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모션] ‘피넛’ 한왕호 “결승 밟아보고 싶었는데… 마지막 월즈라 생각해 더 아쉬워”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이번에도 노력했는데 경기 결과가 패배로 이어져서 굉장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글러 ‘피넛’ 한왕호와 소속팀 한화생명e스포츠는 1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중국(LPL) 빌리빌리게이밍(BLG)과 8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대3으로 패했다. LCK(한국) 1시드(seed) 한화생명의 롤드컵 여정도 마무리됐다.
롤드컵은 LoL 이스포츠 최대 국제 대회로, 각 지역 최상위 팀이 한 데 모여 최강자를 가리는 무대다. LCK는 이번 대회에서 한화생명을 포함한 3팀이 8강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양대 리그 1시드 팀간의 맞대결로 이목을 끌었다. 양팀 최근 분위기는 상반됐다. 한화생명은 앞선 스위스 스테이지를 3승1패로 비교적 손쉽게 통과했다. 반면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BLG는 위태로운 경기력 속에 3승2패로 힘겹게 8강에 진출했다.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한화생명의 우세가 점쳐졌다.
이들은 실제로 1세트 완승을 거두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이후 남은 세트를 내리 패하며 속절없이 시리즈를 내줬다. 경기 후 <디지털데일리>와 화상 인터뷰에 임한 한왕호는 “라인 스왑(Swap·교체) 단계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은 한타에서도 상대보다 부족했던 것 같다”며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패인을 짚었다.
그는 “상대가 잘하는 한타가 있고, 우리가 잘하는 한타 구도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유리한 한타에서 실점을 하는 동안, 비교적 코인(기회)이 널럴한 조합들로 구성된 상대가 한타를 이기면서 경기가 어려워졌다. 개인적으로는 상대가 오늘 한타 조합을 잘 짜왔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왕호는 이날 아쉬웠던 세트로 2세트와 4세트를 꼽았다. 그는 “2세트 같은 경우는 ‘요네’를 풀고 경기했는데 별로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승부수를 걸어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세트를 공짜로 주고 시작한 것 같아 아쉽다”며 밴픽 단계에서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4세트에 대해선 “잘한 부분도 있지만 2대1로 지고 있던 상황이라 집중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상대 서포터 ‘온’에게 ‘라칸’을 계속 쥐어준 한화생명 선택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대회 내내 불안한 경기력을 보였던 온이지만, 비교적 손에 익숙한 라칸을 플레이한 2세트부터는 제법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BLG는 이날 온이 라칸이 아닌 ‘렐’을 플레이한 1세트만 한화생명에게 패했다.
한왕호는 “라칸이 생명력이 강하다 보니 시야 싸움이나 한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대신 초반 라인전 단계나 스왑 단계에서 단점도 명확한 챔피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스왑 단계에서 대처를 잘 못했다. 확실히 렐보다 까다로웠던 건 맞다”고 말했다.
한왕호의 롤드컵 우승 도전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올해로 데뷔 9주년을 맞은 그는 LCK 6회 우승, MSI 우승에 빛나는 내로라하는 베테랑 정글러다. 하지만 유독 롤드컵과는 연이 없다. 6차례 무대를 밟았으나 우승컵을 한 번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경승 진출은 2017년이 마지막이다. 올해를 포함해 2022년과 2023년, 모두 1시드 자격으로 롤드컵을 밟았음에도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신 점은 그를 혼란스럽게 한다.
한왕호는 “너무 아쉽다. 막연하다. 뭘 더 했어야 할까. 뭘 더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대개 월즈(롤드컵)가 끝나면 경기를 돌아보며 반면교사로 삼는데, 지금은 경기 직후라 당장은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만 생각이 난다. 정말 너무 아쉽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올해 성과를 거둔 부분도 있지만 사람인지라 욕심이 있다. 월즈라서 더욱 야속하고 아쉽다. 결승을 밟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는데…”라며 거듭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왕호는 올해 26세로 이스포츠 선수로는 ‘노장’에 속한다. 내년부터 기량이 거짓말처럼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이 때문인지 그는 대회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올해가 마지막 월즈가 될 수 있다”며 사뭇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왕호는 “사실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마지막 월즈라고 생각하면서 임했다. 그런데 이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물론 좋은 기회가 다시 올 수도 있겠지만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월즈가 더욱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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