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왜 미쳤나구요?”

2007.07.05 16:18:19 / 심재석 sjs@ddaily.co.kr

[인터뷰] TNF 신정규 리더와 니들웍스

훌륭한  오픈소스는 대부분 훌륭한 커뮤니티에서 탄생한다.

 

모질라 재단이 없는 파이어폭스나 페도라 프로젝트가 없는 레드햇 리눅스,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 없는 아파치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없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사용자 중심의 커뮤니티였고, 또 개발 커뮤니티라 하더라도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만한 제품을 내 놓지는 못했다.

SI(시스템통합) 중심의 국내 SW산업구조에서는 오픈소스에 열정을 보일 수 있는 개발자가 드물고, 결과적으로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지난 1~2년 동안 급성장한 오픈소스가 커뮤니티가 있다. 바로 태터네트워크 재단(TNF)이다.

 

TNF는 설치형 블로그인 '태터툴즈'를 개발하고 있는 커뮤니티로, 현재 15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태터툴즈는 국내 설치형 블로그 툴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의 SW다.


최근 TNF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태터툴즈를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전환하고, 기존 블로그 툴은 '텍스트큐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선보였다.

 

특히 TNF안에 '니들웍스'라는 선도 그룹을 구성해 책임감을 가지고 텍스트큐브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니들웍스 8명의 멤버들은 하루 3시간 이상 텍스트큐브 개발활동을 약속한 인물들로, TNF의 핵심멤버라고 봐도 무방하다.

<디지털데일리>는 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TNF 신정규 리더를 비롯해 니들웍스 일부 멤버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신정규 리더(포항공대 물리학과 박사과정)를 비롯해 김준기(카이스트 전산학과 3학년), 고재필(포항공대 수학과 휴학중), 최호진(안철수연구소 선임연구원)씨 등이 참여했다.(아래 사진 왼쪽부터)


 

이하 인터뷰 전문

- 국내 대표적인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핵심 멤버들을 만나 반갑다. 니들웍스는 어떤 사람들로 구성돼 있나.

신정규 = 학생도 있고, 일반 기업체에서 일하시는 분도 있다. 대학 전산실에서 일하시는 분이나 프리랜서도 있다. 일반 기업에서 일하셨던 어떤 분은 텍스트큐브(태터툴즈)에 너무 몰두하셔서 회사를 그만 둔 경우도 있다.(웃음)

- 회사를 그만둘 정도라니,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닌데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TNF에 참여한 동기는 무엇인가.

김준기(카이스트 전산과 학부 3학년) = 우리는 오픈소스로 많은 혜택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혜택을 받았기에 되돌려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돈이 되는 일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봉사활동처럼 개인의 명예나 만족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오픈소스 활동도 그런 것과 비슷하다. 개인적으로는 한참 웹 기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태터툴즈 알게 됐고, 처음에는 일반 사용자였지만 점점 직접 참여하게 됐다.

고재필(포항공대 수학과 휴학중) = 신정규 리더와 개인적인 인연으로 참여하게 됐다.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오픈소스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함께 하고 있다.

최호진(안철수연구소 선임연구원) =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오픈소스다.

 

오픈소스가 주는 장점은 자기가 사용하는 SW의 내부가 어떻게 돼 있는 지 궁금하면 알아볼 수 있고, 개선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읽으면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것에 매력을 느껴서 참여하게 됐다.

신정규= 그냥 오픈소스가 재미있어서 하게 됐다. 최호진님은 TNF이외에 다른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동도 한다.

최호진 =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번역 정도의 일을 하고 있다. 서브버전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김준기 = 처음에는 사상으로 시작한 오픈소스지만, 지금 그런 사상은 사상일 뿐이다. 사상을 위해서 한다기 보다는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고,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 우리나라에는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고재필 = 오픈소스 사용자 모임은 많다. 그러나 태터툴즈처럼 제품화에 성공한 개발 커뮤니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 국내에서 다른 오픈소스 SW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재필 = 라이선스 정책, 커뮤니티 정책을 오픈소스의 정신에 따라 제대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모 오픈소스SW의 경우 라이선스 정책이 없어서 오픈소스임에도 소스를 수정하면 불법인 경우가 있었다. 이런 것들은 제대로 된 오픈소스라고 보기 힘들다.

신정규 =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오픈소스 보급률이 높은 나라다. PMP 등 IT기기들의 기반 SW가 대부분 오픈소스 SW다.

 

그러나 오픈소스에 대한 기여율은 낮다. 우리 기업들은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지키지 않는 경우 많다.

 

예를 들어 GPL에 의하면, 소스를 고친 후에 그 SW를 배포할 경우 고친 소스도 배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실천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 태터네트워크재단 구성원이 1500명이라던데 어떻게 처음에 시작하게 됐나.

신정규 =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될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 100명 정도 모일 것으로 기대했다. 소스를 고칠 정도의 참여자는 한 15명정도 될 것으로 에상했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게 여기까지 온 것이다.

우리도 일종의 사용자 커뮤니티처럼 시작했다가 점점 개발 권한까지 가지게 됐다. 그러자 참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000명 모으는데 6개월 걸렸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 일반 기업들은 프로젝트 매니저가 있고, 그 아래 각 개발자들이 각각의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아 SW를 개발한다. 오픈소스는 이렇게 체계적인 개발이 어려울 것 같다.

