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통신사·제조사, 휴대폰 바가지로 팔았나?

2012.03.15 16:37:09 / 윤상호 기자 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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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휴대폰 가격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폰 가격이 부풀려졌다며 통신사와 제조사를 주범으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출고가’와 ‘공급가’로 휴대폰 값을 구분했다. 출고가는 통신사가 공급가는 제조사가 부풀렸다.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휴대폰 유통구조 몰이해 탓이라는 주장이다. 공정위 조사결과를 두고 업계가 바로 들고 일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휴대폰은 통신사가 1차 구매자다. 제조사가 통신사에 파는 가격이 공급가다. 통신사가 사용자에게 파는 가격은 출고가다. 공급가와 출고가에는 모두 통신사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마케팅 비용이 포함돼있다.

공정위 논거는 가격을 부풀려 마케팅 비용 등을 사용했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것이다.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 가격을 내리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더 많은 소비자가 휴대폰을 지금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론대로라면 공정위가 맞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마케팅 비용을 제품 판매가에 반영하는 것은 휴대폰뿐만 아니다. 공산품은 다 그렇다. 여기에 제조원가, 유통비용, 유통마진 등이 들어간다. 휴대폰 마케팅 비용은 단말기 구매자에게 제공되는 보조금 외에도 광고 이벤트 등 다양한 항목이 추가된다. 업계의 반발은 일면 타당하다. 공정위가 부풀렸다고 본 금액 대부분은 소비자와 대리점과 판매점 이윤으로 돌아갔다.

공정위 명령대로 가격을 내려도 소비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당장 대리점 3000여개, 판매점 약 2만5000개는 살길이 막막해진다. 대리점과 판매점이 과도한 이익을 취해 소비자에게 돌아갈 몫을 가로채는 행위는 업계 자정노력이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애플을 예로 들었지만 그런 방식 때문에 애플은 수익률이 30%가 넘는다. 제조업이 30% 이상 수익률을 가져가는 것이 오히려 부풀리기다.

칼을 뽑았으니 무엇인가 베야겠다는 심정은 알겠으나 찍어 누르기는 부작용이 더 크다. 휴대폰 가격 문제는 유통 구조 개선과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다. 오는 5월 시행되는 휴대폰 유통 자율화(블랙리스트 제도)는 첫 단추다. 이후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잡아가면 된다.

한 번 떨어진 이미지는 회복하기 어렵다. 당장 통신업계 전체가 바가지 장사꾼이 돼버렸다. 이번 공정위 발표는 현 정권이 보여준 물가관리 정책의 또 다른 형태다. 업계 현실을 보지 않고 정부 목표치를 맞추려하니 무리수로 귀결된다. 가격은 기업의 자율권이다. 담합이라면 제재해야 옳다. 아니라면 시장에 맡겨야 한다. 휴대폰은 누구나 1대 갖고 있다. 포퓰리즘도 이런 포퓰리즘이 없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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