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네이버가 북미시장에서 글로벌 승부를 걸었다. 콘텐츠와 커머스를 필두로 미국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신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이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사로 진화하기 위한 여정이 본격화됐다.

네이버가 북미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투트랙은 웹툰(콘텐츠)과 중고거래(리커머스)다. 네이버는 기존 콘텐츠‧커머스 시장을 겨냥하지 않았다. 성장성 있는 니치마켓(틈새시장)에 가장 네이버가 잘할 수 있는 모델을 도입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네이버는 검색 기반 테크기업에서 시작했지만,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와 영향력을 키우는 데 강점이 있는 곳이다. 이는 네이버카페, 밴드, 블로그 등 이용자 개인이 활동하는 서비스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창작자들을 모이게 한 네이버웹툰, 중소상공인(SME)을 불러 모은 네이버쇼핑 등도 대표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창작자와 SME를 위한 지원에 아끼지 않았다. 좋은 콘텐츠와 상품이 많이 있는 곳엔 당연하게도 이용자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러한 힘을 가장 잘 이해한 기업이다.

◆사람들 모이는 곳에 비즈니스가 있다=이러한 성공방정식은 미국에서도 적용된다.

네이버는 누구나 소비자와 판매자가 되면서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포시마크(Poshmark)’를 선택했고, 이에 앞서 네이버웹툰은 영어권 창작자 모두를 위한 ‘캔버스’로 성공의 기반을 닦았다.

네이버웹툰은 누구나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좋은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수익을 보장했다. 이에 영어권 아마추어 작가들이 활동하기 시작했고, 재밌는 웹툰‧웹소설이 많아지면서 이용자도 늘어났다. 이는 또다시 우수한 작가들의 유입으로 이어졌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한국 ‘도전만화’ 역할을 하는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 ‘캔버스’ 영어 서비스다. 현재 약 12만명 이상 창작자들이 작품을 등록했다. 여기서 인기를 얻은 작가는 ‘프로’ 세계로 입문하고, 작품은 단행본으로 출판되거나 영상 지식재산(IP) 등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총 2700만달러(한화 약 340억원)을 북미 웹툰 작가에게 지급했으며, 월평균 100만달러(10억원) 이상을 작가에게 제공했다.

네이버가 인수한 포시마크 방향성도 이와 다르지 않다. 포시마크는 ‘커뮤니티 커머스’를 내세운 북미 최대 개인간거래(C2C) 플랫폼이다. C2C 플랫폼은 ‘중고’뿐 아니라 상품 가치를 지닌 희소성 있는 물건을 구매하는 ‘리셀’ 형태까지 포괄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가 판매자로, 판매자는 소비자로 손쉽게 활동할 수 있는 만큼, 셀러에 대한 진입 장벽도 낮다. 모든 플랫폼 비즈니스는 크리에이터가 증가될 때 확장되는데, 이에 부합한다.

포시마크는 전세계 8000만 옷장을 연결하면서, 판매자와 고객 간 인간적 교류를 강화했다. 이는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다. 포시마크에서는 젊은 세대에게 일상이 된 좋아요, 공유하기, 댓글 기능 등 소셜기능을 활성화했다. 일 50만건 이상 새로운 판매글이 게시되고 10억건 이상 소셜 인터랙션이 발생하고 있다. 또, ‘포셔(Posher)’로 불리는 셀러가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기도 한다.

셀러과 구매자들이 모였고, 이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상황이니, 경제 생태계는 완성됐다. 포시마크에선 용돈벌이부터 여행자금 마련을 위한 부업뿐 아니라, 개인 브랜드 등을 갖춘 전업 셀러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포시마크에 따르면 파워셀러 경우 억대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마니시 샨드라 포시마크 대표는 “연결에 대한 근본적 열망이 전자상거래 시장을 변화시킬 것이다. 소셜커머스와 모바일 플랫폼에 미래를 걸었다”며 “옷장 속 물품들은 지속 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포시마크-네이버웹툰 공통점, ‘MZ세대’ 플랫폼=포시마크에 따르면 미국에서 4명 중 1명이 포시마크를 사용하며, 전체 사용자 중 MZ세대(밀리니얼+Z세대)는 80%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 밀레니엄 세대 여성 약 90%가 포시마크 커뮤니티에 가입됐다.

리커머스(중고거래)는 MZ세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소비와 맞닿아 있다. 매장에서 새 상품을 사는 대신, 기존 제품을 서로 거래하면서 순환경제를 이끌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레드업리세일리포트에 따르면 MZ세대 62%는 새로운 물품을 구입 전 중고거래 물품을 살펴본다고 응답했으며, 이베이리커머스리포트에서는 지난해 신규 중고 판매자 32%가 Z세대라고 밝혔다.

북미시장에 진출한 네이버웹툰 80% 사용자 또한 미국 MZ세대다. 글로벌 기업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주요 소비 층인 MZ세대를 공략하기 한창이다. 네이버웹툰 사용자 층이 MZ세대이기 때문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등과 협업하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주 타깃층이 유사한 만큼, 양사는 상호 이용자 확대 등을 고려해 협업할 것을 시사했다. 네이버웹툰 경우 한국에서 많은 커머스 사업자들과 협업한 노하우가 있다. 사용자가 해당 커머스 플랫폼에서 쇼핑을 하면 네이버웹툰 ‘쿠키(유료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재화)’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중 검증된 모델부터 포쉬마크와 함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 대표는 “MZ세대 비율이 높은 콘텐츠 플레이어가 없다”며 “MZ세대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네이버웹툰이 유의미한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반드시 차지해야 하는 북미지역=사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목표로 한 네이버 여정에서 북미지역은 글로벌 전진기지와도 같다.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북미지역에서 성공을 거둬야 한다는 미션이다. 미국에서의 성공 자체로도 사업적 의미가 있고, 영어라는 언어 특성상 다양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 유럽과 남미지역 진출 때도 유리하다. 

우선, 네이버는 포시마크 인수로 북미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네이버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대상인 포시마크 기업가치는 12억달러, 한화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포시마크는 북미 최대 패션 C2C 플랫폼이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액티베이트 컨설팅에 따르면 미국 중고 시장은 2025년 약 1300억달러 규모로, 2021년부터 25년까지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치소비 요구 증대와 경기불황 상황에선 더욱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북미지역은 2021년 기준 세계 콘텐츠 시장 2조5138억달러 중 1조459달러를 차지한 곳이다. 이중 미국 콘텐츠 시장 규모는 9798억달러로 38%를 차지하며 1위에 지키고 있다.

이러한 북미 콘텐츠 시장에서 네이버웹툰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자 노란색으로 염색해야 했던 김준구 대표는 다시 흑발로 돌아왔다. 매일 400통씩 연재 요청 메일을 보내도 답장조차 받지 못했으나, 이제는 마블과 DC코믹스‧넷플릭스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네이버웹툰은 수년 내 미국증시 상장을 완료하고, 톱티어 엔터테언먼트 기업으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미국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전략 지역이다. 단순히 미국 내에서만 소비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글로벌 플레이어와 협업해 여러 국가로 콘텐츠를 퍼져나가게 하면서 다음 단계를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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