최호진 = 일반 회사는 개발조직과 체계가 잡혀져 있지만, 좋은 사람만 모일 수는 없다는 단점이 있다. 리더와 멤버가 있고, 신입사원도 있고 경력사원도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사람들이 모여 있게 마련이다. 때문에 체계적인 의사소통이 없이 그저 소스코드만으로 대화가 된다. 직접적인 대화는 메일이나 약간의 채팅정도다.

 

누가 수정한 코드만 보고 왜 고쳤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 지 모두 안다. 이는 커뮤니티 안에 속한 사람들을 성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신정규 = 실제로 저도 지난 1년 동안 굉장히 많이 성장했다. PHP는 저의 주 언어가 아니었다. 원래 C언어를 주로 썼다. 하지만 커뮤니티 활동하면서 급성장했다. 멤버들이 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속가 붙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서로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니 결정에서부터 코딩까지의 시간이 짧아졌다.

최호진 = 이런 짧은 시간 때문에 저처럼 사기업에 있는 사람들은 사실 두려울 때도 있다. 릴리즈 직전에도 바로 뜯어고칠 때가 있다. 언제까지 이런 페이스가 유지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오픈소스가 가진 불안한 점이자 장점이기도 한 것 같다.

신정규 = 잘못될 경우 복구도 빠르기 때문에 괜찮다.(웃음)

- 코드만으로 대화를 할 정도의 기술수준이라고 하더라도 만들고 싶은 것, 추구하는 것이 다를 때도 있지 않나. 이럴 때 서로 반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신정규 = 그래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코드를 보고 남겨놓을 지, 원상태로 돌려놓을 지 리더가 결정한다. 내부적으로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도 한다.

최호진 = 그런 면에서 텍스트큐브에 대해 모두 다 알고 싶지 않다. 나는 그냥 맡은 부분만 열심히 하고 싶다. 다른 부분까지 신경쓰면 다른 회원과 반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준기 = 그러나 맡은 부분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가 버그를 고쳤다는 표시를 보면 그것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입맛에 맞도록 조금씩 고쳐나가면 나중에는 전체에 다 관심을 갖게 되게 마련이다.

최호진 = 태터앤컴패니(TNC)라는 회사가 있어 도움이 된다. 단순 오픈소스 커뮤니티일 뿐이었다면 힘든 부문이 많았을 것이다. 저희가 힘든 부분은 TNC가 처리해 준다.

고재필 = 다른 오픈소스 커뮤니티 힘들었던 것 중에 지원 조직이 탄탄하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태터툴즈는 운이 좋았다. TNC가 뒷받침해 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신정규 = TNC는 물질적인 것만 서포트 하는 것이 아니고, 지향점 등도 함께 공유한다.

- 성공한 오픈소스 커뮤니티로 평가받는 입장에서 커뮤니티 성공의 필요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호진 = 오픈소스는 정신적, 사회적 보상이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커뮤니티는 지속할 동력이 없다. 그런 후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재필 = 라이선스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조직과 서포트도 필요하다. 단순히 어떤 한 사람이나 하나의 제품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신정규 = 오픈소스는 일종의 사회에 대한 기여라고 본다. 코드를 작성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오픈소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여문화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오프소스가 활성화 되려면 기여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본다.

김준기 = 저도 오픈소스는 일종의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학점도 떨어지고, 개인 시간도 줄어들었지만 스스로 많이 성장했고, 더 많은 것을 얻었다.

 

학교에서 단순히 지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나 기획에 참가해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한다.

최호진 =  한국에서 오픈소스가 나갈 방향은 기업이 오픈소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 리눅스 개발자 중에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은 거의없다.

 

기업에서 오픈소스 라이선스 정책을 잘 이용해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이용한 이미지 제고할 수 있다. 이런 간접적 투자를 통해 나타나는 이득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잘 분석해 이용할 필요가 있다.

혼자 열심히 하면 지쳐 떨어지는 경우 많다. 포상이 필요하다.

- 몇 년 전부터 정부통신부나 한국SW진흥원에서는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오픈소스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정규 =  정부에서는 뭘 해도 별로 재미없게 한다.
 
최호진 = 교수 커뮤니티에 들어갈 눈먼 돈(정부지원금)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는 의미는 있다.

신정규 = 오픈소는 경제 논리로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것이 매력이다. 경제적 보상으로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는 없다.
 
최호진 = 국가기관에서 하는 일은 영속성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시각이다.

고재필 = 하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신정규 = 지원 방법이 완전 달라져야 한다. 오픈소스를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상용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픈소스의 가장 큰 매력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근데 현재 우리나라는 상용소프트웨어도 마음대로 무료로 사용한다. 이렇다 보니 오픈소스의 장점이 부각되지 않는다.

또 웹 어플리케이션이 웹 표준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도 오픈소스 성장에 도움이 된다. 기업들이 GPL을 제대로 지키도록 정부가 제어했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오픈소스 강국이 됐을 것이다. 이런 쪽의 지원이 필요하다. 택배회사를 열 생각 말고, 고속도로를 뚫어줘야 한다.  

오픈소스는 사회간접자본이다. 오픈소스가 활성화 된다는 것은 사회간접자본이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이 좋아지는 것이다.

- 니들웍스나 TNF가 추구하는 지향점은 무엇인가.

김준기 =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할 수 없는 것들을 여러가지 시도하는 것만으로 의미있다.

신정규 = 돈은 안되지만 재미있는 것들을 이것 저것 하고 싶다. 남들 안 하고, 이상한 것을 우리가 할 것이다.

고재필 = 내 아이가 봐도 우리 아버지가 이런 것 했구나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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