주요 선진국 중 중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으며, 규모로는 세계 3~4위권 수준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오프라인 매장 방문 고객이 급감하면서 매출 감소는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21년엔 5400억원의 매출이 감소했고, 지난 2022년엔 82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었다.
이는 비단 홈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마트는 2023년 창사 12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고, 지난해 3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롯데마트 역시 2021년 두 차례, 2023년 한 차례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만큼 대형마트 전반의 말 못할 속을 들여다보면 좋지 못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23년 한국유통학회, 한국소비자학회, 한국프랜차이즈학회, 한국로지스틱스학회 등 유통물류 관련 4개 학회를 대상으로 전문가 108명이 응답한 대한상공회의소의 ‘유통규제 10년,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 10명 중 7명(70.4%)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대형마트는 물론 보호대상인 전통시장까지도 패자로 내몰았다고 답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지난해 1월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4%가 공휴일에 의무 휴업을 규정한 대형마트 규제 폐지·완화를 원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한 지자체의 경우 주변 상권이 활성화 되는 모습을 보여 소상공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나마 최근까지는 규제가 서서히 풀어지는 분위기로 가고 있었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이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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