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오는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가 운영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 측은 “사무실 출근 자체에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근무제 변경 통보로 불안한 노동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 불만이라는 입장이다.

17일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크루유니언 책임과 약속 2023’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재택근무가 축소되는 것 때문에 직원들 불만이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동안 카카오가 발표한 근무제 역사를 살펴보면 왜 이렇게 이번 근무제 개편에 반대하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년 새 근무제 실험 4회…“불안정한 환경 가속화” 지적=카카오는 대표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이다. 코로나19 전에는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했으나 사회적거리두기 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1년 사이 ▲유연근무제 2.0 ▲메타버스 근무제 ▲파일럿 근무제 ▲카카오온 근무제 등 총 4번의 근무제를 발표했다.

먼저 2021년 11월 카카오는 3개월마다 조직단위로 사무실 근무와 원격근무 중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2.0’을 다음해인 2022년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내 반대에 부딪히자 2022년 5월에는 장소 상관없이 음성으로 연결하고 코어타임을 도입해 유연근무제를 제한하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발표했다. 

그해 7월부터 6개월간 테스트를 거쳐 올해 1월 공동체 전체에 정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던 이 근무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취를 감췄다. 카카오가 회사와의 연결을 강조하며 ‘디스코드’라는 음성채널에 실시간으로 접속할 것을 요구한 것이 직원에 대한 지나친 감시라는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측은 원격근무 중 스피커를 켤 수 없는 직원에게는 이어폰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부정적 반응을 일으켰다. 

메타버스 근무제가 사라진 자리는 ‘파일럿 근무제’가 채웠다. 파일럿 근무제 경우, 논란이 된 상시 음성연결을 철회하는 대신 코어타임(집중 근무 시간)을 도입하고 격주로 놀금을 시행했다. 카카오 장애 사태와 엔데믹(풍토병)이 맞물린 후, 지난달 ‘카카오온’ 근무제가 등장했다. 카카오온은 전면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원들 불만을 샀던 코어타임은 해제됐으나 격주 놀금 제도는 월 1회로 축소됐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의 잦은 의사결정 변경이 직원들 입장에서 무리하게 다가온다고 비판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어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격근무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 방침이었는데, 정반대 기조로 뒤집혔다는 것이다. 이번 근무제 변경은 올해 1월부터 적용되는 사안이 있는데도 지난해 12월27일에 발표해 내부 혼란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카카오온 근무제와 관련해 “조직별 협의로 최적화된 근무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오피스 퍼스트 형태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전면 출근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며 “이에 대해 사측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노조 “사무실 출근 VS 재택 이분법 프레임 벗고파”=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전면 재택근무를 철회하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발생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를 꼽는다. 이번에 폐지된 격주 놀금 제도 역시 빠른 대처를 어렵게 했다는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크루유니언은 재택근무를 향한 세간의 따가운 시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오치문 수석부지회장은 “재택이 좋냐 사무실 출근이 좋냐는 프레임을 벗고 싶다”며 “각자에게 최적화된 근무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재택근무 때문에 서비스 먹통 대응이 미진하지 않았냐는 의견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며 “오히려 원격 상황에서 대응을 더 빨리하는 방법을 찾는 게 도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서 지회장도 “화재 발생 당시 이야기를 보도자료로 준비해두었다”며 “이에 대한 구성원 생각을 전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크루유니언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재택근무 축소가 큰 이슈로 떠오른 이유가 재택 혹은 원격근무 여부가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업무와의 경계, 개인 삶이 최적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갑자기 바꾼다는 게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생각이다.

◆카카오 “코로나 영향에 근무제 변화 불가피, 직원들과 지속 논의할 것”=카카오 측은 재택근무가 코로나라는 외부 환경 때문에 시작된 만큼, 확산세 여부에 따라 근무제도 역시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7월 파일럿 근무제를 발표했을 때도 연말까지 시범 운영을 해보고 그 후 정식 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내부에 공지했다”며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설문조사 등으로 직원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근무제 같은 경우에도 오피스 퍼스트는 오는 3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추가로 논의하거나 의견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노조와 사측 간 본격적인 대화가 이뤄지는 협의체는 이달 중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 지회장은 “설날 연휴 전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지금 근무제 이슈 때문에 다른 논의가 다 밀린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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