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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코스피 이전상장설…주주들도 이득일까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올해 시가총액이 급격히 상승한 에코프로그룹 상장사(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에 대해 일각에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코스닥 대장주’의 실제 유가증권 이전 가능성과 기대효과 등을 두고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모양새다.

29일 기준 에코프로비엠(2차전지 양극재)과 에코프로(지주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29조5432억원, 12조7055억원으로 코스닥 시장 1, 2위를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연초 9만2000원 정도였던 주가가 불과 3개월만에 약 150% 치솟았다.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공급 기업 중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한 덕분이다. 에코프로비엠은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로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삼성SDI, SK온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2021년 1조4800억원이었던 매출이 2022년 5조35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150억원에서 3806억원으로 수직상승한 배경이다.

배터리 관련 계열사들이 호실적을 거두며 지주사 에코프로도 자산, 매출, 주가의 고공상승기를 거치고 있다. 2022년 기준 연결자산총계 5조3000억원을 돌파한 에코프로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업계는 오는 5월 초 에코프로의 대기업집단 지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또한 이 같은 ‘승승장구’는 에코프로가 주로 벤처기업 중심인 코스닥에서 더욱 ‘큰 물’인 유가증권으로 이전할 것이란 전망에 더 힘을 불어넣는다.

◆ 유가증권 이전, 기업가치 제고와 투자 유치 측면에서 유리

유망 기업들이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으로 이전하는 사례는 흔하다. 가깝게는 바이오 분야에서 셀트리온이 2018년 2월에, 또다른 양극재 유망기업 포스코퓨처엠은 2019년 5월에 유가증권 이전 상장을 완료했다. 2010년~2019년까지로 시야를 넓히면 카카오를 포함해 12개 기업에 이른다.

1956년 개장한 유가증권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글로벌 대기업이 대부분 속한 증권시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은 특히 주요 선진국 증권시장으로부터 투자적격 해외증권 시장으로 인정받아 상장기업이 해외자금조달과 해외진출, 합작투자 등을 추진하는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일부 상장 조건도 유가증권은 최근 사업연도 매출 1000억원 이상, 3년 평균 700억원 이상으로, 연매출 100억원 정도를 요구하는 코스닥 대비 진입장벽이 높다. 즉 유가증권 진입만으로도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 우량기업이란 인식을 줄 수 있다. 에코프로 그룹의 경우 배터리 소재 및 관련 생태계 사업 타깃이 전세계 대상이다. 지속적인 사세 확장과 투자처 확보를 위해선 유가증권 시장으로 이전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익일 수 있다. 이는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다.

◆ 주가는 어디로? 상장 이전 공시가 주는 ‘기대감’ 있다

실제 주가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에코프로 계열은 최근 ‘동학개미주’로 불릴 만큼 개인 매수세가 강한 종목이다. 이전 상장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소액투자자들은 자칫 손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전 상장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으로의 이전은 대개 단기적 주가 상승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거래소 우민철 인덱스사업부 차장이 2019년 발표한 ‘이전상장에 따른 효과 연구’ 논문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공시일을 기준으로 20일 전후 누적 초과수익률은 8.22% 수준을 보였다. 또 이전 상장 공시에 따른 주가 상승은 공시 이후의 영향이 더 컸다. 공시 이전에는 이전과 관련된 소문 등이 주가에 선반영될 수 있지만, 공시를 통해 분명한 결과가 있을 경우 주가 상승폭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전 상장일을 기준 전후 20일 사이에선 통계적으로 크게 유의미한 수준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저자는 “연구 결과는 시장 이전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심리로 인해 반영된 주가상승분은 시장 이전이 실현된 시점에는 기대심리가 사라져 더 이상 호재성 정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 시장으로 이전한 기업들에 대한 분석 결과가 담겼다.

이전상장에 따른 효과 연구(우민철,2019 中)

자본시장연구원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이 2018년 발표한 연구에서도 “이전상장 공시일과 승인일 전후는 양(+)의 초과 수익률이 관찰되며, 유가증권시장 동일섹터 기업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이거나 코스닥시장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할수록 초과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있다.

또한 코스닥 상장기업의 이전 상장은 ▲상위시장 상장을 통한 인증 효과 ▲기업 인지도 제고 ▲기관·외국인 투자자 저변 확대 ▲자금조달 확대 등과 같은 목적보다는 유가증권시장 대비 저평가된 코스닥 시장을 탈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전 상장 결정에 대한 주가 반응 또한 이외 일관된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봤다.

즉, 이와 같은 연구 사례를 참조한다면 유가증권으로의 이전 발표가 실제 이전일까지는 시장의 기대감 및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기대해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증권시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대내외 변수가 많다. 에코프로의 경우 현재 이동채 회장의 내부자 거래 의혹 소송이 진행 중으로, 주가에 언제든 영향을 미칠 위험요소가 있다.

또 배터리 관련주는 최근 증권가의 목표가 설정이 무의미할 정도로 폭등해 ‘과열’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9일 기준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3위는 ‘엘앤에프’로 에코프로비엠과 같은 배터리 양극재 제조사다. 배터리 관련주들의 거품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만큼, 이전 상장이 꼭 선례 기업들과 같은 주가 흐름으로 이어질 거라고 예단하기 어렵다.

한편 이전 상장 추진 여부에 대해 에코프로 관계자는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에선 오는 5월 대기업집단 지정 직후가 유력 시점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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