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뇌사(腦死)에 빠진 여성을 대리모로 활용하자"는 노르웨이의 한 철학과 교수의 주장에 유럽과 영미권 온라인이 발칵 뒤집혔다. 

체외 수정한 배아를 뇌사 여성 자궁에 이식해 출산시키자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여성의 '자궁'을 각막, 간 등과 같은 기증이 가능한 '장기'로 본 것이다. 

물론 해당 교수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논쟁적임을 인정하면서도 "기증자의 동의 또는 기증 조건이 갖춰졌을 때 뇌사 여성의 대리 출산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여성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방안으로 '남성 뇌사자의 대리모 활용'을 제안했다. 남성도 간 등에 배아를 이식하면 출산이 가능하다는 것. 이런 '남성 대리모'로 여성계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논문은 발표 당시 별다른 반향이 없다가, 2월 초 트위터 등에서 뒤늦게 논란이 됐다. 

온라인은 '당혹'을 넘어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여성의 임신 중단(낙태) 관련 뉴스를 전하는 비영리 매체 라이브액션(Liveaction)은 "육체는 죽어서도 여전히 존중을 원한다"며 "교수의 아이디어는 무례할 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인 데다 착취적"이라고 맹비난했다. 

◆"자궁도 신장, 각막처럼 기증할 수 있는 대상"  

지난 5일(현지 시각) 인디100 등에 따르면 문제의 논문은 지난해 11월 노르웨이의 안나 스마이도르(Anna Smajdor)  교수가 '이론 의학과 생명 윤리학 저널(Theoretical Medicine and Bioethics)에 투고한 글이다.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철학,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의료 윤리를 공부한 그는 현재 오슬로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스마이도르 교수는 약 2만 자 분량의 논문에서 뇌사 여성을 대리모로 활용하는 것을 '전신 임신 기증(WBGD·Whole Body Gestational Donation)'이라고 명명한 뒤 "WBGD도 장기 기증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마이도르 교수는 자궁도 신장, 각막처럼 '기증할 수 있는 대상'임을 강조했다. 

그는 "출산을 위해 뇌사 여성을 강제로 오랫동안 살려둬야 한다는 도덕적 거부감만 극복한다면 WBGD는 (임신과 출산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WBGD와 장기 기증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주장했다. 

스마이도르 교수는 각종 의학 논문을 인용하며 호르몬 관리 등 적절한 환경이 갖춰질 경우, 뇌사 여성이 출산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했다. 

또 뇌사자는 소생 가능성이 0%이므로 "살아 있는 사람을 출산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임신 때문이 임산부가 일상에 지장을 겪거나 고통스러워할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뇌사자는 사실상 '죽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마이도르 교수는 뇌사자가 생전 WBGD 의사를 밝히지 않았어도, 장기 기증 의사가 있다면 통상적 프로세스에 따라 WBGD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 WBGD는 용납할 수 없겠지만, 남자도 가능하다면 (그 불만이) 완화될 것"이라며 "간은 혈액 공급이 풍부해 (배아) 이식의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만약 이식 과정에서 치명적 문제가 생겨도 뇌사자는 어차피 사망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발상 자체가 혐오"... 논문 승인한 대학은 '사과'

스마이도르 교수의 주장은 온라인에서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뇌사 여성을 대리모로 삼겠다'는 발상이 혐오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영국 심리학자 겸 작가인 제시카 테일러는 트위터에 스마이도르 교수의 논문 관련 기사를 공유한 뒤 "이 세계에 환멸을 느낀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인사는 "죽은 사람의 몸을 산 사람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도구로 사용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부여될 수 없다"고 분노했다.

한편 논문을 게재한 컬럼비아 메디컬 칼리지는 논란이 커지자 고개를 숙였다. 

대학 관계자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우리의 유일한 관심은 인류의 의학적 진보에 봉사하는 것뿐"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스마이도르 교수는 지난 2013년에도 스태퍼드셔 병원 사건에서 의사, 간호사들 편을 드는 듯한 글을 썼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스태퍼드셔 사건은 2004~2009년 영국 중부 스태퍼드셔 병원에서 최대 1200명의 환자가 부실 진료,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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