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순신 장군 동상, 어디서 볼 수 있나요?" 광화문에 등장한 'AI 번역' 서비스
[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4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기자의 필리핀 지인은 당시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인들은 쉽겠지만, 외국인들이 관광지를 찾아가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야. 버스 노선도 헷갈리고, 지하철을 타는 방법도 처음에는 어렵거든." 이대역 인근 숙소에서 광화문역까지 이동하는 데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쓴 뒤 나온 불만 섞인 말이었다.
당시 지인은 "타갈로그어(필리핀 공용어)로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안내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리고 4년이 흐른 지금,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지인의 바람을 이뤄줄 공간이 생겼다. 광화문 관광안내소에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대화형 번역 서비스가 구축된 것이다.
언어 데이터 및 전문번역 서비스 기업 플리토(Flitto)는 서울시와 협업해 지난달 광화문 관광안내소와 서울관광플라자 두 곳에 AI 번역 서비스 '대화 번역(Chat Translation)'을 설치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지난 19일 광화문 관광안내소를 찾아 서비스를 체험해 봤다.
◆ "무료 화장실은 어디에 있나요?" 모든 질문 '척척' 번역'
광화문역 6번 출구 앞에 있는 안내소는 서울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관광 정보, 예약, 홍보물, 편의시설 등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장 직원들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내소에 들어가면 플리토의 AI 번역 서비스를 바로 만나볼 수 있다. 동전 환전소 옆에는 'Chat Translation'이라고 적힌 부스가 있고 그 위에 투명 디스플레이, 태블릿, 마이크 두 대(안내소 직원, 방문객용)가 설치되어 있다. 모두 플리토의 AI 기반 실시간 대화 번역을 위한 장치들이다.
부스 앞에 서자 투명 디스플레이 화면 위로는 '아래 아이패드에서 당신의 언어를 선택하세요(Please select your language on the iPad below)'라는 안내문이 떠올랐다. 안내소 직원은 디스플레이 뒤에서 얼굴과 몸짓(제스처)를 가리지 않은 상태로 방문객을 맞이할 수 있었다. 투명 디스플레이가 한몫을 한 덕이다.
투명 디스플레이 아래 태블릿 화면 위에는 선택할 수 있는 언어 항목이 떠올랐다. 플리토가 서울시에 제공한 지원 언어는 영어, 중국어(간체), 일본어, 태국어, 베트남어, 말레이시아어, 인도네시아어, 아랍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11개다. 중국어(번체), 독일어, 네덜란드어, 타갈로그어, 힌디어, 스와힐리어 등 주요 언어로도 확대가 가능하다.
'영어'로 언어를 선택하자 태블릿 위로는 마이크 모양의 파란색 아이콘이 나왔다. 투명 디스플레이에서는 '마이크를 눌러 말하세요(Tap the mic to speak)'라는 안내문이 떠올랐다. 안내소 직원들은 디스플레이 뒤편에서 별도 안내 없이 투명 디스플레이 뒤편에서 기다리면 된다.
먼저 화장실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영어로 "Is there a restroom nearby?(근처에 화장실이 있나요?)"라고 묻자 투명 디스플레이 위로 발화자가 한 말이 바로 한국어로 번역이 되었다. 번역된 한국어 글자는 건너편 직원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자동 좌우반전이 되었다.
이후 직원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공중 화장실이 있습니다. 공원 안에 있는 곳이라 공원 오픈 시간에 맞춰 열립니다"라고 한국어로 답했다. 그러자 투명 디스플레이 위로는 "There's a public restroom within a 10-minute walk. It's located in the park and opens according to the park's opening hours"라는 영어로 번역된 내용이 실시간으로 떠올랐다.
이어 공원 운영 시간, 화장실 이용 요금, 이용 방법,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위치, 홍대입구역과 명동역으로 가는 방법 등을 묻는 질문에도 같은 작업이 반복되었다. 한국어와 영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데 각각 소요된 시간은 1초에서 2초 가량이었다. 말이 끝난 뒤 수초 간 번역에 시간을 소요하는 다른 서비스와 다른 부분이다.
급하게 길을 묻거나 관광 정보가 궁금할 때 유용한 서비스로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플리토 관계자는 "단순 직역이 아닌 받아들이는 사용자 입장에서 말을 다듬는다는 점이 차별점"이라며 "일부 사용자들의 경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즉각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장 직원들은 스페인어나 말레이시아어 등 안내소에서 직접 응대하기 어려운 언어를 쓰는 방문객들에게 해당 서비스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서비스는 플리토의 자체 개발 AI 엔진, 스피치 투 텍스트(STT) 기술,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여러 가지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 사용자의 발화를 인지하는 역량도 우수한 편에 속한다. 데이터 학습을 통해 엔진과 기능을 고도화할 수도 있다.
이러한 환경은 방문객들의 서툰 한국어 발음을 인식하는 데에도 용이하다. 실제 외국인은 한국어로 된 정식 명칭을 발음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명동(Myeongdong)을 '면동'으로 발음하거나, 노량진(Noryangjin)을 '노리앙진'으로 발음하는 식이다. 플리토는 이러한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해 원어민들로부터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플리토 관계자는 "자사는 1400만 사용자가 활동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인식이 잘되지 않는 단어의 경우 자체 플랫폼에서 음성 녹음 이벤트 등을 진행해 언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서비스 강화, 방문객 홍보 '두 가지 과제'
AI 번역 서비스가 설치된 광화문 관광안내소와 서울관광플라자는 외국인 방문객들이 자주 찾는 지역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내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부담 없이 안내소 직원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그러나 방문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 서비스 오류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플리토 관계자는 "갑자기 트래픽이 몰리거나 네트워크가 불안정할 경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아직까지 이러한 오류에 대한 문제점이 접수된 적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발화자의 발음이나 억양에 따라 번역이 끊기는 사례도 있었다. 일례로 "Is it still far from the park opening time?(공원 오픈 시간이 아직 멀었나요?)"라는 질문을 하던 중 "Is it still far from the park(공원에 도착하기까지 아직 멀었나요?)"까지만 인식하고 번역을 완료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플리토 관계자는 "외국인에게 특화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발화자에 따라 인식 케이스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해당 서비스를 알리는 것 또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안내소 직원이 상주하지 않더라도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게 하는 고도화 작업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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